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의 '세평'
미얀마(미얀마는 군사반란자들이 새로 개명한 국가 이름이고 원래는 '버마'이다)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고 국가 고문이자 외무부 장관인 '이웅산 수지'가 가택 연금당했다는 뉴스는, 촛불 시민들의 투표로 집권한 한국 사회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민주당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바로 버마 국민과 버마 민주주의 시민과 연대와 "협치"를 해야 하는 아웅산 수지가 미얀마 군부 세력과 "협치"한 결과가 빚은 한계를 여실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버마 민주주의 시민들은 아웅산 수치의 처신을 놓고 서로 갈등을 빚고 싸우고 반목했으며 민주주의 시민의 민주화 운동 시민 연대는 깨지고 말았다. "협치"는 절대 반란군 세력 또는 부패 기득권 세력과는 불가능한 것이란 사실을, 어디 나라를 떠나서 같은 이치임을 말해준다.
버마의 비폭력 민주화 운동 지도자로서 2010년까지 버마 군사 정권에 의해 가택 연금을 오랜 기간 당했던 이웅산 수지는 버마 민주화의 상징으로 국민의 존경을 받고 서방 언론의 보호를 받으며 버마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다.
세계는 그의 역할을 인정하고 라프토상과 사하로프상, 노벨 평화상(1991)을 수여했고 한국의 광주에서는 인권상도 건넸다. 한국에도 여러 차례 방문하고 서울대 명예박사학위 수여 및 기념강연도 하고 박근혜도 만나고 문 대통령도 만났다.
문제는 아웅산 수지가 내걸었던 "협치"와 "국민 통합"이 문제였다. 수지는 실질적인 군사 정권이 국가 권력을 장악한 현실을 인정하고 국가 고문을 맡고 외무부 장관을 맡은 것은, 버마 국민의 "민생"을 살리고 고립된 버마를 세상 밖으로 소통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이유였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권력 실력 세력인 군부와 타협하고 "협치"와 "국민 통합"을 주장했다. 그러나 오늘 반란군 군부에게 또다시 감금당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수치가 택한 "협치"가 버마 민주주의 시민들과의 연대를 거부하고, 군부에 협조한 "협치"가 어떤 현실로 결과하는 것인 지를 생생하게 말하고 있다. 군부와 "협치"를 하게 된 수지 국가 고문에 대한 버마 민주주의 시민들은 실망과 배신감을 토로했고, 국제 사회로부터도 민주화의 여신에서 배신의 상징 인물로 낙착되어 한국의 광주인권상을 포함, 여러 세계 단체로부터 수상이 철회되었다.
이는 수지가 유엔의 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미얀마군의 로힝야족을 집단 학살한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면서 수지에 대한 거부는 버마 안팎으로 가속됐다. 아웅산 수지는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의 상징 같은 인물에서 도리어 민주주의 시민들을 분열시키고 도리어 군부 세력의 입장에서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에 침묵까지 하는 모습에서 그의 정체를 묻게 됐다. 노벨상을 받을 무렵 수지가 버마 민중들에게 한 연설은 감동적이었다.
"부패한 권력은 권력이 아니라 공포다. 권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는 권력을 휘두르는 자를 부패시키고, 권력의 채찍에 대한 공포는 거기에 복종하는 사람들을 타락시킨다.”
이런 연설을 했던 아웅산 수지였다.
/김상수(작가·연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