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백종선의 '그녀의 새끼손가락'
1.
책의 표지에 ‘미니소설집’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과연 그 말 그대로입니다. 책 뚜껑을 열자 26개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담겨있어요. 작가가 일상에서 마주친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 이건 내 이야기도 같고. 저거는 또 그 사람, 맞아 바로 내가 아는 그 친구의 일이 아닐까.’ 전화라도 걸어서 작자에게 확인해보고 싶은 충동이 몇 번 제 가슴 속에서 일어났지만 그냥 참아보기로 했습니다.
2.
<<그녀의 새끼손가락>>에는 정말 그녀의 새끼손가락도 나오고, 보고 싶은 어머니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련한 사랑 이야기도, 슬프지만 신비롭기도 한 불행도 우리를 기다립니다. 고독한 나그네의 정취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영원을 향한 손짓이 보이기도 하네요.
이 책은 계절로 치면 가을이야기 같습니다. 아마 저자가 어느덧 인생의 가을에 들어섰기 때문은 아닐까요. 투명한 가을 햇살 아래서는 모든 것이 더더욱 아름답고 처연하기도 하고, 내 일이지만 나와는 무관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 않든가요.
3.
저자 백종선은 신춘문예에 소설로 등잔한 작가지요(1990년 경인일보에 ‘샘터의 달빛’). 《그 남자의 뱃속에는 개구리알이 들어있다》는 소설집을 내기도 하였답니다(1998년). 연전에는 《화사한 날의 벌초》로 상을 받기도 한 분입니다(2017년 문학세계 15회 소설문학대상).
아련한 옛 추억이 나도 모르게 그리워질때가 있는지요. 그렇다면 회롯불 옆에 앉아서 <<그녀의 새끼손가락>>을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이 우리를 기다려주지는 않지요. 그러나 우리는 그 날을 언제까지나 되새김질하며 빛바랜 삶을 염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초겨울입니다.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