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코로나19 시기 한국사회의 혐오 담론 & 파편사회와 사회적 공존의 모색

코로나19의 위험 상황에서 사회학자들과 언론학자들이 함께 모여 우리사회의 혐오 담론과 파편사회 그리고 불확실성과 위험사회의 공존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해 주목을 끌었다.

호남언론학회와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 및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 공동 주최한 ‘코로나19 이후, 일상화되는 불확실성과 위험의 사회, 어떻게 재개념화 할 것인가?’란 대주제의 세미나가 11월 5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전북대 인문사회관 204호에서 발제와 열띤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주제 1] 파편사회와 사회적 공존의 모색

이날 첫 발제는 정태석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와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가 공동으로파편사회와 사회적 공존의 모색’을 주제로 시작됐다.

‘코로나19 이후, 일상화되는 불확실성과 위험의 사회, 어떻게 재개념화 할 것인가?’란 주제의 세미나가 11월 5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전북대 인문사회관 204호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이후, 일상화되는 불확실성과 위험의 사회, 어떻게 재개념화 할 것인가?’란 주제의 세미나가 11월 5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전북대 인문사회관 204호에서 열렸다.

사회학과 두 교수들은 ‘왜 파편화(fragmentation)인가?’란 화두를 던지면서 ‘파편사회(fragmented society)를 어떻게 볼 것인가?’, ‘파편사회의 이념형적 개념화’, ‘ 파편사회 개념을 적용해 사회를 분석할 때 핵심 연구 분야’ 등에 관해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정태석 교수는 “파편화는 수평적 분화와 수직적 분화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 나타날 뿐만 아니라 동시에 탈인격적 차원과 인격적 차원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전개된다”며 “사회는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크고 작은 다양한 영역들로 분화되는데, 각각의 사회영역들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수평적, 수직적 분화의 양상을 보이면서 동시에 탈인격적 관계와 인격적 관계라는 두 차원에서 분화되어 간다. 파편화는 이러한 다양한 양상들을 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개념”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탈인격적 관계와 ‘인격적 관계’의 구분, ‘탈인격적 체계’와 ‘인격적 사회관계’의 구분은, 기존의 개념도식이나 문제 틀의 한계를 넘어서 다양한 사회 영역들에서 수평적, 수직적 분화를 낳는 파편화의 복합적 양상들을 발견하고 설명해내기 위한 중요한 분석적 개념도구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사회발전의 새로운 전망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이상훈 전북대 신방과 교수(왼쪽)과 첫 발제를 한 정태석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오른쪽).
사회를 맡은 이상훈 전북대 신방과 교수(왼쪽)과 첫 발제를 한 정태석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오른쪽).

이어 설동훈 교수는 “오늘날 ‘사회의 파편화’(fragmentation of society)는 우선 사회분화의 심화라는 맥락에서 해명할 수 있다”며 “세계화, 정보화, 문화(가치)다양성의 증대, 다문화사회, 과학기술의 발달, 환경위기 등의 과정 속에서 사회 영역들이 다양한 쟁점, 가치, 이익, 속성 등에 따라 세분화되고 있고, 이들이 서로 복잡하게 교차하면서 다양한 사회집단이나 개인들 간의 균열과 분절이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서 “그런데 이러한 파편화는 ‘탈인격적 체계’와 ‘인격적 사회관계’라는 이중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선 탈인격적 체계 차원의 파편화는 도구적 합리성의 발달을 가져오게 되지만, 동시에 인격적 사회관계의 분절화로 이어지게 되면서 모순적인 현실을 낳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회가 복잡화되면서 인격적 사회관계 차원에서도 정체성의 차이나 다양한 가치지향에 따른 분화/파편화가 점차 심화되고 있으며, 그래서 이러한 이중적 파편화를 해명할 수 있는 새로운 문제 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설 교수는 “오늘날 파편사회는 체계 분화가 만들어내는 파편화와 사회관계 분화가 만들어내는 파편화가 교차하면서 복합적인 균열과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어서 전통적인 ‘사회통합’의 틀에서 그 해결책을 찾기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교수는 오늘날 파편사회의 양상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개념들과 파편사회 극복 방안의 연구애 관한 영역과 주제 등을 제시해 주었다.


