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역사칼럼'
트럼프를 체포하라!
1.
어제(2021. 01. 07, 한국시간)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수천 명의 성난 군중이 의회를 습격했습니다. 그들은 경비의 제지를 따돌리고 의회 안으로 들어가서 난동을 벌였습니다. 그때 의원들은 조 바이던의 대선 승리를 의회 차원에서 승인하는 절차를 밟고 있었는데요. 군중의 침입으로 회의를 중단하고 방청석으로 몸을 피해, 소요가 끝날 때까지 덜덜 떨었다고 합니다.
2.
난동의 배후에는 현직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버티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는 자신의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끝없이 가짜 뉴스를 생산하며, 민심을 선동합니다. 트윗터 측은 그가 당분간 계정을 사용하지 못하게 조치하였습니다. 그러자 트럼프는 부하의 트위트 계정을 통해서 거짓 뉴스를 계속하여 생산, 유포 중입니다. 그는 이달 하순 백악관을 떠나야하지만, 그뒤에도 '위대한 미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투쟁을 계속할 거라며 큰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3.
온 세상이 위기에 빠진 미국의 민주주의를 염려합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비판이 봇물을 이룹니다. 한때 트럼프와 친밀하게 지내던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마저도 완전히 등을 돌렸습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매우 위험한 나라입니다. 거기서는 선거의 의미가 상실되어, 정상적인 정권 교체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많은 대중 매체가 있으나 여론이 제대로 수렴되지 못하고, 극한적인 가짜 뉴스가 난무하는 어지러운 세상인 것입니다.
4.
트럼프 때문이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이 그를 미국 민주주의의 공적이라고 공격합니다. 맞는 말이지요. 그러나 과연 미국사회에서 트럼프가 법률에 의해 적절하게 처벌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이 문제에 대해서 저는 무척 회의적입니다.
미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지식인도 많고, 유수한 교육기관도 즐비하며, 교양 높은 시민도 아마 가장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쉽게 대답하기 곤란한 일이지요. 아마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미국의 추락에 관하여 많은 연구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제 좁은 소견으로, 이 문제는 미국사회의 두어 가지 치명적인 약점과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사회경제적으로 중하층에 속하는 다수의 미국 시민은 교양 수준이 매우 낮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유튜브와 트윗터 등 SNS에 노출되어 있었을 때, 거기서 일어나는 정치적 문제점이 막심합니다. 그들은 상식적인 판단조차 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쉽게 선동되고 있습니다.
둘째, 미국사회를 지탱하는 법과 제도가 너무 낡았습니다. 이번의 대선과정에서 보았듯, 대통령 선거법 하나만 보아도 미국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 위에서 운영되는지가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셋째,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국가답게, 미국에는 자본의 힘을 견제할 아무런 장치도 없습니다. 입법, 행정, 사법 기관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자본의 조종을 받습니다. 최고의 인재 또한 자본의 핵심적인 기관에 집중되어 마땅한 대통령감, 유능한 상하원의원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들 모두가 자본에 종속되어 시민의 의지를 배반하는것이 일상의 풍경으로 보입니다.
요컨대, 미국사회를 구성하는 다수의 시민은 그 나라의 입법, 행정 및 사법 제도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반 사회적인 성향이 나날이 커지고 있으나, 미국의 지배 엘리트는 이를 무시합니다. 지배층은 낡은 제도와 모순된 관행을 통해서 앞으로도 미국 사회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5.
조 바이든이 21세기 세계의 골치덩어리로 전락한 미국을 과연 개혁할 수 있을까요. 그는 말썽꾸러기 트럼프를 감옥에 가둘 수 있을까요. 그는 분열된 미국사회를 통합하고, 미국의 현대화를 이룩할 수 있을까요. 바이든은 자본의 손아귀에 갇힌 미국을 해방할 수 있을까요. 많은 의문이 제 가슴 속에서 뭉게뭉게 일어납니다.
사족:
미국은 분명히 잘못된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이 세상에는 미국을 제일로 알고 배우기에 힘쓰는 나라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충실한 추종국가가 있는데, 그 나라는 어디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과연 어떠하십니까.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