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의 '세평'
13년 전인 2007년 7월 여름, 당시 대통령 선거를 5개월 앞두고 이명박 지지율이 35% 정도였을 때다. 이름을 굳이 밝히고 싶지 않은 모 대학의 법학 교수와 이런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다.
필자: “이명박이 진짜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하는 수가 있다. 여러 범죄 혐의와 의혹이 있는 거짓말쟁이가 대통령이 된다면 나라는 혼돈에 빠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나서서 이명박을 정치의 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교수: “대통령이 뭘 어떻게 할 법 근거와 방법이 없다. 이명박을 노 대통령이 나서서 후보가 못되게 막으면 폭동이 날 수도 있다”
필자: “대통령이 긴급명령권으로 이명박을 체포해 구속 수사할 수 있지 않을까?”
교수: “법 적용에 무리가 있다”
필자: “범죄 혐의자 이명박이 대통령까지 돼도 노 대통령은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교수: “노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이라 법을 잘 알고 있으니, 법 적용에 신중하다. 그리고 이명박이 아무리 범죄 혐의가 있어도 국민의 35% 가까이 지지를 받고 있다”
필자: “이명박이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대한민국은 파괴되고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 보복을 당한다”( 이 정치 보복이 이명박과 검찰과 조선일보 등 부패 언론들이 노 대통령을 죽이는 짓으로 갈지는 그 때는 몰랐다. 심대한 정치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생각했지, 이명박과 검찰이 노 대통령을 살해로 내몰 것이라는 천인공노 할 짓은 상상 못했다)
교수: “국민이 이명박을 원하고 있다”
필자: “국민의 판단이 조중동이 만드는 이명박 허상에 가려져 사실을 못 보고 속고 있지 않는가?”
교수: “어쩔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법을 행사해 이명박을 대통령 후보로 막을 방법은 없다”
필자: ”대통령은 나라를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게 놔두면 안 된다”
교수: “국민이 이명박을 선택하면 어쩔 수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필자: ”민주주의가 파괴당하는 것도 민주주의 인가?”
노무현 대통령 때 장관을 하고 국회의원을 한 유시민은 이해찬 총리의 중동 순방을 수행 중일 때 카타르 도하에서 기자들에게 "박근혜나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된다고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 야당도 나라를 위해서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주동이 되어 노무현 대통령 지지 단체 '사단법인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를 만들었다. 열렬한 노무현 대통령 지지 원내외 단체였다. 대통령 퇴임을 수개월 앞두고 노 대통령은 양재동 교육회관에서 열린 ‘참정연’ 행사에 가 연설을 했다. 지지자들의 환호와 박수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노 대통령도 오랜만에 열렬한 지지자들 앞에서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꽤 긴 연설을 했다. 연설 시작에서 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집권을 하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요.(웃음)”
참정연 지지자들도 일제히 박수를 치고 웃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집권하고 이명박이나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위기에 빠진다는 것을 내다보았다. 그러나 그는 그가 죽임을 당하고 이명박근혜 9년의 시간 동안 나라가 파괴당한다는 것을 더 확연히 예상할 수 있었다면 참정연에서 지지자들 앞에 연설을 하기보다는 대통령의 헌법 행사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는 길을 합법의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틀어막아야 했었다. 그것이 대통령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에 고향을 내려갔다. 검찰 개혁을 주장했던 노 대통령을 향해 이명박과 정치 검사들이 보복에 나서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를 필두로 언론 참칭 매체들이 퇴임 대통령을 파렴치한으로 몰고 갔다.
한겨레신문까지 미쳐 제정신이 아니었다. 요즘 윤석열 편에서 기사를 내는 한겨레와 흡사했다. 노 대통령은 검찰에 불려 나가야 했다. 방송사는 헬기까지 띄워 퇴임 대통령의 검찰 출두를 생중계했다.
이명박과 검찰은 노 대통령을 악랄하게 사지(死地)로 내몰았다. 여론전은 검찰과 이명박의 의도대로 됐다. 결국 이명박과 정치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을 사실상 죽였다. 작년 9월 28일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은 경남 창원에서 있었던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논두렁시계 논란 등으로) 공격당할 때 발언을 잘 안하고 주춤하다 일이 생겼다”
대통령에게 도발하는 윤석열을 국회 탄핵해야 하고 윤석열에 대한 전면적인 특검 수사를 민주당은 국회 발의해야 한다. 직언 하겠다.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된다.
/김상수(작가·연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