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자료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자료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2021년은 선거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2022년 대선 정국과 맞물려 있어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며 관심이 지대하다.

이어 9월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11월에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있다. 따라서 올해는 4월 ‘보선 정국’, 9월과 11월 ‘경선 정국’에 이어 그 이후는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는 별도로 2022년에는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된다. 벌써부터 지역마다 차기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을 저울질하는 보도들이 줄을 잇고 있다. 바야흐로 선거의 해가 그 서막을 올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보도들이 눈에 띄게 자주 등장한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도에 집중하며 여론조사 결과만 나오면 오버하는 경향이 자주 목격된다. 이 때문에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과도한 ‘윤석열 프레임’...위험한 현상인가, 일시적 효과인가?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이 자주 언론보도에 오르내리는 현상을 두고 학계와 언론계 등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본인은 대통령 선거에 나설 뜻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더구나 고위 공직자의 신분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준수해야 할 위치, 그것도 검찰 수장으로서 가장 엄격한 공직자의 중립성을 요구하는 신분임에도 차기 대통령 선거 지지도 적합조사에 오르내리는 모습에 대해 일단 곱지 않은 시선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일부 보수언론들은 이러한 현상을 과도하게 부추기며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타격하고 비판하는 자료로 활용하며 정권교체에 대한 강한 집념을 내비치고 있다. 이른바 '윤석열 프레임'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윤석열 총장이 여론조사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갤럽 조사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갤럽은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를 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윤 총장이 한 번도 1%를 넘지 못했지만 2019년 7월 7%에 이어 8월 9%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또한 11월 11%, 12월 13%로 상승세를 계속 타고 있다.

YTN 1월 3일 방송 보도(화면 캡쳐)
YTN 1월 3일 방송 보도(화면 캡쳐)

올해 신년도부터 윤석열 총장의 지지도는 더욱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에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 윤 총장이 30.4%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 지지율이 30%를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0.3%로 오차 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밖에서 2위였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15.0%로 나타났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6.1%, 무소속 홍준표 의원 5.5%, 오세훈 전 서울시장 2.6%, 추미애 법무부 장관 2.4%, 정세균 총리 2.2%,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2.0% 등이었다.

이념별로는 보수 성향 응답자의 46.2%, 중도 성향 응답자의 33.6%가 윤 총장을 꼽았다. 진보 성향 응답자 중에서는 38.1%가 이 지사를 선택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 등 야권의 다른 대선주자들은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지지를 기록하지 못한 채 게걸음을 걷고 있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유권자 가운데 상당수가 황교안 전 대표를 차기 대선주자로 지지하다가 총선 패배 이후 황교안 전 대표를 버리고 윤석열 총장 지지로 옮겨갔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재인 정권·야권 대선주자들에 타격", "일시적 효과" 분석

조선일보 1월 3일 인터넷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조선일보 1월 3일 인터넷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이에 대해 '윤석열 현상'이 아닌 일시적인 '윤석열 효과'로 보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인 이름 뒤에 ‘현상’이라는 단어를 붙이려면 여론조사에서 적어도 차기 대통령 당선이 유력할 정도로 높은 수치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공직자의 신분이기도 하지만 정당 정치인 한국의 정치적 역학구도에서 과연 그를 대권주자로 인정하고 흡수할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를 흔들고 야권의 다른 대선 주자들을 짓누르는 효과는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연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중인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발언 파문과 후폭풍이 향후 정치 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윤석열 총장이 ‘월성 원전 1호기’ 수사를 지휘하며 문재인 정부를 위협하자 탄핵을 주장하는 여권 내부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공산이 커지는 양태다. 

따라서 윤 총장의 대선주자 선호도 상승은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 하락과 더불어민주당 지지도 하락에 연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문제는 야권의 다른 대선주자들까지 찍어 누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해 2위, 3위를 차지했던 유력한 정치인들이지만 윤석열과의 지지도 조사에서 열세에 놓여 맥을 추지 못하는 형국이다. 언제까지 과연 이러한 기이한 현상이 지속될까?

