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잊을만하면 터지는 지역언론계 비리가 또 발생했다. 공사수주를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전북지역의 전 언론사 대표에게 중형이 선고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황제재판' 의혹까지 일고 있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지역언론들은 이 문제를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접근하거나, 아예 뉴스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언론사 내부의 고질적인 병폐가 노출될까 두려운 것일까?
다행이 이번 사건이 일부 지역 언론사에 의해 보도됐다. 그러나 신문과 방송의 시각 차이가 다르게 조명됐다.
지역언론 관련 비리사건 '쉬쉬'...신문·방송 간 ‘온도차’도
신문들 중에는 전라일보와 전북중앙신문이 22일 관련 기사를 사회면에 보도했다. 두 신문은 '공사 수주 대가 금품수수 전 언론사 대표 실형(징역)'으로 제목을 뽑았다.
지역 방송사들 중 전주MBC가 관련 기사를 다루었다. 그러나 ''입찰 비리' 토착 브로커 실형...황제재판 의혹?'이란 제목으로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먼저 두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전주지법 형사제3단독(부장판사 김연하)는 변호사법 위반 및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지역언론사 대표 A씨(58)에게 징역 4년에 추징금 4억 8,500만원을 선고했다는 게 주된 요지다.
A씨는 지난 2014년 7월께 완주군에서 발주한 비점오염 저감시설 설치공사와 관련해 브로커 B씨를 통해 공사 수주를 대가로 광주의 한 환경시설업체로부터 7차례에 걸쳐 5억 9,800만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에게 “완주군수의 최측근과 친분이 있다”면서 “완주군수가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수사를 받아 해결하느라 급하게 돈이 필요하니 업체로부터 받은 돈을 전달해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영향력 내세워 거액 수수, 완주군에 무슨 영향력 행사했기에?
전라일보는 관련 기사에서 “해당 업체는 완주군으로부터 2014년 11월 비점오염 저감시설 설치공사 공법사로 선정돼 2015년 11월 21억 원 상당의 공사를 수주했다”면서 “이에 대해 A씨는 ‘B씨에게 입찰금액을 낮추라고 말한 것일 뿐 공사수주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B씨로부터 받은 돈도 알선을 대가로 받은 것이 아닌 사적으로 받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기사는 이어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중대한 범죄이며 자신의 영향력을 내세워 거액을 수수하고 범죄수익의 취득을 가장하고 은닉하는 등 범행 내용과 수법이 좋지 않은 점, 완주군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혐의를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판시했다”고 보도했다.
입찰 비리에 토착 브로커, 황제재판까지?

한편 전주MBC는 ‘'입찰 비리' 토착 브로커 실형...황제재판 의혹?’이란 제목의 기사로 내보냈다. “지난주 법원에선 완주지역에서 활동하던 한 브로커의 선고 공판이 있었다”는 기사는 “결국 실형이 나오긴 했지만 선고가 장기간 연기되더니 2년여에 걸친 재판과 보석방으로 또 풀려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사건이지만 판결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기사는 “완주산업단지에 위치한 오염 처리시설이 3년 전 만들어져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을 사전에 걸러주고 있다”며 “그런데 20억원대 규모의 관련사업의 입찰 과정을 뜯어보면, 한 마디로 토착비리의 온상이었다”고 전제했다.
기사는 “검찰수사 결과, 광주의 한 환경업체가 수주하는 과정에 브로커가 끼어있었다”며 “브로커가 구속 기소돼 실형을 선고 받고 다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은 그런데 브로커는 한 명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는 “공범이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도주했다 자수하는 뻔뻔함을 보였으며 당시 박성일 군수의 최측근 인사에게 청탁해 업체의 수주를 돕는다며 공범과 함께 입찰희망업체로부터 수억 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아왔다”고 덧붙였다.
“군수 최측근 입김 있었다고 인정...완주군의 책임 있는 해명 필요”
게다가 “보석으로 풀려나기까지 해 비교적 자유로운 신분에서 재판을 받아왔는데 선고도 수차례 연기돼 1심 결과는 2년이 걸렸으며, 재판부는 징역 4년의 실형을 내린다면서도 보석 신분을 유지해주기로 해 장씨는 법정구속을 피했다”는 기사는 “입찰비리 브로커가 이른바 '황제재판'을 받아온 게 아닌지 의문이 커지는데, 서울지역 대형로펌 변호사들과, 법조인 출신 지역 정치인의 법률지원까지 변호인단의 면면도 여간 화려한 게 아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외에도 기사는 “브로커들이 로비명목으로 뿌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돈의 행방은 여전히 미궁 속인 가운데, 재판부가 입찰과정에 군수 최측근의 입김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완주군의 책임 있는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완주군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브로커와 언론사 대표와의 관계, 군수 최측근과 브로커, 그리고 언론사 대표와 관계 등이 복마전처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2년 전인 지난 2018년 전북지역 언론사들 비리가 검찰에 의해 무더기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던 사건을 되돌려보게 한다.
2년 전 전북지역 언론사 대표들 무더기 기소·구속 떠오르게 해
2018년 6월 18일 전주지검은 2017년 11월부터 7개월간 진행한 전북지역 언론사 비리수사 결과를 밝혀 충격과 파장이 컸다.
당시 전주지검 형사2부는 청탁금지법과 배임수재, 최저임금법 위반, 갈취 등의 혐의로 전북지역 언론사 대표 등 간부와 기자 26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3명은 구속기소, 11명은 불구속 기소, 12명은 약식기소됐다.
당시 범죄 혐의 사례를 살펴보면 A언론사 편집국장은 2013년 6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5개 지자체로부터 행사보조금을 받아 하도급업체로부터 부풀린 비용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1억 2,2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또 B언론사 편집국장 겸 실질적 사주는 2016년 1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11개 기업체 등으로부터 광고비 수수를 가장해 3,5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그는 폐기물 재활용 업체를 상대로 비방성 기사를 보도할 것처럼 협박해 5,500여만원을 갈취한 혐의도 받았다.
또 다른 C언론사 대표는 2014년 1월부터 2017년 말까지 실제 근무한 근로자가 아닌 사람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로 올려 3,900여만원 상당의 보험급여를 부정 수급한 혐의를 받았다.
기사 쓰겠다며 협박해 돈 받고, 선거기사 써주고 돈 받고...되풀이
한 일간지 대표는 최저임금을 미지급하거나 적게는 700만원에서 많게는 5,000여만원의 보험급여를 부정 수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외에도 한 언론사 대표는 광고비 수주를 미끼로 6,800여만원을 챙기고 회사 홍보팀장을 상대로 비방성 기사를 보도할 것처럼 협박해 550만원을 갈취했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이에 앞선 지난 2014년 5월에도 전북지역에서는 돈 받고 선거 특집기사를 써준 언론사 대표가 구속되기도 했다.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2014년 5월 28일 특집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당시 ‘6·4지방선거’ 예비후보자 20명한테서 금품을 받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부안지역 언론사 대표를 구속했다.
'언론인과 취재원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새삼 떠오르게 한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