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ward Lee가 본 '한국 사회'

천성적으로 나는 세상을 쉬이 살지 못한다.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피로감이 훨씬 더하다. 이런 마인드로 사회생활을 하려니 무엇이든 더해야 하고, 잘하지 못하면 살아남기가 어렵다. 능력도 안 되는 나에게 이 생은 마치 형벌 같다.

총체적 난국의 우리 사회를 보면서 지난 일주일 넘게 나를 돌아보았다. 정신도 몸도 반응하지 않았다. 구토 증세와 어지럼증이 일고 절망과 환멸이 교차했다. 학창 시절의 기억이 마치 어제 일 같았다.

영문을 모르는 지인들의 걱정 어린 메시지를 보면서도 나는 침묵했다. 도무지 반응하지 못했다. 학생들을 위해 UN 미래보고서와 몇몇 민간 연구소의 향후 전망을 읽고 번역, 졸업 이후의 사회적 성공에 관한 글을 핑계 삼아 쓰면서 나를 위로했다. 그렇게 하루도 쉼 없이 글을 쓰고, 더 바쁘게 생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이렇게 페북을 연다.

이 악의적 현상, 여권의 절대 열세인 여론조사를 보면서 나는 시민사회에 믿음과 희망을 꺼내 국기를 게양하듯 걸고 펄럭이게 한다. 아무리 보아도 희망적이지 않은 현실에서, 온통 악의적인 언론의 저주 앞에서, 도무지 무엇 하나도 바르게 판단할 수 없는 이 미친 현상은 모두 ‘거짓’이라고 여긴다. 나는 굳게 시민지성을 믿는다. 지난 총선 때도 여론조사는 박빙이었다. 물론 조작된 거짓이자, 그렇게 몰아가고 싶었던 희망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더 악랄하다. 지난 패배를 미치도록 앙갚음하고 싶을 게다.

LH 사건은 특정인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이자 병폐다. 그간의 대한민국은 토건 마피아와 정치권의 결탁이었다. 마땅히 터져야 할 게 터진 것이다. 오히려 깨끗한 문 정부에서 터진 건 다행한 일이다. 흥분보다 냉정하게 본질을 볼 수 있어야 시민지성이다. 이참에 적극적으로 토지공개념을 공론화해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 때가 됐다.

시민 집단지성이 없었다면 지금의 정부도, 민주당도 있을 수 없다. 화를 내고 비판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확고한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그래서 더 애증이 심한 것이다. 지난 총선 때처럼 조용히 투표로 말할 것이다. 때때로 화를 내지만, 이것은 더 잘하라는 것이지 내치는 게 아니다.

이런 깨어난 시민들에 비해 정치인들이 가장 나쁘다. 개혁이라는 시대의 거역할 수 없는 대 명제 앞에서 누구 하나 목숨을 걸지 않는다. 통합을 내건 신기득권에서 시작된 전조현상은 기득권과 섞여 회색분자들이 정국을 리드하는 오늘의 대 혼란을 불러왔고, 박범계 장관의 몸에 밴 ‘적당히’로 고착되어가고 있다.

옳고 그름은 없고 모든 게 정치논리다. 한명숙 모해위증 사건은 우리 사회의 정의에 대한 하나의 상징이다. 범죄자 윤석열에게는 쥐 죽은 듯이 침묵하고 엄호하던 자들이 한명숙 사건에 대해서는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자비들을 보라. '검찰은 이 땅의 악'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민은 절대 주인이 아니다. 그래서 그들은 국민혈세로 녹봉을 받으면서도 마땅히 섬겨야 할 주인을 개돼지 취급하는 것이다. 그들이 권력을 탐하고 정치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이를 방증한다. 주객이 전도된 사회다.

사법부도 검찰도 정치를 하는 이 미친 세상에서 옳고 그름이 있을 리 만무하고 정의와 상식은 또 무엇인가? 당연히 아수라 난장판일 수밖에. 그럼에도 민주당의 태도는 전혀 전장의 위기감이 없다. 마치 소풍 나온 자들처럼 한가로워 보인다.

누구 하나 제 일처럼 역지사지하는 자가 없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나쁜 자들이 정치인이다. 시민은 없고 오직 자신의 영달과 정파, 그리고 권력에 미쳐있을 뿐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그렇다. 절망과 탄식과 부끄러움은 모두 국민의 몫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나?

이런 환멸에 가까운 정국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겨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거짓 뉴스의 혹세무민에 너무 맘 쓰지 말고 조용히 연대하는 성숙함으로 악을 처단하자. 서울과 부산,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래야 개혁과 정권을 지키고 연장할 수 있다.

개혁은 문 정부에 이어 다음, 또 그다음 정권까지 계속되어야만 한다. 정치인은 누구도 믿을 수 없으니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다. 어차피 우리 일이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삶은 영원하다. 우리가 주권자이니까 주인답게 행동해야 한다. 

/에드워드 리(재미(在美)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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