다음은 두 교수가 발제한 첫 번째 주제의 내용 전문이다.

[주제 1] 파편사회와 사회적 공존의 모색

정태석(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 설동훈(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차례

1. 왜 파편화(fragmentation)인가

2. 파편사회(fragmented society)를 어떻게 볼 것인가

3. 파편사회의 이념형적 개념화

4. 파편사회 개념을 적용해 사회를 분석할 때 핵심 연구 분야는

1. 왜 파편화(fragmentation)인가

(1) 파편화는 사회변동의 두 가지 맥락을 포함한다. 

* 사회분화의 역기능: 분절화, 유기적 결합(연관)의 해체

- 파편화는 우선 사회변동을 설명하는 사회학의 전통적 개념인 분화 또는 분업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데 분화/분업 개념이 동일성이나 유기성에 기초하는 통합이나 연대의 전망(총체적 인간노동, 유기적 연대) 을 제시하고 있다면, 파편화는 더 이상 동일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제한다.

그래서 사회가 부분들로 나누어져 분절화됨으로써 과거와 같은 유기적 결합이나 연관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파편화는 분화/분업에 비해 규범적 가치판단의 요소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2) 파편화는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된다.

* 수평적 분화: 차이, 다양성, 자율성

* 수직적 분화: 위계서열, 불평등, 지배, 차별, 배제 

- 파편화는 분화/분업과 마찬가지로 사회가 두 가지 방향으로 분산되고 균열된다는 점을 보여주면서도, 이러한 분화, 특히 수직적 분화가 사회관계의 갈등과 적대를 낳는다는 점에 좀 더 주목하도록 한다.

(3) 파편화는 두 가지 차원을 지닌다.

* 탈인격적(impersonal) 차원: 체계

* 인격적(personal) 차원: 사회관계, 인간관계

- 파편화는 사회의 분절화와 수평적/수직적 분산/균열이라는 사회의 복합적 양상들을 포착해내고 전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발견적 개념들을 필요로 한다.

- 탈인격적 관계(체계)와 인격적 관계(사회관계)는, 두 가지 차원이 융합됨으로써 나타나는 파편화의 복합적 양상들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들이다.

(4) 파편화 개념의 이점

사회의 각 영역에서 나타나는 분화의 양상에 대한 이중적 문제설정이 필요한데, 파편화 개념은 탈인격적 차원과 인격적 차원을 포함함으로써, ‘체계 차원의 분화’와 ‘사회관계 차원의 분화’가 서로 융합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순과 갈등의 다양한 양상들에 대한 문제설정을 가능하게 하여, 사회현상/사회변동을 복합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게 한다.

- 파편화는 수평적 분화와 수직적 분화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 나타날 뿐만 아니라 동시에 탈인격적 차원과 인격적 차원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전개된다. 

-사회는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크고 작은 다양한 영역들로 분화되는데, 각각의 사회영역들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수평적, 수직적 분화의 양상을 보이면서 동시에 탈인격적 관계와 인격적 관계라는 두 차원에서 분화되어 간다. 파편화는 이러한 다양한 양상들을 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개념이다.

- ‘탈인격적 관계와 ‘인격적 관계’의 구분, ‘탈인격적 체계’와 ‘인격적 사회관계’의 구분은, 기존의 개념도식이나 문제틀의 한계를 넘어서 다양한 사회 영역들에서 수평적, 수직적 분화를 낳는 파편화의 복합적 양상들을 발견하고 설명해내기 위한 중요한 분석적 개념도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발전의 새로운 전망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2. 파편사회(fragmented society)를 어떻게 볼 것인가

(1) 사회분화와 모더니티(modernity)

- 고전사회학자들은 전통사회에서 현대사회로의 이행과정이 사회가 진보, 발전, 합리화해 온 과정이라고 보았으며, 그 중심에 분화/분업이 있다고 보았다.

