신정일의 '길 위에서'

사람들에게 묻는다.
"국보 1호에서 10호까지 다 아시는 분 있습니까?
맞히는 분 오만원 드리겠습니다."

백에 하나. 천에 하나도 없다. 왜냐고? 수능이나 취직 시험에 나오지 않으니까.
1호는 안다. 숭례문(남대문). 그러나 2호, 3호부터는 대부분 모른다.
원각사지 석탑.
진흥왕 순수비.
고달사지 승탑.
법주사 쌍사자 석탑.
충주 중원탑.
홍경사지 갈기비.
보령 낭혜화상 탑비.
정림사지 오층석탑.
그 다음 국보 10호가 실상사 백장암 3층석탑이다. 산 중턱 높은 곳에서 지리산을 바라보며 서 있는 탑.
1980년 대 중반 도괴범들이 복장유물을 가져기기 위해 무너뜨려서 여기저기 상처를 입고 서 있는 탑이다. 이곳에 국보가 서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
적어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우리나라 국보 10호까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숨어 있는 내 마음의 보물을 보고 싶어 찿아갔다가 돌아오던 길, 저마다 마음속에 내 마음에 보물 하나를 갖는 것이 문화재 사랑, 나라 사랑의 첩경이 아닐까?
/사진·글=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
신정일 객원기자
jbsori@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