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주년을 맞으며-이강록 편집고문

첫돌이다. 『사람과 언론』이 사람을 잇고 말길을 트기 위해 큰 뜻을 펴기 시작한지 일 년 열두 달이 지났다.

돌이키니 뜻은 가상했으나 소출은 조촐하기 짝이 없다. ‘눌언민행’이라는 말처럼 묵묵히 열의를 다했으나 그다지 성과가 기대만큼 크지는 않게 여겨진다. 아직 『사람과 언론』이 어린 묘목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튼실하게 뿌리 내리기 위해 더욱 분발할 것을 다짐한다.

지난 시간은 굳게 입을 닫음으로써 고립을 자초하는 사람들 사이를 잇기 위해 달려온 1년이었다. 중구난방인 말길을 트기 위해 로그인 해온 열 두 달이었다. 그리하여 사람이 존중받고 서로서로 바르게 소통하는 공동체를 가꿔보자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지나고 보니 아주 짧은, 그저 눈 깜짝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반듯한 사회, 정감 넘치는 공동체를 가꾸기 위해 궁리하고 고민하고 가슴앓이 해온 1년이었다.

『사람과 언론』은 그동안 지면을 통해 우리네 삶의 주인공과 관중 모두를 만나왔다. 역사 속에서 잠들며 쉬고 있는 사람들을 불러내기도 했고 삶의 터전에서 바삐 뛰며 땀 흘리는 일꾼들도 만났다. 세상으로부터 외면 받은 화이트칼라의 하소연도 들었고 쥐꼬리봉급에 해직과 복직을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한 사무직 노동자의 눈물도 닦아줬다. 서민들의 푸진 삶과 함께하는 풍물패 어른의 곡진한 인생얘기도 들었고 좋은 대학 들어가려고 가슴 졸이는 학생들을 길잡이해주는 선생님 가르침도 귀에 담았다.

이런저런 사연 많은 김씨이씨들의 곡절과 넋두리만 책에 담은 것은 아니었다. 우리 공동체의 큰 틀을 바로잡고 반듯하게 짜기 위해서도 깊이 고민했다.

동학농민혁명 전국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비춰봤고 교육개혁과 노동개혁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따져봤다. 각 지방마다 멍에가 돼 있는 토호세력의 지배구조와 뿌리깊은 생명력 문제도 실감나게 파헤쳐서 들춰냈다. 그 어느 매체도 언감생심 외면해온 이슈였다. 더불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구석구석 자리잡고 있는 제왕적인 지배문화와 갑질현상도 속속들이 짚어봤다. 알게 모르게 뿌리 내리고 있는 폐습과 부조리를 적시하고 뿌리뽑기 위해 눈을 치켜뜨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촛불정부 3년차, 성찰과 과제 특집은 엄벙덤벙 넘어갈 수 있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정치적 좌표를 진단하고 과제를 제시해준 냉철하면서도 실속 있는 착안이었다. 이 같은 비판적인 기획과 특집은 더디지만 찬찬히 우리를 돌아보고 진단해보는 내실을 도모하는 편집방향의 결과다. 여기에 우리 삶을 기름지게 하는 문화욕구와 정서지향 측면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로드역사기행에서부터 시평, 영화평론, 서평, 지명 고찰, 포토에세이 등은 구수하고 편안하게 다가가 독자들의 가슴을 푸근하게 감싸줬으리라고 기대한다. 논문 큐레이션은 시의적절한 이슈를 지적인 깊이로 접근하는 코너로서 차분하게 현실을 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고 본다. 그러나 아직은 편집방침이나 기획의도에 비춰 콘텐츠가 여러 모로 부족하다. 더 한 층 노력해서 최선의 위치에 다가가도록 힘쓰겠다.

‘고귀한 모두’가 존중받도록 일깨우는 일, 『사람과 언론』의 사명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그리 만만하거나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 더구나 낡은 습성과 관행을 깨뜨리기가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구습과 타성이 하루아침에 바뀔 일도 아니고 몇 달 내에 고쳐질 일이 아니라는 것도 충분히 짐작했다. 우리가 몇 번 고함치고 법석을 떤다고 해서 오래도록 묵혀둬 굳어지고 억세진 폐단과 악습이 어찌 손쉽게 사라지겠는가. 오히려 이대로가 좋은 것 아니야 하고 버티고 저항하는 반발만 커지는 게 세상인심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그만 둘 수는 없다. 오히려 더 ‘푸근한 세상, 정을 함께 나누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분투노력해야 한다고 새삼 다짐한다.

모두가 고귀하고 모두가 존중받을 가치가 있음을 일깨우는 작업, 그것이『사람과 언론』이 해야 할 일이고 과제이기도 하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따라서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행복 추구에 그만큼 중요하다. 행복한 사람은 그래서 가족, 친구, 가까운 사람과 관계를 잘 맺는다. 우리 사회가 행복해지려면 개개인 각자가 행복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람과 언론』이 앞장서겠다.

