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 칼럼

1.

세상이 발칵 뒤집힐 정도입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불과 수 주일 앞으로 다가왔지요. 그런데 트럼프와 그 부인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소식이 2일 세계에 급히 알려졌습니다.

이 문제는 당연히 다각도로 검토되어야할 사안이지요. 생각나는대로 몇 마디만 간단히 적어 봅니다.

2.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어떨지요. 트럼프 내외의 병세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앞으로 최소 2주간 그들은 격리 상태에서 지내야 될 것입니다. 득표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사진=AP 캡쳐)
도널드 트럼프(사진=AP 캡쳐)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에게는 상당히 유리한 기회가 찾아온 셈이지요. 그렇지 않아도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의 질병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문제의 대통령 부부가 이 전염병에 걸리고 말았으니까 얼마나 자신의 주장을 펴기가 쉬운가요.

그런데요,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더라도 바이든과 미국 민주당은 앞으로 표정 관리를 잘해야 할 것입니다. 자칫하면 트럼프 지지자들이 죽기살기로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거든요. 자칫하면 민주당에 해로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지요.

3.

그동안 전세계의 많은 나라가 트럼프와 불편한 관계에 있었습니다. 그들로서는 부채로 입을 가리고 웃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형국이지요. 누구도 대놓고 좋아라 하지는 않아요. 입으로는, "하루 빨리 완쾌하기를 빕니다!"라고 외워대지만, 속으로는 여간 기뻐하지 않는 것 같은 풍경입니다.

다들 이번 일로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분위기인데요. 과연 민심이 천심인지, 조금만 더 두고 보면 자연히 알 수 있겠지요.

4.

그러나 미국 대통령 자리는 워낙 영향력이 크지 않습니까. 미래가 예측불허의 오리무중 상태요, 현재 미국의 지도력에 공백이 생긴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서 증권시장을 비롯해 경제적으로 보면 매우 위태롭고 불안한 상황입니다. 이번 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질 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대단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합니다.

5.

대한민국도 그렇고 유럽의 주요 국가의 정상들도 그렇고요. 지도자들은 자국이 팬데믹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달랐지요. 그는 여봐란 듯이 이 전염병의 위력을 무시하고 멋대로 굴었지요.

골수 자본주의자인 그는 과학의 능력 자체를 아예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자주 하였습니다. 그렇게 멋대로 구는 데도 계산은 있었다고 봅니다. 공공의료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기피하려는 전략이 아니었겠습니까. 그런 그가 코로나바이러스에 하필 발목이 잡히다니요.

하면 이제는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 아닐까요. 21세기 정치지도자의 임무 가운데 하나는 공중 위생과 방역체계의 완성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6.

유럽에서는 트럼프의 재선 실패를 기원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그들은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전통적인 우방의 관계로 되돌아가기를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이든과 같은 새로운 파트너가 권좌에 오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보편적이지요.

백승종 교수
백승종 교수

그러나 설사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이번에는 유럽이 그와의 관계를 건설적으로 재정립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점은 우리 한국사람들도 참고할 점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는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하는 것이 좋을까요. 열심히 주판을 두드려야할 시간입니다.

뜻밖의 급보를 듣고 주섬주섬 제 부족한 생각을 기록해 보았습니다.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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