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종태 한보협(자유한국당보좌진협의회) 회장
최연소 보좌진협의회장 당선...‘보좌관 해고 예고제’, ‘워라밸’ 실천 공약
“드라마와 현실은 많이 다르다...주인공 이정재 같은 보좌관은 없다”
우리 정치는 여전히 개혁의 난관에 부딪혀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제대로 끌고 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불가역적이고 포괄적인 정치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사람과 언론> 가을호는 ‘국회개혁 없이 정치개혁 없다’란 특별 기획을 마련하고 국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2,700여명의 국회의원 보좌관들을 대표하는 보좌진협의회 회장들을 상대로 보좌진들의 당면 개혁 과제뿐만 아니라 국회개혁 등에 대해서 들어보기로 했다.
여당(더불어민주당)과 야당(자유한국당)의 보좌진협의회 회장에게 우선 질의서를 보내고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한보협(자유한국당 보좌진협의회)측만이 긍정적인 답변과 답변 자료들을 보내왔다.
민보협 회장은 7월 26일 경선을 통해 29대 회장(조현욱 보좌관)이 당선되었지만 끝내 질의서에 대한 답변이 오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대신 제29대 한보협 회장 선거에서 단독 후보로 나서 이보다 앞선 7월 4일 최연소 신임 회장으로 당선된 이종태 보좌관이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정성스럽게 정리해 보내왔다.
대학원 졸업논문을 준비하던 2006년 가을 수행비서라는 직책으로 처음 국회에 발을 내딛어 어느덧 15년차인 베테랑 보좌관이 된 그는 현재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을 보좌하고 있지만 당선 첫 일성으로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당 보좌진협의회와 함께 보좌진의 안정적인 업무활동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국회개혁을 위해 보좌진들이 힘을 합쳐 노력해 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비록 자유한국당 소속 보좌관이지만 국회 전 보좌관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당을 떠나 보좌관 모두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며 국회 개혁에 보좌진들이 앞장서겠다는 당찬 각오다.
제27대 한보협 사무총장, 제28대 한보협 부회장 겸 대변인으로 8급 보좌진 신설, 국회보좌진위원회 당규 신설, 국회인턴제도 운영지침 개정, 힐링콘서트 개최, 패스트트랙 과정 피해 보좌진 보상안 마련 등을 이뤄낸 이종태 회장과 나눈 서면 인터뷰를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했다.
Q 보좌진협의회 회장으로서 가장 먼저 추진하고 싶은 분야는 무엇인가?
A 지난해 민보협(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과 함께 비정규직 문제를 11개월 인턴 후 재계약(채용 또는 해지)이 아닌 22개월로 늘려냈다. 그러나 지금도 가장 신경을 쓰이는 분야는 보좌진의 '직업 안정성'이다. 보좌진은 언제 해고통보를 받을지 모르고, 인맥이 없으면 채용을 이어가기 어려운 비정규직 중 비정규직이다. 따라서 보좌진 이력 등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내년 총선에서 새로 국회에 입성하는 의원, 재입성하는 재선 이상 의원에게 우리가 갖춘 인재풀을 소개하고 채용을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Q 구체적으로 보좌진들의 신분 안정화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A 한보협 애플리케이션에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보좌진이 자신의 이력서를 업로드하고 이를 의원 등에게 소개하도록 할 것이다. 의원과 보좌진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방법이다. 수행·행정·정책보좌진 등 직급별 맞춤형 취업지원이 목표다. 3급 보좌관 신설 및 면직예고제 도입도 추진하겠다. 현재는 의원이 보좌진에게 해고를 통보하면 끝이다. 해고 통보 후 1개월간 근무 보장으로 이직 등의 준비시간을 갖게 하는 해고 예고제 도입을 시행하기 우이해 노력할 것이다.
Q 민보협 회장도 최근 선출됐다. 어떤 방식으로 공조를 해나갈 계획인가?
A 보좌진 처우와 관련해선 민보협과 함께 국회보좌직원에 관한 근거를 '국회법'에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가장 큰 당면 과제다. 보좌진들이 파리 목숨처럼 불안정안 신분으로 일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는데 힘을 적극 보태겠다.
Q 한보협은 언제 설립됐으며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지?
A 한보협은 창립총회를 1990년 6월 18일 갖고 본격 출범했다. 한보협은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 22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권익 증진과 화합의 구심점 역할, 건전하고 창의적인 보좌 활동으로 국가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Q 보좌관 해고 예고제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혹시 보좌관들이 노조설립을 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A 보좌직원은「국가공무원법」에 따른 특수경력직공무원 중 별정직공무원으로서 보좌직원의 면직절차는「국회별정직공무원 인사규정」에 따라 국회의원이 국회 사무총장에게 면직요청서를 제출하면 면직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보좌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이 낮아 보좌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보좌직원의 전문성 확보에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직권면직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국가공무원법」의 규정이 별정직공무원에 대해서는 적용이 배제되어 있는바, 이에 「근로기준법」상의 해고 예고제도와 같이 보좌직원의 경우에도 면직 예고에 대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Q 현재 보좌진들의 가장 어려운 점은 예고 없는 면직통보 외에 무엇들이 있는지?