정치적 중립성 고도로 요구되는 현직 검찰총장, 대선 후보군 포함 적합한가?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상황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그 이유로는 4월부터 선거의 거센 경랑에 휩싸이게 되면 결국 정당 중심의 여론지지 지도가 형성되며 당을 대표하는 후보가 윤곽을 드러내는 하반기에는 상황이 더욱 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언론들은 윤석열 신드롬에 군불을 계속 지피는 모양새다. 왜 그럴까? 본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더구나 고위 공직자의 신분인 공무원을 차기 대선 주자로 내세워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동시에 이를 엄격하게 준수해야 하는 검찰총장의 신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현직 총장을 차기 대선 후보군에 포함시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행위가 과연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자칫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에 대한 저항과 불만의 표출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모순된, 불합리한 여론조사와 그 결과를 놓고 지나친 해석과 과도한 언론의 띄우기가 화를 자초하고 있는 양태다.

오차범위 무시, '윤석열 1위' 제목 보도 26개 언론사에 제재

지난 연말 윤석열 총장이 포함된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 보도에서 오차범위 내 지지율을 고려치 않고 ‘윤석열 1위’ 등을 제목으로 표현한 25개 신문사와 연합뉴스가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신문윤리강령 제4조 ‘보도와 평론’,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 ‘보도준칙’ 전문을 위반했다는 사유다.

문화일보 11월 11일 1면
문화일보 11월 11일 1면

신문윤리위는 지난 12월 9일 회의를 열고 11월 11일자 문화일보 1면 “대선주자 지지율 윤석열 첫 1위에” 등 서울일간지 보도 14건, 11월 12일자 강원도민일보 3면 “대선주자 여론 1위 윤석열 총장 강릉 인연 눈길” 등 지역신문 보도 11건, 연합뉴스의 11월 11일 기사 “윤석열 대권지지율 첫 1위… 이낙연·이재명 제쳤다” 등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

신문윤리위 운영규정에 따르면, 제재는 주의, 경고, 공개경고, 정정, 사과, 관련자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경고 등으로 나뉜다.

미디어오늘이 지난해 12월 28일 보도한 ‘오차범위 무시하고 “윤석열 1위” 26개 언론사 제재’에 따르면 제재를 받은 곳은 문화일보, 연합뉴스, 헤럴드경제,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세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경제, 강원도민일보, 경기일보, 경북일보, 경상일보, 경인일보, 국제신문, 대전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중부매일, 중부일보 등이다.

이들 기사는 모두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지지율이 윤석열 24.7%, 이낙연 22.2%, 이재명 18.4%(표본오차 95% 신뢰도 수준에서 ±3.1%P)가 나온 것을 전했다.

미디어오늘은 기사에서 “윤석열·이낙연, 이낙연·이재명 지지율 차이가 표본오차 범위 안에 있어 순위가 명확하게 가려진 것으로 보기 어려웠는데도 기사에서 순위를 매기고 큰 제목 또는 작은 제목에 ‘윤석열 1위’ 등 표현을 썼다는 지적”이라며 신문윤리위 관계자 말을 인용해 “지지율 또는 선호도가 오차범위 안에 있을 경우 순위를 매기거나 서열화하지 않고 ‘경합’ 또는 ‘오차범위 내에 있다’고 보도한다는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결과 자의적 해석, 순위 명시...공정성·객관성·정확성 위배 

이처럼 선거보도에서 오차범위 내 여론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순위를 명시하는 사례가 줄지 않고 있다. 아무리 여론조사 결과라 하더라도 사실의 전모를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하도록 신문윤리강령은 규정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객관성 외에 이를 분석하고 기사화할 경우 정확성과 공정성, 신뢰성을 훼손하는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각 지역언론들은 새해 벽두부터 다가올 2022년 실시될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와 분석기사 등을 보도하면서 현역 단체장 중심의 선거보도 프레임을 자주 드러내고 있다. 이로 인해 공정성 논란이 벌써부터 야기되는 곳이 눈에 띈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핵심적인 정치과정으로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한 기본 전제이다. 따라서 유권자들과 뉴스 이용자들에게 언론은 후보자와 정당에 관한 정확하고 신뢰할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 사명 중 하나이다. 

여론, 민심, 판세 등 유권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을 보도함에 있어 이를 과학적이고 공정하게 다룰 수 있도록 언론은 최대한 객관적인 방법을 활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선거가 서서히 다가오면서 이러한 불공정 논란은 전국 어디에서나 자주 목격될 것이다.  따라서 공정성·정확성·객관성의 선거보도 준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박주현 기자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