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신문·방송 주요뉴스 톺아보기] 2020년 9월 14일(월)

쏟아지는 다양한 뉴스들 중에는 같은 사안의 뉴스들이 많지만 말과 글의 무게가 다르다. 똑같은 사안일지라도 전하는 메시지가 전혀 다른 경우가 있다.

상반된 의제설정의 차이에서 오는 경우도 있지만, 여론을 의식한 '이미지 정치' 또는 '의사사건'(pseudo-event, 어떤 사건이나 사람을 널리 알릴 목적으로 꾸민 사건)이 범람하는 경우 자주 목격된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느껴지는 9월의 중간, 14일 월요일이 시작됐다. 지역 언론사들이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는 첫 날 쏟아낸 뉴스들 중에는 온도 차이가 극명하게 대립되는 뉴스들이 눈에 띈다. 대별되는 뉴스 3가지 사례를 살펴본다.

[#1] 스마트신호 예산, "김윤덕 확보" vs "김성주 역할"?

지난 금요일인 11일, 전북지역 일간지들은 “전자, 정보, 통신, 제어 등의 기술을 교통체계에 접목시킨 지능형 교통 시스템인 ‘전주 스마트 신호 운영 체계 구축’을 위한 국가예산 24억원을 확보했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예산확보의 일등공신으로 김윤덕 국회의원(전주갑)을 꼽았다.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 새전북신문 등 전북지역 주요 일간지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같은 면(3면)에 김윤덕 의원의 이름과 함께 예산확보 소식을 다뤘다.

김윤덕 “전주 스마트신호 예산 확보” -전북일보 3면

전주 스마트신호체계 구축 김윤덕, 국가예산 24억 확보 -전북도민일보 3면

김윤덕 의원 “전주 스마트 교통체계 구축” -전라일보 3면

김윤덕 의원, `전주 스마트 신호운영 구축사업' 예산 확보 -새전북신문 3면

제목도 비슷하지만 내용도 비슷하다. 신문별 기사 리드를 보면 더욱 흡사함을 알 수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윤덕(전주갑) 의원은 10일 전자, 정보, 통신, 제어 등의 기술을 교통체계에 접목시킨 지능형 교통 시스템인 ‘전주 스마트 신호 운영 체계 구축’을 위한 국가예산 24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북일보

"김윤덕 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갑)이 전자, 정보, 통신, 제어 등의 기술을 교통체계에 접목시킨 지능형 교통 시스템인 ‘전주 스마트 신호 운영 체계 구축’을 위한 국가예산 24억원을 확보했다." -전북도민일보

"더불어민주당 김윤덕(전주갑)의원은 10일 전자, 정보, 통신, 제어 등의 기술을 교통체계에 접목시킨 지능형 교통 시스템인 이른바 ‘전주 스마트 신호 운영 체계 구축’을 위한 국가예산 24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라일보

"국회 김윤덕(더불어민주당 전주시갑) 의원이 10일 전자, 정보, 통신, 제어 등의 기술을 교통체계에 접목시킨 지능형 교통 시스템인 ‘전주 스마트 신호운영 체계 구축’을 위한 국가예산 24억원을 확보했다는 낭보를 전했다." -새전북신문

전북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그런데 주말과 휴일이 지난 월요일, 전주 스마트 신호 운영 체계 구축에 관한 비슷한 뉴스가 전혀 다른 얼굴과 이름으로 보도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신문별로 보면 비슷한 제목과 내용이 사흘 전 소개했던 사업 및 내용과 흡사하다. 단지 대상 인물만 바뀌었을 뿐이다. 

전북도민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전북도민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전주시 스마트신호운영 구축 김성주 의원, 국비 24억 확보 -전북일보 3면

김성주 의원, 전주시 교통난 해소 위한 국비 24억 확보 -전북도민일보 인터넷판

김성주 의원, 지능형교통체계시스템(ITS)도입 역할... -전라일보 3면

김성주 의원 전주 지능형 교통체계 시스템 도입 환영 -새전북신문 3면

기사 내용을 보면 신문별 리드가 이번에도 유사하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국회의원(전주병)은 전주시의 ‘스마트신호운영 구축사업’이 국토교통부의 ‘지능형교통체계시스템 국고보조 공모사업’에 선정됐다고 13일 밝혔다." -전북일보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전주시병)은 전주시의 ‘스마트신호운영 구축사업’이 국토교통부의 ‘지능형교통체계시스템 국고보조 공모사업’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전북도민일보

"13일 더불어민주당 김성주(전주병)의원실에 따르면, 전주시의 ‘스마트신호운영 구축사업’이 국토교통부의 ‘지능형교통체계시스템 국고보조 공모사업’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전라일보

"전주시의 교통체증 문제 해소를 위한 지능형교통체계시스템(ITS)이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국회 김성주(더불어민주당 전주시병) 의원이 환영입장을 밝히면서 추가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새전북신문

전라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전라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기사 출처도 서울 국회발로 비슷하다. 예산확보를 위해 노력한 지역 의원들의 숨은 공로를 발굴해 쓴 기사라기보다는 의원실에서 내놓은 치적 부풀리기 용 보도자료에 근거한 기사가 일방향 의제로 채택되었음이 행간에서 읽힌다.

[#2] 이상직 "책임론" vs "해명론"

최근 이스타항공이 대규모 정리해고 등의 사태로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으며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주을)을 둘러싼 지역언론의 보도가 두 가지 의제로 갈렸다.

