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서평'

이채훈의 <<1일 1페이지 클래식 365 - 오늘도 설레는 하루>>(사우, 2021) 

1.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를 듣는다. 유튜브에 가면 몇 개의 음반이 있고, 그 가운데 두세 개를 차례로 이어서 듣다 보면 창이 환하게 밝아온다.

태생이 시골 사람인 내가 클래식을 본격적으로 만난 것은 독일 유학 시절이었다. 1980년대 중후반이었는데, 거기서는 라디오만 틀면 아름다운 선율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주로 “바이에른 4 클래식”이라는 프로그램에 채널을 고정하였다. 나처럼 본디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날마다 되풀이하여 듣다 보면 나름의 취향도 생기고, 음악이 가져다주는 환희를 알게 된다.

2.

최근 이채훈 선생이 낸 책 한 권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1일 1페이지 클래식 365>이다. “오늘도 설레는 하루”라는 부제가 꼭 내 생각을 그대로 표현한 것처럼 마음에 와닿는다. 책뚜껑을 열면 1월 1일부터 날마다 한 곡씩, 딱 한 곡씩만 간명하고도 서정적인 소개 글이 나오고, 그 곡조를 직접 들을 수 있게 해주는 “큐아르(QR)”가 첨부되어 있다.

하루에 한 곡만 들어도 좋다고 하지마는 나 같은 사람은, 이채훈 선생이 책에서 소개한 곡조를 하루에도 서너 개는 듣게 된다. 이렇게 날이 가고 달이 가면 이 세상의 가장 훌륭한 음악을 거의 빠짐없이 듣게 되어 있다. 편리하고도 멋진 일이다.

3.

책에서 드보르작의 <신세계에서>를 찾아보았다. 있다! 10월 12일의 음악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짤막하면서도 알찬 설명이 흥미롭게 서술되어 있다. 두어 대목만 살짝 옮겨 본다.

“1892년 10월 12일, 뉴욕 국립음악원장으로 부임한 드보르작의 환영식이 열렸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밟은 지 꼭 400년 되는 날로, 행사 제목은 ‘두 개의 신세계-콜럼버스의 신세계가 음악의 신세계를 만나다’였다.

자네트 서버 여사가 드보르작을 초청한 것은 미국 클래식 음악의 시조가 되어 달라는 요구와 마찬가지였다. 그가 처음 받은 연봉은 15,000달러, 프라하 음악원에서 받는 연봉의 25였다.”

아, 그래서 그 교향악의 이름이 <신세계에서>였구나! 잘 몰랐던 이라도 이채훈 선생의 설명을 읽으면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저자 이 선생은 이 교향악의 구성과 특징을 명쾌하고 설명하고, 맨 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멋들어진 한 단락으로 설명을 마감한다.

“이 교향곡에 미국 음악 팬들은 열광했다. 초연 직후 뉴욕 타임스는 ‘이 새로운 교향곡은 미국에도 예술 음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크게 반겼다. 하지만 떠들썩한 반응에 드보르작은 담담히 반응했다. ‘이것은 체코 음악이고, 영원히 그러할 것이다.’” 

4.

나는 이채훈 선생의 이 책을 곁에 두고 아마 자주 애용하게 될 것 같다. 그는 길고 좀 어려운 서양 음악만 소개한 것은 아니다.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도 있고, 김순남의 <산유화>도 나온다. 누구라도 즐길 만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실용적이면서도 교양이 넘치는 책을 소개하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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