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 길 위에서'
지나간 세월을 회고해 보면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학자 E. H. 카아가 '역사에 있어서의 인과관계'라는 소제목에서 몇 가지를 언급한다. 클레오파트라의 코에 대해서, 알렉산더 대왕이 자기가 총애하던 원숭이에 물려서 죽은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리고 트로츠키와 스탈린이 권력을 다투고 있었던 중요한 시기에 산 오리 사냥을 나갔다가 감기몸살을 앓는 사이 스탈린에게 권력을 빼앗기고 만 사건에 대해서 말하며 그 뒤에 트로츠키의 말을 인용한다.
"혁명이나 전쟁을 예견한다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가을철 산오리 사냥의 결과를 예견한다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 역사에 있어서 가정이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면서도 이렇게 저렇게 유추해 보는 것은 역사가 한 번도 제대로 서 있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가 그러할진대 한 사람의 생애에는 얼마나 많은 아쉬움들이 남아있는가, 만일 ‘그 때 내가 올바른 선택을 했더라면 이렇게 살지 않았을 것인데’ 에서부터 ‘내가 그때 딴 사람을 만났더라면 내 운명이 바뀌었을 것인데’ 하는 후회와 회한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가버린 세월을 어이 할 것인가 지금 늦었다고 생각될 때 지금이 그때다. 결단해야 할 때" 찿으면 찿게 될 것이다. 찿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다."고 말한 소포클레스의 말이나 "바로 지금이지 다른 시절은 없다"고 말한 임 제 선사의 말은 얼마나 지당한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킴벌리 커버거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시 전문이다.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것, 지금을 잘 살 것,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고 지금 할 것, 그것이다.
왜냐, 우리 모두 금세 사라지기 때문에.
/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