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저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이겨내실 거라 믿습니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21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익명으로 성금을 기부해 온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29일 오전 11시 24분쯤 노송동주민센터 인근 삼마교회 뒤편에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나 7,012만 8,980원이 담긴 성금 상자를 두고 사라졌다.
'얼굴 없는 천사'는 노송동주민센터에 "삼마교회 뒤편에 A4 박스를 뒀다"고 전화를 건 뒤 사라졌으며 두고 간 상자 안에는지난해보다 1,000만원 정도 많은 돈이 들어 있었다.
상자 안에는 5만원권 1,400장(7,000만원), 500원 동전 138개(6만 9,000원), 100원 동전 575개(5만 7,500원), 50원 동전 24개(1,200원), 10원짜리 동전 128개(1,280원)가 있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전화를 건 사람의 목소리 등을 교려해 볼 때 남성을 '얼굴 없는 천사'로 보고 있다. 이름·직업 등 모든 게 베일에 싸인 '얼굴 없는 천사'는 매년 12월 성탄절 전후에 비슷한 모양의 상자에 수천만원에서 1억원 안팎의 성금과 편지를 담아 노송동주민센터에 두고 사라지는 익명의 기부자다.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올해까지 21년간 모두 22차례에 걸쳐 총 7억 3,863만 3,150원을 기부했다.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통해 58만 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당시 중노2동주민센터에 보낸 뒤 사라져 불리게 된 이름이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이 사라져 연말 전주시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충남 논산과 공주 지역 선·후배인 A씨(36)와 B씨(35)는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10시 7분쯤 '얼굴 없는 천사'가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뒤편 천사공원 내 '희망을 주는 나무' 밑에 두고 간 성금 6,016만 3,510원을 상자째 차량에 싣고 도주해 특수절도 혐으로 기소됐다.
전주시는 사고 이후 올해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 상자를 지키기 위해 노송동주민센터 주변에 1,500만원을 들여 CCTV를 설치했다.
전주시는 그간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5,770여 가구에 현금과 연탄, 쌀 등을 전달해왔으며, 노송동 저소득 가정 초·중·고교 자녀 20명에게는 장학금도 수여했다. 노송동에는 천사마을과 천사거리가 생겼고, 매년 1004를 연상하는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했다. /전주시 자료제공
/박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