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대학 총학생회 간부들이 주장하는 학습권 침해 실태
“사범대 전공강의 19개가 사라졌습니다. 학생은 교육받을 권리를 잃고 강사는 교육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새 학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고려대 학생들이 “학교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 구조조정에 대비해 강의 수를 줄이며 학습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 주목을 끌었다. 고려대 총학생회와 강사법 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학기 시작 전인 2월 15일 고려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학교 측은 개설과목 수를 원상복구하고 강사법을 원래 취지대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2019학년도 1학기 학부 개설과목 수는 지난해 1학기에 비해 200개 이상 감소했다. 전공과목은 지난해 1687개에서 올해 1613개로 74개 감소했고, 교양과목 역시 지난해 1208개에서 올해 1047개로 161개가 줄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고려대뿐만 아니다. 다른 대학들도 강의 수 감소와 학습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대학생들은 강의 수 감축이 오는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규모 강사 구조조정을 실시하려는 꼼수의 일환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들은 강의 감축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게 됐다고 토로하고 있는 반면, 대학생들은 학습권 침해를 받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른바 ‘강사법 역풍’이 대학가를 휩쓸고 있다. 누구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많은 학생들에게 알리며 문제제기에 앞장서고 있는 두 대학생을 만나보았다.
이진우 고려대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과 같은 대학 이상형 총학생회 교육정책국장이 서면 인터뷰 요청에 주저 없이 응해주었다.
“학생들이 나서지 않으면 강사의 권리도, 학생의 권리도 지켜낼 수 없다”
이진우 고려대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사회학과 16학번)
“작년에 비해 전공과목 86개, 교양과목 90개가 줄었다”
▲강사법 시행이 대학생에게 주는 의미는?
강사들은 대학을 구성하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현재 대학에서 진행되는 강의들의 상당 부분을 강사들이 진행한다. 강사법의 취지는 열악한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데 있다. 강사법 시행을 통해 강사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강사들의 삶이 안정 된다면 학생들도 더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대학 내에서 교과목 수, 강의 수, 강사 수의 축소는 어느 정도인가?
학교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비해 전공과목은 86개, 교양과목은 90개가 줄었다. 강사 수는 학교가 정보를 밝히지 않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이 돈이 없어서 그러는가,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대학은 폐강과목 수를 조정하고, 커리큘럼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강사법 시행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들을 우려하는 것을 보았을 때, 강사법과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재정수지 악화 등의 이유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수천억의 적립금의 규모 등을 보았을 때 의지만 있다면 추가비용을 충분히 감당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이 강사법 시행에 대해 불만을 갖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강사법 시행에 따른 행정적 비용들로 인해 상당수 대학들이 강사법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먼저 강사법이 시행되면 고용의 유연성이 사라지게 된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공식적인 채용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쉽게 고용하고 쉽게 자르지 못한다. 공식적인 채용절차로 인해 드는 시간과 행정비용 또한 학교가 강사법에 거부감을 갖는 이유아고 생각한다.
“상아탑 내에서 강의를 사고파는 현상이 만연하다니...대학 스스로 자처”
▲대학생 학습권과 관련하여 교과목 수, 강의 수, 강사 수 축소가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교과목 수의 축소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침해한다. 학생들은 본인이 원하는 강의를 수강할 권리가 있다. 이를 위해 충분히 많은 등록금도 내고 있다. 하지만 교과목 수의 부족으로 인해 학생들은 본인이 원하는 강의를 수강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강의를 사고파는 강의 매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교과목 수 축소에 따른 수강신청의 어려움이 강의 매매가 증가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상아탑 내에서 강의를 사고파는 현상이 만연하다니, 이는 대학 스스로 자처한 일이다. 학생들이 듣고 싶은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교과목 수 회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학생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대학본부나 학과에 개선(건의)을 요청해 보았는가?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2월 개설과목 수 급감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진행했다. 학교 측에 개설과목 수 회복을 요구하는 요구안을 작성해서 보내고, 릴레이 대자보전, 릴레이 피켓팅, 학생·시민 서명운동을 통해 학교를 압박했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통해 고려대 개설과목 수 급감 사태를 사회에 알렸다. 그 결과 1학기 개설과목 수가 조금 회복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작년에 비해 200개 가까이 적은 상황이다. 총학생회는 2학기 강의 개설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학교에 강사법의 온전한 시행과, 개설과목 수 회복 및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교육권 총궐기, 총장면담 등의 방식으로 2학기 강의 개설이 온전히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강사법 시행과 관련해 다른 대학 총학생회는 어떤가? 다른 대학 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은?
타 대학들도 개설과목 수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다행이 몇몇 대학에서는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이에 대한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에서 강사법에 따른 구조조정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부재한 상황이다. 투쟁하지 않고 얻어지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학생들이 나서지 않으면 강사의 권리도, 학생의 권리도 지켜낼 수 없다는 사실을 다른 대학 학우들이랑 공유하고 있다. 앞으로 학생들의, 강사들의 권리를 지켜내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길 바란다.
/이진우 고려대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사회학과 16학번)
/<사람과 언론> 제5호(2019 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