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서평: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 우리가 가진 솔루션과 우리에게 필요한 돌파구

1.

빌 게이츠(Bill Gates)다운 주장이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로 유명한데, 10년 전에 그는 기후 관련 기술을 새로운 사업으로 바꾸었다. 기후위기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와 같이 이산화탄소를 계속 방출하면 엄청난 재앙이 온다는 사실, 이제는 누구나 다 아는 인류의 어두운 미래이다.

가난한 사람들이야말로 기후변화의 가장 심각한 피해자가 된다. 기온이 계속 올라가면 가뭄, 한발, 기근, 전염병이 기승을 부릴 것이고, 식량부족으로 많은 사람과 가축이 죽는다. 우리가 좋아하는 고기와 우유 생산량도 대폭 감소할 것이다.

이런 전망은 먼 훗날을 염두에 둔 한가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부터 한 세대 뒤에는 우리의 현실이 그러하다. 어제 읽은 외신에 따르면,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독일의 숲도 이미 크게 망가졌다. 온난화와 가뭄 때문이라고 한다. 심한 곳은 50% 정도 숲이 이미 파괴되었다고 한다.

2.

기후위기를 과연 어떻게 풀 것인가? 새로 나온 빌 게이츠의 책이 내 관심을 끌었다.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 우리가 가진 솔루션과 우리에게 필요한 돌파구>>(김민주 이엽 역, 김영사, 2021;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 The Solutions We Have and the Breakthroughs We Need), 이 책은 연간 탄소 배출량을 현재의 510억 톤에서 0으로 만드는 방법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2050년부터 선진국들이 이산화탄소 ‘순 제로net zero’ 상태로 변화하는 방법이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빌 게이츠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개인의 역할을 매우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빌 게이츠는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한다. 그는 절대 몽상가가 아니다. 동원 가능한 여러 학문 분야, 예컨대 물리학, 화학, 생물학, 공학, 정치학, 경제학, 재무학 방면의 전문가들과 협의한 결과를 차분하게 설명한 것이 이 책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제안은 앞으로 우리가 기후 문제를 논의할 적에 훌륭한 토대라고 생각한다.

3.

빌 게이츠는 낙관적이다. 그는 우리가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기술의 도움을 받아서 기후위기를 해결하자는 것인데, 그는 장차 일어날 법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재앙에서 벗어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이산화탄소 제로를 달성하는 것이란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까? 빌 게이츠의 결론은 화석연료 대신에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전기화 electrification”가 목표인 셈인데, 이 기술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빌 게이츠는 2050년까지 “탈탄소화” 정책을 실천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는 현재 주요국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절감 정책을 비판한다. 그는 2030년까지 어느 정도 배출량을 감축하고, 2050년에는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현재의 목표는 허망하다고 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재생에너지 생산 방식은 문제가 없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단다. 가령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4.

빌 게이츠가 발견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첫째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가령 새로운 전기 저장 기술도 가능하고,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새로운 강철 제조법도 구현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자연에서 얻은 청정에너지를 값도 싸고 양적으로도 풍부하게 생산하는 것이 빌 게이츠의 핵심 전략이다. 둘째는 혁신적인 기술 발전을 유도하는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다. 끝으로, 그러한 기술과 정책을 신뢰하며 그 결과를 확산하는 시장의 역할이 있다. 빌 게이츠는 이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 에너지전환을 실천 가능한 목표라고 말한다.

생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환경과 성장을 대립 관계로 본다. 빌 게이츠는 사업가답게 완전히 다른 관점에 서 있다. 청정에너지를 연구 개발하기 위해 투자를 대폭 늘린다면 경기 회복도 빨라져도 탄소 배출량은 줄일 수 있다는 식의 새로운 접근방법이다. 그의 생각은 ‘녹색 성장’의 최신판이라고 해야 옳겠다.

5.

한 사람의 역사가로서 나는 생태주의를 지향한다. 성장의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지 말고, 욕심을 줄이고 자연과 공존할 방법을 찾아보자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바라는 방식으로 세상이 움직일 것 같지는 않다. 자본주의는 많은 사람을 여전히 매혹하며, 빌 게이츠의 예에서 확인되듯 자본주의자들 가운데는 대단히 유연하고 혁신적인 사고방식으로 기후위기를 헤쳐나갈 일꾼이 많은 듯하다.

과연 인간의 역사는 기술 혁신과 새로운 이념이 생명이다. 그것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지금 같은 세상에서 살 수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큰 힘도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에 달려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꿈꾸는 생태적 미래보다는 빌 게이츠의 소망이 더욱더 현실적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렇게라도 해서 우리 인류는 일단 기후라는 위기를 넘어서야 할 것이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물론 또 다른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겠으나, 지금은 우리의 생존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다.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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