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ward Lee가 본 '한국 사회'
주말에 바다를 찾아 휴식을 취했다. 잠시 모든 일상을 멈추고, 페북도 닫고 심신을 치유하고 싶었다. 멍하니, 그렇게 오랫동안 빈 바다를 바라보았다. 썰물과 밀물이 교차하는 지점에 바다는 동학농민혁명을 스크린처럼 띄워주었다.
빛바랜 흑백영화처럼 다가오는 민중들의 모습을 나는 또렷이 보았다. 순간 밀물의 바다는 억만 대군의 민중이었다. 그랬다. 바다는 민중의 거대한 함성과 분노를 조용히 품고, 그러나 무섭도록 도도하고 담대하게 진군, 온 개펄을 점령했다.
나는 자연의 섭리와 우주의 법칙을 되뇌며 인간의 제도를 생각했다. 우주의 수많은, 셀 수도 없는, 그래서 모른다는 게 답인 우주의 무한함. 이 광대한 우주가 법칙에 의해서 운행하듯이 인간의 사회 역시 제도에 의해 운용된다.
이를 거스르면 불협화음이 일고 충돌과 파괴로 이어지는 것이다. 거대한 운석이 지구나 다른 행성에 충돌(impact event) 시, 환경을 심대하게 파괴하고 대량 멸종을 일으켜 인류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런 가장 기본적인 '원리'가 지켜지지 않는 사회가 바로 작금의 대한민국이다. 우주의 법칙이 그렇듯 인간 사회의 제도가 파괴되면 그 불이익은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게 무엇일까? 윤석열의 검란? 물론 이 역시 틀리지 않으나 윤석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를 악용한 세력들의 제도에 대한 도전이다. 윤석열은 그들의 노리개나 앵벌이에 불과하다.
윤석열을 이용해 국가질서 및 사회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검찰-사법부-언론-삼성 간의 유착인 기득권 적폐의 국정 농단이 가장 심각한 악폐다. 이 중, 이들의 나팔수 노릇을 자임하며 스스로 기는 언론이 가장 문제적 집단이다. 이들의 혹세무민에 의해 여론이 지나치게 왜곡되기 때문이다. 반란군들이 가장 먼저 장악하는 게 방송사이지 않은가?
정부나 시민 집단지성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를 비트는 언론 집단에 의해 우리 사회는 단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를 거듭하고 있다. 언론지형만 놓고 보면 완전히 3 공화국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엉망이다. 이런 자들에 의해 사회가 재단되고 있다는 게 가장 문제다. 특정 집단이 사회를 재단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조선, 중앙이 저들 입맛에 맞는 대권주자를 세워 국정을 농단하겠다는 발상이다. 저들은 스스로도 "대통령은 우리가 만든다"고 떠버리며 대한민국 사회를 자기들이 컨트롤한다고 여긴다.
그러니 자신들의 프레임 밖에서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면 가차 없이 처단하는 게다. 그가 검찰개혁을 부르짖으며 공수처를 들고 나온 조국이요, 추미애이며, 그 아비 격인 문재인 대통령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일부 철없는 진보논객들마저 내부 총질에 더러는 수구 기득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왜? 그 잘난 머리로 돈 되는 곳에 줄을 서는 것이다. 그것이 신 기득권이요, 자자손손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함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회 지도층이 이렇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상황이 이렇다. 생각이 있는 사람들의 한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이 얼마나 이런 사회적 통찰과 역사성, 우리 사회 대 전환에 대한 철학적 신념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정도의 철학적 고찰이 없다면 그들은 무엇으로 정치를 하는 것일까? 민중이 쥐어준 힘을 사즉생의 각오로 사용하지 않고 악폐들과 협치 운운하는 데서도 그들의 스탠스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겉으로는, "그래도 국정 파트너인데 일반통행은 옳지 않다"고 말하는 자들도 있을 게다. 그러나 사실은 그들마저 기득권에 젖어 같은 생각으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인식이 아닐까? 피곤하고 긴 여정보다 쉬운 길을 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적당히 기득권을 누리고 싶은 게다.
광야에서 추위에 떨고 싶지 않은 것. 고군분투하는 문 대통령이나 조국, 그리고 추미애처럼 모든 것을 쏟아부어 민중을 위한 정치를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적당이 자신을 위해 살고 싶을 뿐.
그러나 지금, 역사적 대 전환기에 '적당히'가 가당키나 한가? 이런 자들에 의해 우리 정치가 운용되니 나라가 이 모양인 게다. 어찌 조국, 추미애에게 모든 짐을 지우고 무사태평이란 말인가?
법과 제도가 엄연한 나라에서 어찌 윤석열 하나를 처리하지 못하고 이토록 오랜 시간을 소모적으로 국력을 낭비할 수 있는가? 여기엔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의원들 각자가 시대정신을 보지 못하고 사즉생의 단호함 없이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역사적 대 전환기다. 목을 걸어야 할 때란 말이다.
조국과 추미애에게서 보듯 역사는 새로운 세상을 그저 주지 않는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감당할 수 있는 자, 그것도 피를 흘려가며 쟁취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아니면, 그들이 그 가치를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지키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시민 집단지성이 억만 대군을 이루어 바다의 밀물처럼 조용히, 그러나 무섭도록 우리 사회를 지배, 아래로부터의 혁명인 126년 전의 동학농민혁명을 마침내 이룰 때다.
/에드워드 리[Edward Lee, 재미(在美)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