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서평'

1.

<부안 이야기>는 전라북도 부안 사람들의 정겨운 삶의 기록입니다. 책을 펼 때마다 부안 땅과 부안 바다의 내음이 봄꽃처럼 환하게 피어나지요.

해마다 네 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부안 이야기>가 저를 찾아옵니다. 학창시절의 선배와 후배들이 힘을 합쳐서 만드는 잡지라서 더욱 반가워요. 또, 제 증조할머님 영월 신씨의 고향이 부안이라서 더욱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2.

<부안 이야기> 통권 제23호(2020년 겨울)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퍽 많습니다. 아시는 분도 계실 줄 압니다만, 부안은 고려청자의 주된 생산지였어요. 줄포만의 포구에서 고품질의 청자를 실은 배가 개경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더러는 운송 중에 난파되기도 하였지요. 운이 나빠서 침몰하고 만 운송선이야말로,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는 타임캡슐과도 같아요. 거기에 실린 청자며 각종 물건이 고려 시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주기 때문이지요.

이번 호 <부안 이야기>에 나오는 운송선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기억력이 좋은 분들은 아마 생각나실 것도 같습니다만, 지금부터 10년쯤 전, 정확히는 2010년에 충청남도 태안군 마도 해역에서 고려 시대의 배가 발굴되었어요.

그 가운데서는 우리가 “마도 2호선”이라고 부르는 배가 있어요. 그 배가 바로 부안에서 출발한 것이었답니다. 정확히 말해, 고부(현 전라북도 정읍시)에서 거둔 조세를 싣고 개경으로 올라가던 운송선이었다고 합니다.

3.

“마도 2호선”에 실린 화물은 여러 가지랍니다. 조세로 거둔 벼가 대부분이기는 하였지요. 현재의 지명으로 말하면 전북의 고창, 무장 그리고 정읍에서 거둔 것이랍니다. 벼만 실린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다른 화물도 보입니다. 가령 쌀(백미와 중미)도 있고, 콩과 메주, 누룩과 꿀, 참기름, 그리고 생선 알로 담근 젓갈도 실려 있었어요.

화물 중에는 고려청자도 발견되었습니다. 매화 무늬가 그려진 최고급 청자(청자 매병)가 나왔어요. 부안에서 만든 거였어요. 지금도 부안에는 고려 시대의 청자 가마터가 많지요. 대표적으로는 보안면 유천리에 많습니다.

또, 이 배에 실린 47개의 화물이 개경의 누구에게 배달되어야 할지를 일일이 기록한 ‘꼬리표’(물표)도 나왔습니다. ‘꼬리표’는 목간(木簡)으로 되어 있어서 바닷물 속에서 수백 년 동안 썩지 않고 본래의 모습 그대로지요.

여기에 더하여 대나무 조각에 쓴 편지도 여러 통이 발견되었답니다.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이야기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부안 이야기>(통권 제23호, 10-21쪽)에 실린 정재철 선생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4.

저는 <부안 이야기>가 올 때마다 가슴이 설렙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신기한 역사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기 때문일 테지요. 전국 어디서나 현지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는 분들이 많을 줄 압니다.

그분들의 수고가 쌓이면 우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더욱더 입체적으로, 선명하게 투시할 수 있을 텐데요. <부안 이야기>는 그런 희망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정말 고마운 책입니다.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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