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발행·유가부수 등 따져 언론 홍보예산 집행을” -전북일보

자치단체 홍보예산 조례 제정 나서라 -전북일보

한국ABC협회 유료부수 인증결과 전년대비 393부 상승 -전북도민일보

한국ABC협회가 지난 11일 2020년도(2019년도분) 일간신문 163사에 대한 발행부수와 유료부수 인증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지역 일간지들의 자사 자랑하기 수준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자사의 부수 자랑을 넘어 자치단체들에게 홍보예산 지원조례를 제정할 것을 요구한 사설까지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더욱이 최근 10년 동안 신문산업이 퇴조(부수·구독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음에도 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역신문들이 '도토리 키 재기 경쟁'하듯 부수를 자랑하며 지자체에 손을 내미는 형국이다. 

한국ABC협회는 인증매체인 전국일간지 27개사, 지역일간지 107개사, 경제지 16개사, 영자지 3개사, 스포츠지 7개사, 소년지 2개사, 무료일간지 1개사 등 총 163개사에 대한 신문부수를 공개했다.

부수조사대상 기간은 2019년 1월부터 12월까지 12개월이며, 인쇄상황, 발송상황, 원재료입고, 사용내역 등에 대한 검증과 전표, 세금계산서, 계정별 원장, 결산서 등을 조사했다고 협회는 밝혔다.

신문부수 매년 감소, 10년 사이 발행부수 31.1% 감소...위기 ‘심각’ 

ABC협회 공개자료
ABC협회 공개자료

그런데 심각한 것은 신문부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협회는 지난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10년 동안 전국의 일간지 발행부수는 31.1%, 유료부수는 12.0%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2020년은 2019년 대비 발행부수는 5.6%p, 유료부수는 2.1%p 감소했다. 

그럼에도 전국 일간지 발행 및 유료부수 상위권 순위(1~3위)는 바뀌지 않고 있다. 신문시장의 독과점 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조선일보는 발행부수 1,212,208부, 유료부수 1,162,953부로 1위를, 동아일보는 발행부수 925,919부, 유료부수 733,254부로 2위를, 중앙일보는 발행부수 861,984부, 유료부수 674, 123부로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이들 3개 신문사가 1,2,3위를 각각 차지했었다. 

지역 일간지들 중 부산일보 유일하게 유료부수 10만부 유지 

ABC협회 공개자료
ABC협회 공개자료

지역 일간지들 가운데는 부산일보가 12위를 기록한 가운데 발행부수 144,076부, 유료부수 113, 698부로 지역에서 유일하게 10만부 이상의 유료부수를 나타냈다. 부산일보는 지난해에도 유료부수 114,011부로 12위를 차지했었다. 

올해 지역 일간간지들 중 부산일보에 이어 대구·경북의 매일신문이 13위(발행부수 123, 958부, 유료부수 98,711부), 부산의 국제신문이 15위(발행부수 113, 743부, 유료부수 83,884부)를 기록했다.

호남지역에선 광주일보가 35위로 발행부수 34,892부, 유료부수 28,389부로 가장 많은 유료부수를, 인근 대전일보는 34위로 발행부수 35,803부, 유료부수 29,965부를 기록했다. 

이처럼 지역별, 신문사별 격차가 크게 나타난 가운데 전북지역 일간지들 중에는 유료부수 1,000부 미만인 신문사가 3곳으로 나타나는 등 대부분 하위권 수준에 머물렀다. 

전북일보, 유료부수 감소로 순위 한 단계 하락, 42위 

이런 상황에서 전북지역 17개 일간지들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전북일보 유료부수는 지난해 대비 감소해 순위도 한 단계 밀려 전국 42위를 차지했다. 163개 일간지들 가운데 전북일보는 발행부수 26,000부, 유료부수 20,003부로 42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전북일보는 41위로 발행부수 26,000부, 유료부수 20,128부였으나 1년 사이에 유료부수가 125부 줄어 전국 순위가 한 단계 밀려났다. 다음으로 전북도민일보는 그 뒤를 이어 58위를 기록하며 발생부수 17,500부, 유료부수 14,010부를 나타냈다.

전북도민일보는 지난해 발행부수 17,292부, 유료부수 13,617부에서 올해는 유료부수가 393부 증가했지만 순위 변동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전라일보는 격차가 크게 벌어져 전국 88위로 발행부수 9,019부, 유료부수 5,600부를 나타냈으며 새전북신문은 97위로 발행부수 8,578부, 유료부수 3,522부로 나타났다. 

전북지역 일간지들 4대 신문 제외하고 100위권 밖으로 밀려 

이밖에 전북중앙신문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 105위(발행부수 5,101부, 유료부수 2,537부)를, 전민일보는 111위(발행부수 6,000부, 유료부수 1,831부)를 각각 기록했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12월 2일 실시한 '언론 홍보비 집행기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토론회 모습.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12월 2일 실시한 '언론 홍보비 집행기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토론회 모습.

이런 가운데 전북일보와 전북도민일보가 신문 부수를 서로 자랑하며 지면에 공개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먼저 전북일보는 지난 3일 “발행·유가부수 등 따져 언론 홍보예산 집행을”이란 제목의 1면 기사에서 'ABC실사 일간지 인증부수'를 공개하며 자사가 가장 많은 부수를 차지한다며 표와 함께 자랑했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전날(2일) 실시한 ‘언론홍보비 집행기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를 크게 부각시키면서 자사의 발행 및 유료부수를 공개한 것이다.

“자치단체 홍보예산 조례 제정 나서라” 압박...‘빈축’ 

전북일보 12월 4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 12월 4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신문은 이에 그치지 않고 4일 사설에서 ‘자치단체 홍보예산 조례 제정 나서라’란 제목으로 자치단체를 압박했다. 

사설은 “홍보예산 집행의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지역언론 시장의 정상화가 요원하다는 해결책은 이미 나와있다”며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책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에 나서지 않고 있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더니 사설은 말미에서 "전북도와 지자체는 조속히 홍보예산 집행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조례를 제정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전북도민일보가 14일 2면 ‘전북도민일보 전년비 유료부수 393부↑’란 제목의 기사로 질 수 없다는 듯이 부수 자랑에 가세했다. 

전북도민일보 12월 14일 인터넷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도민일보 12월 14일 인터넷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신문은 기사에서 "전북을 대표하는 전북도민일보의 지난해 발행부수는 1만 7,500부로 나타났으며, 이중에서 유료부수가 1만 4,010부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전북에서는 전북일보(2만 3부), 전북도민일보(1만 4,010부), 전라일보(5,600부), 새전북신문(3,522부), 전북중앙신문(2,537부), 전민일보(1,831부), 새만금일보(1,558부), 전북연합신문(1,301부), 전주매일(1,232부), 전라매일(1,122부), 전주일보(1,082부) 등의 순으로 유료부수를 인증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썼다. 

그러면서 신문은 전체 순위는 전북에서 전북일보 다음이지만 유료부수는 더 많이 증가했음을 은근히 부각시켰다. 

그러나 높은 관공서 의존도와 뉴스의 획일화, 광고형 뉴스 과다, 출입처 중심 보도자료 베끼기 및 담합기사 과다 등으로 ‘지역 뉴스의 사막화’를 초래한 대상으로 지역 일간지들이 가장 많은 지목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경영구조 개선 및 구성원들의 복지수준 향상 대책 등 자체적인 개선책은 내놓지 않고 지자체 홍보예산에 눈독을 들이는 행태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따갑기만 하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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