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ward Lee가 본 '한국 사회'

신현수 민정수석

문재인 대통령은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해야 한다. 마음 떠난 사람 붙들어 봐야 애물단지일 뿐이라는 게 일반의 생각이다. 이럴 때일수록 대통령은 단호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청와대에서마저 영이 서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것도 대통령의 신임이 가장 두터운 민정수석이 아닌가? 뒤집어보면 신현수의 이런 행동은 상당히 계산된 항명으로 불순하다. 늘 인사와 타이밍이 문제다. 신 수석은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이 요구한 이성윤 서울 중앙지검장과 대검 참모진 교체, 한동훈 일선 복귀 등, 검찰개혁을 염원하는 시민사회와 정부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인사를 시도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자신을 패싱했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박범계 장관을 평생 보지 않겠다”고 거듭 완강하게 사의를 고수하는 그를 보면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본다. 처음부터 순수하게 수석 역할만이 아닌 다른 그림을 구상한 듯하다. 전 국정원 기조실장에 적폐 김앤장 출신인 그는 이미 기득권 세력과 법조 카르텔로 공고하게 연결돼 있다. 민정수석 임명 전후로 제 세력들과 암묵적인 교감이 있었을 수 있다.

청와대 왕수석인 그가 반 검찰개혁에 대한 특정한 역할을 주문받았거나 교감을 가졌을 수 있다. 또는 자의적으로 다음 정권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순수하게 인사문제로 국한하기엔 그의 항명이 너무 무겁다. 표면적으로는 검찰 인사의 조율을 문제 삼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 즉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에 대한 모종의 역할(뒤집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

이성윤 서울 중앙지검장과 대검 참모진을 교체해 한동훈을 비롯, 윤석열 사단으로 검찰을 재 정비하고, 기득권의 바람인 청와대를 압색하면서 정국을 장악하려던 것은 아니었을까? 청와대가 표적이 되어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불면,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대선정국에서 문 정부 심판론으로 크게 부각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니었을까? 그런 ‘트로이 목마’ 역할이 문 대통령과 박 장관으로 다 틀어져버리자 사퇴를 고집하는 것은 아닐까?

누가 그를 민정수석으로 추천했는지 모르지만, 이미 그를 추천할 때부터 다음 정권을 위한 밑그림이 그려졌을 수 있다. 그것이 삼성이 백업하고 김앤장이 조직을 가동하는 범기득권과 법조 카르텔이고, 여시재와 언론이라면 이건 역모가 아닌가? 물론 어디까지나 뇌피셜이다. 그러나 신현수를 비롯, 공수처 등 다양한 인물 군이 문 정부 후반에 김앤장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은 예사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게다가 삼성이 누군가? 대한민국 입법, 사법, 행정을 모두 장악한 자들이 아닌가? 이미 민주당 안에도 삼성맨들이 득실거린다. 이슬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현재의 정국은 완만하게 기득권화되어가고 있다. 보편적 복지가 대세인 시대에 정파를 넘어 심도 있게 접근해야 할 기본소득을 당정이 무슨 불가촉천민 취급하듯 하고, 국민 80%가 찬성하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설사 이런 정책이 국힘당 것이라 할지라도 마땅히 수용해야 국민을 위한 정치다.

신현수가 기득권과의 교감으로 대통령에 항명하는 것이라면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부르는 게 아닌가?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과 국정장악이 필요하다. 여기서 밀리면 자칫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 그래서 신현수의 사표는 바로 수리하는 게 낫겠다. 마음 변한 사람 붙들어봤자 그 근본은 바꿀 수 없다. 지금 신현수 태도는 단순한 항명으로 보기 어렵다. 

/에드워드 리(재미(在美)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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