- 교류양식(생산양식)의 발전(마르크스), 분업과 사회적 연대의 전환(뒤르켐), 합리화와 전문화(베버)는 모두 사회분화의 역사적 양상을 보여주는 개념들이자 이론들이다. 이것들은 모더니티(현대성)의 형성과 발전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개념들이다.

- 고전사회학자들은 전통사회에서 현대(자본주의)사회로의 이행과정에서 사회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전문화가 진행된 것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동시에 사회집단(공동체와 사회조직)과 사회적 네트워크를 분절화하는 부정적인 면에도 주목하였다.

- 모더니티(현대성)의 부정적 측면들: 마르크스의 ‘인간 소외, 착취, 계급갈등’, 베버의 ‘합리성의 철장(iron cage)에 갇힌 인간의 의미상실, 뒤르켐의 ‘개인주의와 아노미로 인한 사회해체’ 등

(2) 사회영역들의 분화를 바라보는 문제 틀

–무엇이 문제인가

- 고전사회학자들은 현대사회(시장-교환경제, 자본주의와 계급, 민주주의)로 오면서 물질적 삶의 양상들과 정신적 삶의 양상들이 경제, 국가(조직)를 비롯한 다양한 제도들로 분화되어 왔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토대/상부구조(국가, 이데올로기), 노동-분업구조/도덕(종교), 시장/국가권력-관료제/윤리(종교) 등으로 사회의 영역들을 구분해보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에 기초하여 현대자본주의사회에 대한 비판적 문제틀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 토대/상부구조(마르크스): 토대에 의한 상부구조의 결정과 상대적 자율성,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서 착취와 계급투쟁- 분업과 도덕(뒤르켐): 분업의 발달에 따른 기계적 연대의 유기적 연대로의 전환(이행), 분업과 도덕 간의 불균형(강제적 분업, 아노미)

- 다원적 합리화(베버): 다양한 사회영역들의 분화와 각각의 영역 내에서의 합리화(형식합리성과 실질합리성 간의 이율배반)

- 여기서 뒤르켐과 하버마스의 문제 틀을 검토해보면, 사회분화/파편화 현상을 해명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 새로운 문제설정의 필요성이 잘 드러난다.

<뒤르켐의 유기적 연대 개념의 딜레마>

- 분업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각각 다른 노동을 하는 개인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뒤르켐은 이로부터 분업이 유기적 연대를 낳는다고 보았다.

- 하지만 현실에서 분업은 유기적 연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분업에 따른 시장에서의 교환관계는 ‘유기적’이기는 했지만, 이것이 곧 유기적 ‘연대’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 분업이 곧바로 특정한 도덕적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면, 탈인격적 차원의 분업과 인격적 차원의 (도덕적) 연대가 인과관계로 설명될 수 없다. 양자는 서로 다른 영역의 속성이나 원리를 지닌다. 분업은 오히려 인격적 차원에서 개인주의를 강화하는 경향을 낳는다. 이 때 유기적 연대는 개인주의와의 균열/갈등 속에서 규범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도덕적 가치가 된다.

- 체계 발달의 양상으로서의 분업 확산 속에서 ‘분할된 개인’과 ‘유기적 연대’의 접합/결합은 사회진보/발전의 주어진 방향이 아니라 규범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이다. 따라서 이러한 탈인격적 차원과 인격적 차원의 다양한 융합의 복합적 양상을 해명하기 위한 개념들이 필요하다.

<하버마스의 체계/생활세계 도식의 딜레마>

- 사회영역들의 분화와 합리화가 진행되면서 생겨나는 새로운 모순과 갈등을 해명하고자 한 대표적 현대 사회학자(사회이론가)는 하버마스이다.

