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ward Lee가 본 '한국 사회'
정인이의 죽음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그 작고 고사리 같은 천사가 우리 사회에 준 메시지는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가해자이고, 피해자는 아닐까? 새해 벽두부터 상상할 수 없는 일로 국민적 공분이 하늘을 찌르지만, 과연 괴물이 가해자인 양부모들뿐일까?
미성년 성범죄 'n번방 사건' 파문도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윤석열을 비롯한 나경원, 김명수, 최재형 등 우리 사회는 다양한 유형의 괴물들을 이미 수없이 양산하고 있다. 단지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모두는 잠재적 가해자이고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개인을 탓하기에 앞서 이런 환경을 만들어 괴물이 서식하도록 한 사회문제로 접근해야 옳지 않겠는가?
우리가 경제적으로 성공한 이면에 그늘진 모습을 똑똑히 보아야 한다.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지? 그리고 이런 결과를 토대로 성찰이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선진국은 경제적 부가 아니라, 내면의 정신적 안정과 상생을 주된 가치로 해석하고 토대 삼는 서구의 휴머니즘이 옳다. 우리는 과연 선진국 운운할 만큼 성숙한 인간사회를 구축하고 있는가?
우리 근대사에서 인문적 성찰을 토대로 한 정권은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도무지 인문에 주목하지 않는다. 사회가 병들어 가고 괴물들이 출몰해도 위정자들의 관심사는 오직 ‘권력’에 방점이 있을 뿐이다. 문 정부의 ‘사람 사는 세상’도 구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선과 차기 대선을 위한 개혁의 퇴조도 여기서 기인한다.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을 희망할 수 없는 까닭이다. 정치의 후진성이 부른 사회구조적인 문제다.
정치의 본산이자, 우리 사회 전반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입법권을 쥐고 있는 국회가 역사적 통찰과 철학적 신념을 가지고 국민에 헌신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부끄럽게도 국회는 시민의 눈높이에 한참 모자란다. 이런 시간이 자그마치 75년이다. 그 사이 악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무성하게 자라서 적폐 기득권을 형성했다. 하여, 시민들은 절실하게 개혁을 원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권력에 방점이 있을 뿐이다. 국민과 위정자들 간의 괴리다.
정인이는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고통을 겪다 끝내 하늘의 별이 되었다. 두개골을 비롯한 온몸 골절, 장기 파열, 팔꿈치 탈골 등 두렵고 끔찍해 더 잃을 수 없을 정도다. 온몸이 성한 곳이 하나도 없이 갈기갈기 찢기고 깨지고 부서졌다. 더 잔인한 것은 8개월 간 800여 개의 학대 동영상을 촬영한 것. 도저히 사람이라 볼 수 없는 지경이다. 사법부에서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지만, 미국이라면 최소 수 백 년이다.
인간의 잔인함을 일찍이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렇게 잔악무도한 인간이, 그것도 하나님을 믿고 사람들을 선으로 인도하며 사랑을 가르치는 목회자 가정이라는 데서 무슨 말을 더할 수 있을까? 악마라는 칭호마저 그들에겐 사치스러울 뿐이다. 미안하지만,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위정자들이 무엇을 깨닫고 있는지 자못 의심스럽다. 그래도 윤석열 따위의 괴물을 방치하고, 개혁보다 권력을 위해 온갖 권모술수에 골몰해 있을 게다. 이런 정치, 정말 혐오스럽다. 믿었던 문 정부이기에 더 슬프고 참담하다.
정인이 학대 의심신고가 3번이나 접수되었는데 전문가와 경찰이 그냥 넘어갔다. 이해불가다. 우리는 지금 사람의 땅에 서있지 않고 지옥에 서있다. 우리는 모두 정인이를 죽음으로 내 몬 가해자들이다. 왜? 모든 사람이 제 본분을 하지 않은 까닭에 오늘의 정인이와 이런 아류 정치가 빚어졌으니까. 위정자를 비롯해 공무원들, 시민들이 모두 제 위치에서 그 맡은 바 본분을 다했다면, 우리 사회가 이렇게 망가질 순 없다. 모두가 조직과 가족, 개인 이기주의에 함몰돼 빚어진 현상이 아닌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 현실이지만, 지금이 처음부터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야 할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정인이와 윤석열은 계속될 것이다. 정치의 기능을 다시 성찰하고, 대통령은 진정으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이 누가 되는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이어야 옳지 않겠는가? 시민들의 촛불로 세운 문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정부나 대통령과는 달라야 한다.
/에드워드 리[Edward Lee, 재미(在美)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