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역사칼럼'

'걸으면 해결된다-불안의 시대를 건너는 철학적 걷기'
'걸으면 해결된다-불안의 시대를 건너는 철학적 걷기'

1.

여러분은 걷기를 좋아하십니까. 수년 전부터 틈만 나면 취미 삼아 걷는 분들이 퍽 많아졌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마는 조금 빠른 속도로 한적한 길을 걷노라면 저절로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가슴 속에 맺힌 슬프고, 억울한 사소한 일들, 마음을 헝클어놓았던 삶의 뒤엉킨 실타래들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어떤 분들은 그저 체중을 조금이라도 줄여볼 생각에서 걷기도 하지요. 그런데 결과는 아마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의도했든 말든 명상의 효과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치유라고 불러도 좋을 테지요. 우리에게 걷는다는 것은 정말 묘한 일인 것 같습니다. 하필 ‘산티아고의 길’만 구도의 여행은 아닌 게지요.

2.

<<걸으면 해결된다>>를 읽으면서 공감을 퍽 많이 했습니다. 책의 지은이지요, 철학자 우석영 선생과 소병철 선생 덕분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걷기 담론을 한 자리에서 다 들어본 느낌이 듭니다.

철학자들의 명상과 탁월한 시인이 베푸는 아름다운 문장의 향연에 초대받은 것도 같고요. 아울러, 이 책은 걷기의 역사까지 친절하게 일러주고 있어서, 걷기에 관한 문명사적 심포지엄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그런데요. 저자들은 이 책의 근본적인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우리는 이 책에서 걷기가 어떻게 (인간의) 모멸감과 불안감과 두려움을 잠재우고 자신력(自信力)과 자존감과 자긍심을 키울 수 있는지, 왜 걷기가 자기에 대한 앎과 철학적 사유와 창의성을 촉발하는지, 왜 걷기가 야외 운동(exercise)이라기보다는 특별한 삶의 실천인지를 탐구했다.” 

3. 

과연 이 책을 읽노라면 나의 걷기가 내 삶에 어떤 의미인지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작은 못 하나가 벽을 허물 수 있다. 막힌 삶의 길이 벽이라면, 걷기는 바로 그 못의 하나다.”

저는 이 표현에 탄성을 지르며 깊이 공감했습니다. 그렇지요. 못 하나가 장벽을 허물 수가 있어요. 조용한 숲을 헤쳐나가는 오솔길을 향해 내딛는 나의 작은 한 걸음이 인생에 전환점으로 이어질 수가, 왜 없겠어요.

“걷는 인간으로부터 기도하는 인간, 제작하는 인간, 생각(성찰)하는 인간, 예측하고 계획하는 인간, 창작하는 인간, 놀이하는 인간, 작곡하고 노래하는 인간, 유머를 즐기는 인간, 거짓말하는 인간, 수다 떠는 인간, 무위하는 인간이 가지를 치고 나왔다.”

위에 옮겨 적은 이 성찰의 한 마디가 과연 옳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4.

우리가 집 바깥으로 나가서 걸음을 떼기 시작하면 인생의 많은 문제가 어디서부터인지는 몰라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왜냐고요? 책의 저자는 이렇게 대답하거든요.

“집 밖의 세상과 길들이 모두 다 사색가의 서재이다.”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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