- 하버마스(J. Habermas)는 특정한 사회영역들에 두 차원(탈인격적, 인격적) 중 하나를 배타적 속성으로 부여하는 방식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체계(경제-시장, 국가-행정)는 탈인격적 차원에서 도구적 합리성/효율성의 원리가 작동하는 영역으로 규정되었고, 반면에 생활세계(시민사회, 가족)는 인격적 차원에서 의사소통적 합리성의 원리가 작동하는 영역으로 규정되었다.

이것은 탈인격적 차원과 인격적 차원을 사회의 영역들로 분리시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체계에 의한 생활세계의 식민화’와 같이 체계와 생활세계의 자율성과 경계유지가 깨지면서 화폐와 권력의 도구적 합리성 논리가 생활세계에 침투하여 의사소통 합리성을 훼손하는 것이 현대사회의 중심적 사회문제로 설정되었다.

- 하버마스의 문제틀은 체계와 생활세계 모두에서 진행되는 파편화의 다원적 양상을 이해하기 어렵게 한다. 탈인격적 관계의 파편화와 인격적 관계의 파편화는 체계와 생활세계 모두에서 맞물려있고 융합되어 있다.

(3) 파편사회에 대해 새로운 문제 틀

- 오늘날 ‘사회의 파편화’(fragmentation of society)는 우선 사회분화의 심화라는 맥락에서 해명할 수 있다. 세계화, 정보화, 문화(가치)다양성의 증대, 다문화사회, 과학기술의 발달, 환경위기 등의 과정 속에서 사회 영역들이 다양한 쟁점, 가치, 이익, 속성 등에 따라 세분화되고 있고, 이들이 서로 복잡하게 교차하면서 다양한 사회집단이나 개인들 간의 균열과 분절이 확대되고 있다.

- 그런데 이러한 파편화는 ‘탈인격적 체계’와 ‘인격적 사회관계’라는 이중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탈인격적 체계 차원의 파편화는 도구적 합리성의 발달을 가져오게 되지만, 동시에 인격적 사회관계의 분절화로 이어지게 되면서 모순적인 현실을 낳고 있다.

- 또한 사회가 복잡화되면서 인격적 사회관계 차원에서도 정체성의 차이나 다양한 가치지향에 따른 분화/파편화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이중적 파편화를 해명할 수 있는 새로운 문제틀이 필요하다.

- 오늘날 파편사회는 체계 분화가 만들어내는 파편화와 사회관계 분화가 만들어내는 파편화가 교차하면서 복합적인 균열과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어서 전통적인 ‘사회통합’의 틀에서 그 해결책을 찾기가 불가능해졌다. 오늘날 파편사회의 이러한 양상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개념들은 벡(Ulrich Beck)의 위험사회 또는 ‘2차 현대’ 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벡의 위험사회/2차 현대 이론>

- 벡은 현대사회가 1차 현대(공업사회)에서 2차 현대(위험사회)로 전환되었다고 주장하는데, 2차 현대는 곧 ‘재귀적 현대’이다. 1차 현대는 자신의 발전의 결과물, 즉 새로운 위험에 대면하게 되는데, 이것은 1차 현대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게 하는 현실이다.

공업사회의 발전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온 동시에 생태적 위험과 과학기술적 위험에 직면(자기대면, 재귀적 현대)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새로운 삶의 기획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 그런데 위험사회는 단지 생태적, 과학기술적 위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일상생활의 위험 역시 현대인들이 새롭게 직면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 대표적인 위험은 노동시장에서의 위험과 사랑에서의 위험이다.

산업구조와 고용형태의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계급사회가 점차 약화되면서, 가족·친족, 지역공동체, 노동조합, 정당 등 사회조직이나 집단의 영향력보다 개인들의 선택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사회가 되었다.

