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의 '세평'
일본 집권당 자민당 총재가 오늘 오후 새로 뽑혔다. 그는 '아베' 뒤를 이어서 일본의 새 총리로 취임한다. 이름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관방장관이다. 아베 퇴임 발표 직후(8월 28일)까지 '스가'는 차기 총리로 유력한 인물은 아니었다. 지지울 3%에서 나흘 만에 갑자기 46%로 급부상된 인물이다. 여기에는 1천 만부 발행 유료 독자를 가진 우익신문 '요미우리신문'(読売新聞)이 있고 요미우리신문 회장이자 주필인 94세의 ‘와타나베 쓰네오’(渡辺恒雄)가 있다.
지지율 3%에 불과했던 '스가'는 요미우리 9월 2일 자 톱기사로 집중 부각된다. 기사 타이틀도 마치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대하드라마의 제목 같다.
"스가의 입후보 표명 菅氏の立候補表明" "스가씨는 <천하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菅氏は「天下国家のために全力を尽くして頑張る」と応じた。
"천하 국가"라? 전형의 일본 국가주의 발상이다.
‘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신문 회장이 9월 2일 자 신문 기사로 차기 총리를 일거에 정리한 것이다. 총재 선거는 자민당 소속 의원들(중의원·참의원 394명)과 전국 108만 명의 당원을 대신해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부연합회 대표 당원들(47×3=141명)이 한 표씩 행사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총리를 뽑는데 일본 국민의 의사나 심지어 자민당 당원의 의사도 철저하게 무시됐다. 9월 3일부터 자민당 내 정치 파벌들은 일사불란하게 '스가'를 밀었다.
‘와타나베 쓰네오’, 일본 헌법 9조를 바꾸어 "전쟁할 수 있는 일본"으로의 개헌"을 요미우리신문 논조를 통해 최선두에서 20년 전부터 주창한 그는 '스가‘가 최근 기자 회견에서 "헌법 개정 확실히 도전해 가겠다"라는 발언에서 보듯이, '스가'는 요미우리 회장의 뜻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와타나베는 2014년 수십만 명 일본 시민들이 일본 국회를 포위하면서 저항했던 아베 정부의 <특정 비밀 보호법 '정보 보호 자문회의> 단장을 맡은 바 있다. 일본 우익 국가주의의 정신적 지주이자 실천가로 그의 활약은 요미우리신문을 장악, 신문으로 일본 국민 일반의 여론을 이끈다.
와타나베 쓰네오, 그는 수십 년 동안 집권 자민당을 좌우지, 일본 우익 정치를 주물럭거리는 막후 ‘쇼군’ 노릇을 해왔다. 요미우리신문 지면을 통해 일본 정치에서 ‘키울 놈, 죽일 놈’을 선별한다. 일본 역대 총리 중 나카소네 총리와의 밀착과 내침도 유명하다. 일본 자민당 정치의 중요 결정은 물론 심지어는 일본 국가 정책에도 관여한다. 일본의 재무장과 전쟁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를 뜯어고치는 개헌 작업도 일본 정치의 우익 보수화를 줄곧 밀어붙인 일본 우익 핵심 인물이 바로 그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1965년 박정희 독재 시기 한일협정 당시에 막후 인물로도 그의 이름이 눈에 띄기 시작해서부터다. 그는 일본 정치만 쥐락펴락 하는 게 아니고 박정희부터 전두환 노태우 이후 이명박근혜까지, 이것들을 가지고 놀다시피 한 인물이란 점이다.
그 유명한 2008년 당시 대통령 직위에 있던 이명박의 망발 사건, 독도를 일본 중등 교과서에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실겠다고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가 말하자, “지금은 때가 아니다. 기다려 달라”라고 말한 이명박 발언을 정략적으로 요미우리 신문이 터트렸다.
이명박은 “그런 말 한적 없다”라고 잡아뗐지만,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011년 8월 공개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강영훈 주일 한국대사관 1등서기관은 2008년 7월16일 주일 미국대사관 관계자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이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에게 '기다려 달라'(hold back)라고 말한 뒤였는데 (일본 정부의 움직임에) 한국의 관료들이 배신감을 느꼈다"라고 말한 사실이 폭로됐다. 국토인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말할 수 있는 이명박, 한국인들은 이명박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나?
이명박의 “지금은 때가 아니다. 기다려달라”’발언이 알려지자 당시 청와대는 강력 부인했다. 그해 시민 소송인 1886명의 국민 소송단은 ‘요미우리 보도가 허위였는지를 가리기 위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논란이 일자 ‘요미우리’ 회장 와타나베 쓰네오는 요미우리신문사 편집국에 지시를 한다. “이제 됐다, 이명박 발언 온라인에서 내려라” 2008년 7월 17일 요미우리신문 인터넷에서 해당 기사는 삭제된다. 2011년 1월 한국의 대법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그러한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판결한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한국의 문재인 정부를 무너트리고 ‘일본 친우익 정부’인 이명박근혜와 같은 정부를 한국에 세우겠다는 야심으로 여러 획책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20년 3월 22일자 서울특파원 ‘토요우라 준이치’(豊浦潤一 Junichi Toyoura)기명 칼럼으로 한국인과 문 대통령을 모욕(侮辱)하고 도발(挑發)하는 칼럼을 요미우리신문 서울지국장 이름으로 1면에 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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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쓰네오, ‘스가’를 총리로 지목한 건 일본이 망해가는 조짐으로 나는 본다.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역사도 철학도 없으며, 공부도 하지 않는 교양 없는 인물”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그는 아사히신문이 발행하는 월간 ‘론좌(論座)’에서는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1948~2016) 아사히신문(朝日新聞) 논설주간과의 대담에서 “고이즈미가 이데올로기 장사를 하고 있다”며 “그의 야스쿠니 참배로 일본의 아시아 외교가 망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 논조를 비교하면 와타나베 회장의 발언은 파격적이다. 야스쿠니 문제도 고이즈미 총리가 처음 참배했던 2001년 8월에는 사설을 통해 “총리는 참배를 중지해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한 이래 참배를 반대하는 갈짓자 걸음이다.
94세의 노회한 노인, 일본 요미우리신문 대표이자 주필, 아직 그는 죽지 않았고 살아있다.
내일 일본의 새로운 총리로 지명된 ‘스가’가 '포스트 아베'로 "헌법 개정 확실히 도전해 가겠다"는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김상수(작가ㆍ 연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