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모처럼 서울에 첫눈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눈에 띄게 많이 내렸습니다. 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첫눈이 맞는 것 같습니다. 지구 온난화 탓인지 우리는 첫눈이 내리는 날도 늦어지고 눈 구경하기도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오늘 같이 하얀 첫눈이 많이 내리는 날 모든 국민들이 복에 겨워 기뻐해야 할 텐데 코로나 사태로 국민들 가슴에는 쌓인 눈 만큼이나 시름도 겹겹이 쌓이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첫눈은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내린다고 합니다. 첫눈에 대한 추억과 기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사람들 중에는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약속한 젊은이들도 많을 텐데 오늘 만큼은 코로나 사태로 방역준칙을 준수하며 가능하면 만남도 자제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침을 먹고 인근 야산으로 나왔는데 지난 가을 낙엽을 떨어트린 나무 가지 위에는 소담스러운 하얀 눈꽃이 피어 하얀 나라 하얀 세상으로 변했습니다. 금년 가을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었던 바로 그 자리에 오늘은 은빛 비단 같이 하얀 눈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하얀 눈 속에 있으면 지금 나의 머릿 속을 하얗게 지우며 과거의 어린 동심의 시절로 돌아가는 거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눈꽃이 위대한 것은 눈은 내려서 늙은 고목과 죽은 나무 가지에도 꽃을 피운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눈꽃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거 같습니다. 어찌보면 봄햇살을 닮은 봄꽃보다 순백의 눈꽃이 더 화려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함박눈이 빚어낸 나뭇가지에 핀 오늘의 설화는 봄이 오면 붉고 화려한 진달래와 하얀 벚꽃을 다시 피우고, 노란 원색의 개나리도 꽃 피워 봄을 알릴 것입니다.
그러니 눈꽃과의 이별을 슬퍼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 나무들은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눈꽃과의 이별은 아름다운 이별이 되어야 합니다.

끝으로 오늘 드디어 코로나 확진자가 1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코로나 해결의 정답은 예방약인 백신이나 치료약 개발인데 우리 정부는 코로나 질병을 확인하는 진단키트가 해답이라고 자랑만 하다가 병만 더 키운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오늘 내려 세상을 하얗게 덮은 하얀 첫눈이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탐욕으로 가득찬 머릿속도 하얗게 비워서 여야가 서로 협치를 통해 국민들에게 하얀 나라 하얀 세상을 가져다 줄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화구(금융인 37년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