노동시장/일자리가 점점 더 개별화되면서 ‘불안정한 피고용인 사회’가 되었고, 양성관계의 개인화(평등, 자유로운 선택)은 ‘사랑의 혼란’을 확대하였다. 이에 따라 일상생활에서 개인의 선택과 이에 따른 책임이 더욱 중요해졌다(정태석, 2003).

- 벡(Beck and Beck-Gernsheim, 2002)이 말하는 ‘개인화(개별화)’ 는 탈인격적 체계와 인격적 사회관계 모두에서 ‘사회의 파편화’가 극단화되는 양상을 잘 보여준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사회구조의 변동에 따라 사회조직/집단의 속박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개인’의 증가를 보여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불안과 정체성 혼란, 존재론적 위기 등 다양한 사회적 위기/불안 속에서 오로지 개인의 힘으로 생존해야 하는 상태, 즉, 각자도생(各自圖生) 사회의 양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사회의 파편화란 ‘사회적 분화와 다원화가 체계와 사회관계를 위계화하고 균열시켜 불평등과 차별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개인들의 정체성을 불안정하거나 혼란스럽게 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 파편사회(fragmented society)는 이처럼 다양한 체계/사회관계와 삶의 영역들에서 위계화, 균열, 혼란이 나타나 파편화가 진행되고 있는 사회를 말한다. 따라서, 파편사회의 사회문제들을 해명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현대 사회과학의 중요한 과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사회 역시 파편사회의 모습을 띠고 있으며, 그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문제들을 해명하고 또 그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것이 사회연구의 중요한 과제가 된다.

- 파편사회에서는 사회를 분절화하고 일상생활의 위험과 불안을 낳는 전문가체계나 관료제에 대한 전통적 신뢰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 또한 과거와 같은 동질성에 기초한 연대나 사회통합을 추구하기도 어렵다.

종족적․문화적다양성이 존재하고 있고, 다양한 이익과 가치에 따라 균열되어 있는 사회에서 다중적 정체성 속에 살아가는 개인들이 단일민족이나 통일된 노동자계급과 같은 동질성의 원리에 따라 연대하고 통합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질적 정체성을 지닌 여성, 장애인, 외국인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의 존재는 현실에서 ‘타자들의 연대와 공존’을 모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또한 전통적인 민주주의의 작동방식도 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3. 파편사회의 이념형적 개념화(1) 현대사회에서

‘사회의 파편화’(fragmentation of society) 심화

- 사회의 파편화란 ‘사회적 분화와 다원화가 사회관계와 인간관계를 위계화하고 균열시키는 동시에, 개인들의 정체성을 불안정하거나 혼란스럽게 하는 것’으로 정의

(2) ‘시티즌십의 위계화’(hierarchical citizenship) 

- 시티즌십은 ‘신분제, 즉 위계적 사회구조에 바탕을 둔 봉건적 지배’의 몰락과 그것을 대체한 ‘보편적 개념으로 정의되는 사람들 간의 평등하고 수평적인 관계’의 출현을 전제(Turner, 1986): 시티즌십은 그 구성원의 사회적 배제와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원동력을 내포

- ‘시티즌십의 위계화’: 국가 또는 사회가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일부 부분집단에 대하여 구성원으로 인정하면서도, 법적·제도적으로 열등한 ‘서발턴 지위’(subaltern position)를 부여하는 관행(Seol and Skrentny, 2009) → ‘합리적 차등’(reasonable classification)이 아니라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부분집단에 대한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 또는 ‘차별’(discrimination)을 낳음

- 사회적 배제 또는 차별이 발생하는 원인은 계급·계층, 성·젠더, 인종·종족·민족 및 기타 변수 등 다양한 데서 찾을 수 있는데, 최근에는 이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아짐 → 사회적 소수자집단(social minority groups)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coming-out) 형성

(3) 이념형으로서 파편사회

- ‘파편사회’의 출현: ‘위계화된 시티즌십’이 다차원적으로 존재하면서 ‘수평적인 것으로 상상된 시민사회’가 여러 개로 조각나게 됨 → 여러 개의 부분집단으로 나뉜 사회집단의 파편들이 많아짐

