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수많은 종교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종교들은 교세가 강하던 약하던 그 종교가 추구하는 가르침을 신도에게 따르도록 하기 위한 경전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런데 미개 종교나 문자가 없는 시대의 종교도 비록 체계적으로 교리가 문자로 정리되지는 않았으나 구전(口傳)으로 전승되어 온 구술 경전이란 게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자의 발명과 함께 기록이 가능하게 되어 경전으로 발전되었으며, 기독교의 성경이나 불교의 불경, 이슬람교의 코란 같은 경전들이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14000년 전 마고시대에는 삼신교라는 종교가 있었고, 6000년 전 환웅천왕이 세운 배달나라에는 태백진교가 있었고, 단군왕검이 세운 조선에는 덕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3개의 종교가 통합한 형태의 선교(仙敎)라는 종교가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신라 시대 최치원 선생께서 쓰신 ‘난랑비서(鸞郞碑序)’에 나오는 '풍류(風流)'라는 것도 결국 선교(仙敎)로서 동양의 유.불.도 3교의 근원이 되는 모태 종교라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선조들의 종교 전통인 천부경과 천부인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분들이 바로 무속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마고시대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우리 민족의 토속신앙이 있었는데 무교에 경전이 없다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힘이 약해진 이후 중국의 속국으로 살아오다 보니 무속인들도 유교에 밀려 천대를 받아오는 과정에서 구전되어 오던 것을 누가 정리할 사람이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기독교 신학대학이나 불교대학은 엄청 많지만 우리의 전통인 무속을 연구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단지 민간에서 무속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나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구한말까지만 해도 이땅에는 함경도에 스승청, 제주도에 심방청, 경기도에 재인청, 한양에 풍류방이라는 지역별로 자생적으로 조직된 무속인들의 단체가 있었으나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축소됐다가 광복 후에 끝내 전부 해산됐습니다.

그래도 노중평 선생 같은 무속학자가 쓴 '전승 무교'란 책자를 보면 '무교 경전'이란 이름으로 정리된 부분이 있습니다.

무교 경전도 첫 장은 성경의 창세기처럼 하나님이란 단어가 나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요한계시록 같은 예언서도 있고, 무교 경전에도 요한계시록의 음녀에 해당되는 '물아기씨'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또한 기독교 찬송가나 불교의 찬불가 같은 우리 고대 사회의 '어아가'란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부르던 노래도 나옵니다. '어아가'는 환단고기 단군세기 편에 가사까지 자세하게 나오고 고구려 편에는 광개토대왕이 전쟁시 불렀던 진군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경전이란 게 원래 다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동양 철학서인 사서삼경도 기독교의 성경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사서삼경이란 기독교의 신약과 구약이며, 사서(四書)는 신약에 해당되고, 삼경(三經)은 구약에 해당된다는 말씀입니다.

기독교에서 신약이란 크게 복음서, 사도행전, 로마인서 그리고 묵시록으로 이루어져 있고 구약은 모세오경과 시편 그리고 예언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교의 서경(書經)은 구약의 모세오경에 해당되고, 시경(詩經)은 구약의 시편 그리고 역경(주역)은 구약의 예언서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다양한 종교를 공부하는 이유는 폭넓은 생각과 사상으로 모든 것을 다르게 보려하지 않고 하나로 동일하게 바라볼 줄 아는 지혜를 배워 진리의 세계로 가고자 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화구(금융인 37년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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