A 국회의원 보좌관들은 법을 만들고 선거판을 흔드는 국회의 ‘숨은 권력’이다. 하지만 동시에 의원 한 마디에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는 신분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불법 유혹에 노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온갖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입법 과정의 최전선에 있지만, 고용이 불안정해 의원들의 강권을 거절하기 힘든 위치기 때문이다. 함께하던 의원이 국회를 떠나면 백수 되는 건 시간문제다. 고용이 극히 불안정한 직업이라는 얘기다. 일반 회사처럼 생각하고 일하면 나중에 큰일 난다.
의원이 불법에 연루될 경우 보좌진까지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는 일도 많다. 의원의 개인 비리 때문에 보좌관까지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 보좌들들 중에는 여러 차례 소송에 휩싸인 경험이 있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하다. 특히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과정에서 고소 고발당한 보좌관들은 트라우마까지 생겼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 때 경호기획관실 직원 등과 부딪히는 과정에서 보좌관 10여명이 고소·고발을 당했다.
‘여의도 옆 대나무숲’이라는 국회 보좌진 익명 커뮤니티에는 ‘어르신(의원)들이야 더 이상 아까울 것 없겠지만 젊으신 분들은 빨간 줄 하나에 인생이 발목 잡힌다‘는 성토가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보좌관은 국회의원 앞에선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생사여탈권이 의원에 있기 때문이다. 국회사무처에 팩스 한장만 보내면 보좌진을 즉각 해고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 불법을 강요하면 거부하는 게 쉽지 않은 이유다. 보좌관은 국회의원이라는 작은 소기업에 고용된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
Q 보좌진들이 예고제 없이 해고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
A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의원들은 1명 당 19.7명의 보좌진을 채용했다. 보좌진 인원이 1명 당 9명인 것을 감안하면 들어온 인원만큼 나간 인원도 많다는 뜻이다. 경력이 10년 넘은 보좌진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경우도 있다.
국회 보좌관 인력들이 가장 크게 물갈이 되는 때는 선거 이후다. 의원이 낙선하면 일자리를 잃는다. 일을 잘한다고 소문이 나거나 인맥이 좋은 보좌관은 ‘스카웃’ 대상이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국회를 떠날 수밖에 없다. 일부 보좌관들은 ‘사노비’ ‘머슴’이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의원들의 말이 그만큼 절대적이다.
따라서 내가 회장에 당선되면 의원이 보좌진을 해고할 때 30일 전에 서면으로 통지하는 면직예고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보좌관들과 약속했다. 보좌진의 권익과 위상을 높여 자부심을 키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작지만 국회개혁이라고 생각한다.“
Q 보좌관들의 평균 활동기간은 몇 년이나 되는지?
A 최근 한 조사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인데 국회 보좌관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대략 5년인 것으로 조사됐지만 직급별로 다르다. 중소기업 평균 근속연수 6년 5개월, 대기업 평균 근속연수 12년 5개월에 비하면 적은 수치다. 그림의 자료(한보협 제공)를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Q 최근 드라마에서 국회 보좌관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로 상징되고 있는데, 드라마와 실제는 어떤 점이 다르다고 보는지?
A 드라마와 현실은 많이 다르다. 그러나 과거 국민들의 인식이 보좌관이라고 하면 국회의원 가방이나 들고 따라다니는 수행원 정도로 인식을 했는데 이제는 입법부 공무원인 보좌관에게 대한 선입견이나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데 드라마가 약간의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드라마의 주인공, 이정재 같은 보좌관은 주변에 거의 없다.
무엇보다 보좌관은 별정직 공무원이다. 모시는 의원이 해임되면 모두가 국회를 떠나야 한다. 또 의원과 맞지 않으면 바로 면직된다. 직업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말이다. ‘보좌관 면직 예고제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보좌진의 권익과 위상을 높여 자부심을 키울 필요가 있다.“
Q 워라밸을 취임 전부터 공약으로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A 앞서도 얘기했지만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국회를 움직이는 막강한 조직이지만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은 본인보다 가족들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불규칙한 출퇴근과 잦은 야근, 휴일 근무 등으로 가족들과 일상을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름대로 공약한 것이다. 모든 보좌관들이 가족과 함께 주말이 있는 삶을 위해 노력하겠다.
Q 대전환의 시대, 정치개혁의 수준은 현재 어느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보는지, 그리고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국회개혁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정치개혁의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회도 변화와 개혁이 국민들이 원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국회에서는 국회의원들만이 있는 곳이 아니다. 3천여 명에 달하는 보좌진들이 항상 일하는 곳이다. 국회가 개혁하고 정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보좌진들의 신분 안정화와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국회의원이 보좌진에게 해고를 통보하면 끝이다. 해고 통보 후 1개월간 근무 보장으로 이직 등의 준비시간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국회보좌직원에 관한 근거를 '국회법'에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작지만 국회개혁이라고 생각한다. 보좌진들은 내년 총선이 정책총선이 될 수 있도록 정책발굴에 벌써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정치개혁과 변화가 이뤄지리라 믿는다.
Q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A 보좌진협의회를 좀 더 젊고 역동적으로 운영해 나가고 싶다. 우리당 소속 보좌관이 220명이고 나이가 나보다 대부분 많다. 그래서 내가 한보협의 최연소 회장이 된 이유다. 젊다는 얘기다. 비록 당은 다르지만 다른 당의 보좌진들과도 연대해 국회 내에서 보좌진들의 처우라든지 어려움이 있으면 함께 해결하도록 돕겠다. 보좌진들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아진다면, 그게 바로 국회가 발전하고 개혁하여 국민에게 신뢰받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과 언론> 제6호(2019 가을).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