- ‘파편사회’란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 사회집단, 사회적 네트워크들이 결집되지 못하거나 여러 개로 조각나면서, 그들 상호간에 무관심·긴장·갈등이 발생하는 사회’로 정의

- 파편사회는 한편으로는 사회의 분화와 다원화 속에서 다원적인 차별과 불평등을 통해 시티즌십을 위계화하고 균열시킴으로써,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다원적으로 위계화되고 균열된 시티즌십 속에서 친밀관계가 해체·왜곡되고 또 개인이 지닌 다중적 정체성이 균열·모순으로 인해 혼란을 겪게 됨에 따라 만들어짐

- 파편사회는 사회적 균열과 사회갈등,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의 정체성 혼란과 위기를 압축적으로 상징- 파편화는 ‘사회적 배제’ 또는 ‘차별’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위계적

(4) 한국사회의 파편화 

현대 한국사회는 다양한 차원에서 파편화가 진행 → 파편화의 다양한 모습 발견

식민지 피지배

전쟁과 분단

경제지상주의적 국가발전

권위주의 국가

민주화 이후의 신자유주의적 정책

양당체제의 고착화로 인한 대표의 위기와 민주주의 발전의 정체

재벌중심 경제로 인한 부의 양극화, 비정규직의 확산과 차별

좋은 일자리 감소에 따른 젊은 세대의 좌절과 세대 간 가치갈등

가부장적 문화에 따른 성차별과 젠더(gender)문제

경쟁의 심화와 개인화 경향

외국출신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 등

4. 파편사회 개념을 적용해 사회를 분석할 때 핵심 연구 분야는

 


[주제 2] 코로나19시기 한국사회의 혐오 담론

조용화(전북대 사회학과 석사과정)ㆍ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두 번째 발제를 한 조용화 전북대 사회학과 석사과정 대학원생(왼쪽)과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오른쪽).
두 번째 발제를 한 조용화 전북대 사회학과 석사과정 대학원생(왼쪽)과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오른쪽).

이날 세미나 두 번째 발제는 ‘코로나19 시기 한국사회의 혐오 담론’란 주제로 조용화 전북대 사회학과 석사과정 대학원생과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의 공동으로 진행됐다.

조용화 씨는 발제에서 “K-방역의 기본권 규제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입장이 교차하는 사분면에서 코로나9 이후 발생한 사건들' 의 행위자는 어디에 위치하는가 이들의 위치는 사건에 따라 달라질 것인가와 방역과 혐오의두축을 중심으로 특정 사안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 그리고 담론을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고 연구목적을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의 혐오와 K-방역의 두 이슈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우리 사회의 쟁점을 문제 제기한 후 K-방역에 대한 평가와 혐오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사분면의 사례분석 연구결과를 토대로 설명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에 관한 청와대 국민청원과 대구·경북 신규 확진자 연관성, 신천지 비판여론, 사랑제일교회 및 전광훈목사 비판여론 등의 이슈에 관한 표현의 자유 중시와 혐오표현 규제 등에 관한 사분면 연구를 통해 문제점과 이론적 틀을 제시했다.

조 씨는 “연구 결과에서 코로나 19 상황에서 혐오는 평상시보다 소수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K-방역과 혐오표현을 둘러싼 표현의 자유라는 두 이론 축을 중심으로 교차표를 구성해 이를 통해 코로나9 이후-방역 하에서의 혐오 상황들을 분석한 결과, 행위주체들은 K-방역과 혐오표현에 대해 일관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경우들이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특정 사안과 이익 이해관계에 따라 보이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설 교수는 끝으로 “특정 주체가 어떤 사건에 대해 취하는 입장을 이론적으로 확인할 분석틀을 구성함으로써, 코로나19 하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날 혐오문제를 분석하는데 기여할 목적으로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 논문을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코로나19 언택트 파편사회 화두"

토론을 맡은 정철희 전북대 교수(왼쪽)와 윤승욱 언론학 박사(오른쪽).
토론을 맡은 정철희 전북대 교수(왼쪽)와 윤승욱 언론학 박사(오른쪽).