그동안 이스타항공 사태와 이상직 의원 비리 의혹에 외면해 왔던 지역 일간지들이 “이 의원이 지난 11일, 최근 자신의 재산신고 내역 등 논란이된 내용을 두고, 악의적 오보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입장문을 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역시 두둔하는 입장을 취해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전라일보, 새전북신문, 전민일보 등은 14일 이상직 의원의 해명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새전북신문 9월 14일 3면
새전북신문 9월 14일 3면

이들 신문들은 “이 의원은 중앙 언론사에서 자신의 자녀가 신고한 4천만원 수준의 1년 생활비 지출내역을 열 배로 부풀려 놓았다고 밝혔다”면서 “이로 인해 ‘연간 4억원을 생활비로 펑펑 쓰면서도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는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렸으며 해당 언론에서 ‘4억원 수치가 잘못됐다고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지난 아직까지도 버젓이 게재되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는 해명을 그대로 받아썼다.

이 의원 측에서 제공한 해명자료에 근거한 기사라는 점에서 따가운 논총을 받을 만하다. 

그런데 이날 전북일보는 3면에서 다른 시각으로 기사를 썼다. 신문은 ‘전북 국회의원 존재감 없이 ‘침묵’만‘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스타항공 직원 대량 정리해고 사태 촉발과 관련해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의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이 의원을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고,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도 ’해고노동자들의 피와 눈물이 흘러넘치는 와중에도 이 의원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어 기사는 “이 의원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이스타 항공과 관련해) 창업자로서 이스타항공을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신고된 재산 내역 212억6700만원 중 168억5000만원(이스타 항공 주식평가 금액)은 이스타 항공 정상화를 위해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했지만, 이 의원은 대량해고사태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전북일보가 모처럼 ‘이상직 의원’과 관련해서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냈지만 다른 신문들은 여전히 이 의원을 대변하거나 두둔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해 주었다.

[#3] “자동차 너무 많다” vs “택시업계 미지급분 돌려줘라”

한편 이날 의제설정에서 차이를 보인 뉴스들 중에는 택시업계에 관한 전북도민일보와 KBS 전주방송의 보도가 대조를 이뤘다.

경영주가 운수업과 관련 있는 전북도민일보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 전북도에 등록된 자동차가 6개월 만에 1만대 가까이 증가했다”며 “도내 자동차 등록 대수는 94만대에 육박했고 이는 전북도민 1.9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는 셈”이라고 보도해 시선을 끌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6월 말 기준 자료를 인용한 기사지만 자동차 증가를 경제면 톱기사로 배치해 다른 신문들과 차별을 보였다.

KBS 전주방송 보도(화면 캡쳐)
KBS 전주방송 보도(화면 캡쳐)

이와는 달리 KBS전주방송은 “부산지역 법인택시 기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최저임금 미지급분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이 택시기사들의 손을 들어줬다”며 “택시업계에 파장이 커질 것”이란 기사를 내보내 주목을 끌었다.

기사는 “택시회사가 유리하게 기사들의 임금체계를 바꾼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라며 “법인택시 기사의 월급은 기본적으로 받는 '고정급'과 사납금을 떼고 남은 '초과운송수입급'으로 구성되는데 지난 2009년부터 시행된 최저임금법에 따라 기사들은 '고정급'만 법 적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기사는 “이렇게 되자 택시회사는 관행적으로 사납금은 동결하고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 왔다”면서 “부산지법 민사6부는 ‘택시회사가 소정근로시간을 줄인 탓에 택시기사의 기본급 액수는 그대로고 이는 택시기사의 고정급여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높여 안정적인 생활을 하도록 한 특례조항의 취지와 어긋난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고 덧붙여 보도했다.

이번 판결이 다른 유사한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앞으로 지역 택시업계에 미칠 파장도 클 전망이다. 따라서 운수업계와 관련 있는 언론사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도 관심이 모아지는 이슈다.

서로 다른 이슈지만 언론이 의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메시지 크기와 반향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다음은 9월 14일(월) 전북지역 주요 신문 및 방송의 1면 또는 관련 기사 제목이다.

전북일보

광역 구심점 없는 전북 ‘어쩌나’

추석 앞두고 벌초

‘군산형 일자리’ 추진 제자리 찾을까

LH, 다가구 주택 매입사업 ‘특혜 의혹

전북 국회의원 존재감 없이 ‘침묵’만 -3면

전주시 스마트신호운영 구축 김성주 의원, 국비 24억 확보 -3면

전북도민일보

신시야미 관광단지 개발사업 새만금위원회 서면 심의 착수

과일·채소값 껑충… 추석물가 ‘비상’

완주군의회 전국 첫 ‘언택트 임시회’

제55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오늘 전북서 개막

전북도민 1.9명당 자동차 1대 보유 -6면

전라일보

기동취재 현장- 수해 한달 남원 하도마을 가보니

전주교도소 신축 이전 속도

전북 해외입구자 3명 코로나 확진

이상직 의원, 재산 논란에 대해 해명 -3면

김성주 의원, 지능형교통체계시스템(ITS)도입 역할 -3면

새전북신문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씁쓸'

전국 기능경기대회 개막

코로나19 장기화로 빼앗긴 일상…코로나 블루

이스타항공 관련 입 연 이상직 의원 답답함 호소 -3면

김성주 의원 전주 지능형 교통체계 시스템 도입 환영 -3면

전북중앙신문

가을웨딩 특수실종' 얼마나 버틸지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지급 신속 대응

장애인전용주차구역 홍보강화

전민일보

2차재난지원금‘역차별’불만속출

국민의힘, 전북현안‘귀닫고 발목잡기’

전북 군산형 일자리, 이달 중 공모사업 계획서 제출

이상직 의원, 재산 축소신고 의혹에 입 열었다 -3면

KBS 전주방송

“최저임금 미지급분 돌려줘야”…택시업계 파장

전주MBC

취업 대신 대규모 해고.."이상직 책임 묻겠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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