좋은 관계는 중요하다. 좋은 관계는 우리들의 삶에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네가지 이익을 얻는다.

첫째 나에게 필요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으며 둘째로 사랑과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셋째 서로의 차이에 대해 관대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새로운 경험의 문을 연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산다는 것은 관계 맺기다. 그렇다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행복한 관계 맺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늘 맺어온 관계만을 유지해도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내 권태에 빠지기 쉽다. 늘 같이 사는 남편과 아내, 아들과 딸, 아버지 어머니. 항상 그 얼굴을 맞대니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하다. 그들과만 복닥거리며 하하호호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친구를 만나고 선후배를 만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아니가.

문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나와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안 맞을 수도 있고 그 사람이 내게 안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들 일인 미디어에 빠진다. 핸드폰이나 태블릿이 내 친구이자 애인이자, 카운슬러이자 멘토가 된다.

하여 『사람과 언론』은 새로운 관계 맺기에 앞장서고자 한다. 『사람과 언론』을 접하게 되면 곧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된다. 바로 『사람과 언론』의 콘텐츠가 새로운 상대방 역할을 할 것이다. 다양하고 참신한 이슈와 기획으로 콘텐츠의 인간화를 다하겠다. 그리하여 『사람과 언론』의 콘텐츠를 읽으면 새로운 사람 여럿을 만나는 결과를 얻도록 만들 터이다. 그것이 곧 『사람과 언론』독자들에 대한 최대한의 서비스이면서 『사람과 언론』종사자들의 책임이자 본분이다.

참신한 콘텐츠로 새로운 관계맺기-사람만나기에 앞장설 것

『사람과 언론』은 윤동주 시인의 시 ‘내일은 없다’를 상기하고자 한다. 윤 시인은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보니 그 때는 내일이 아니고 오늘이더라”라며 “내일은 없나니”라고 읊었다. 바로 오늘, 바로 지금에 충실하며 전심전력하겠다는 다짐이다.

『사람과 언론』은 지금 당장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성과가 없다고 해서 낙심하거나 허탈해하지 않겠다. 오늘이 곧 내일이라는 각오로 온 힘을 다 쏟아 붓는다면 우리가 바라는 목표와 지향은 즉각 이뤄지리라고 믿는다. 그것이 곧 『사람과 언론』독자들에 대한 예의이자 도리이다. 내일이 오늘인데 무엇 때문에 조바심 내며 성급해 한단 말인가. 만에 하나 『사람과 언론』이 낙심하거나 조바심 내게 된다면 독자들이 엄중하게 질책하고 꾸짖어 주시라.

현재의 우리가 어떠한들 오늘 자체를 흡족해 하거나 대견해하지 못한다면 내일도 또한 마찬가지일 것은 뻔한 이치이다.

다시한번 기약한다. 태양이 하늘에 휘황하고 온 산하에 초목이 무성하게 열매를 키우며 온갖 생명들이 제각기 활기차게 뛰노는 이 땅! 그 위에 깃들어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심장이 쿵쾅거리고 웃음이 가득한, 그래서 가슴이 뿌듯한 소식과 화젯거리, 이웃과 친구들과 소곤대며 무릎 치게 할 얘깃거리들을 담아 전하도록 『사람과 언론』이 힘쓰겠다.

『사람과 언론』은 지금까지도 인격존중과 의사소통의 가치실현을 위해 올바르고 떳떳한 길을 걸어왔다. 앞으로도 모든 독자들의 권리보호와 자유정신을 함양하는데 한층 더 노력하겠다. 무엇보다 어지러운 언론질서를 바로잡고 가짜뉴스를 가려내는데 전력투구할 계획이다. 그것이 곧 품격 있고 책임 있는 언론과 그렇지 않은 잡다한 아류 언론을 구분짓는 지름길이다.

모름지기 사람은 하늘처럼 고귀하다. 그러므로 사람은 존중받아야 한다. 존중받으려면 서로를 이어줘야 하는데 가장 손쉽고도 요긴한 수단이 말을 통한 상호연결이다. 말은 곧 서로를 잇는 매개수단이기 때문이다.『사람과 언론』은 ‘고귀한 사람’의 존재를 제대로 깨우치려고 태어났다.

창간 1년, 두 살배기 『사람과 언론』은 창간의 뜻을 다시 한번 각오하고 다짐한다. 지난 1년의 경험이 나아가 5년, 10년, 50년, 100년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그동안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애정에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참여와 조언을 당부드린다. 독자 여러분들의 가정에 유월의 짙푸름과 강인한 생명력이 충만하기를 기원드린다. / <사람과 언론> 제5호(2019 여름).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