한편 이날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에는 박주현 전북대 신방과 언론학 박사, 윤승욱 전북대 신방과 언론학 박사, 김철효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 박사, 정철희 전북대 교수가 참여했다.

토론에서 언론학자들은 언론학의 관점에서 사회학자들의 발표문에 대한 아쉬운 점들을 지적했다.

윤승욱 박사는 파편화 현상을 사회학적 논리나 이론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언론의 보도나 소셜네트워크사이트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실질적인 현상과 접목해서 접근 할 것을 제안하는 동시에 혐오담론에서 혐오란 개념정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토론을 맡은 박주현 언론학 박사(왼쪽)와 김철효 사회학 박사(오른쪽). 
토론을 맡은 박주현 언론학 박사(왼쪽)와 김철효 사회학 박사(오른쪽). 

박주현 박사는 "코로나19가 가져온 위험사회의 화두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라는 말로 대신할 정도로 언택트 파편사회를 지칭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지적하면서 다양한 제언을 했다.    

그는 "위험사회에 관한 이론적 설명 부분에서 울리히 벡(Beck)과 하버마스(Habermas)의 위험사회·위험커뮤니케이션 사례에 더해 기든스(Giddens)가 강조했던 ‘지구상의 한 곳에서 발생한 위험이 전 세계적인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 지구적 위험에 관한 논의’를 포함시킬 것"을 먼저 제안했다. 

그는 또한 “위험사회와 파편사회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온 것은 미디어의 역할과 기능이 더욱 강조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위험 커뮤니케이션은 특정 위험에 직접적인 경험이 없는 개인들이 위험을 이해하는데 있어 미디어와 같은 외부적 정보에 의존하기 때문에 위험 관련 정보에 대해 갖는 높은 관심은 위험인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언론의 위험 보도는 수용자들의 위험인지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지만, 오늘날 언론을 통해 전달하는 위험 보도는 선정적이거나 비과학적인 보도로 변질되어 사회 불안을 부추길 뿐 아니라 위험 위슈의 상황에서 불신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박사는 이어 코로나19 사태에서 일부 언론은 초기에 감염병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와 혐오 표현 등으로 혼란과 불신, 갈등을 조장하는 태도를 사례로 들면서 “코로나19의 위험 이슈에 대해 국내 언론들이 초기의 보도 과정에서부터 보여준 정보 전달과 속보경쟁이 언론의 제 기능을 다했는지 고찰하고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 박사는 최근 ‘언론의 이념성향에 따른 ‘코로나19’ 보도 프레임 비교 연구(한국언론학보 64권 4호 게재)‘란 자신의 연구논문의 사례를 들어 “언론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내용적 프레임에서 다소의 차이가 나타났다”면서 보수신문들은 많은 기사에서 진보신문들과는 달리 갈등적 프레임과 위험 프레임에 초점을 가한 반면, 진보신문들은 많은 기사에서 보수신문들과는 달리 도덕적 평가 프레임과 예방/대처 프레임에 초점을 가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히면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에 관해서도 혐오 담론에 포함시켜 연구를 진행해 줄 것을 제안했다. 

그는 “확증 편향은 원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모으거나, 어떤 것을 설명하거나 주장할 때 편향된 방법을 동원한다”며 “확증 편향이 일어나는 기본적인 이유는 주어진 정보 자체가 편향되었거나 과학적 방법과 같은 합리적 방법을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과학자나 법조인 같이 합리적 사고를 훈련 받은 전문가라 할지라도 종종 확증 편향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과학적 탐구에서도 확증 편향은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세미나 발제 및 토론 동영상(유튜브)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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