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오랫동안 협상해 온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었다. 지난 10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고 관세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이번 관세협상 타결에 대해 전반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10월 말 열린 한미 정상회담과 함께 APEC에 대해 평가해 보고자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난 4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근처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지난 30년간 우리가 누려오던 자유무역 시대는 다시 오기 힘들 것”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경주 APEC 정상회의가 1일 폐막했어요. 먼저 APEC에 대한 총평 해주세요.

“일단 성과라고 하면 국제사회 상대로 수출에만 의존하던 한국이라 보호무역 시대가 되면 한국이 뒤처지지 않을까란 우려를 국제사회가 갖고 있었을 텐데 새로운 시대에도 한국이 충분히 적응해 갈 수 있는 힘이 있고 저력 있다는 걸 홍보한 점에서는 성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죠. 사실 APEC 회담 자체는 예전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이나 다자주의 외교를 워낙 싫어하잖아요. 미국의 반대 때문에 국제 경제 문제에 있어서 국제 협력이나 자유로운 무역에 대한 합의문을 내놓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긴 하죠. 대신 이재명 대통령이 짧은 시간에 중국과 미국과 일본 같은 해외 정상들과 회담하면서 외교적으로 그들과 협력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 성과죠. APEC이라는 국제회의가 없었다면 그 사람들을 짧은 시간에 만날 수가 없었을 거 아니에요. 그런 면에서는 우리에게 큰 소득인 거죠.”

- 경주 선언이 안 나올까 봐 걱정했는데 나왔어요. 중국은 자유무역이란 문구 넣는 걸 원했는데 미국은 반대했잖아요. 하지만 전에는 거꾸로 하지 않나요?

“미국은 자유무역이라는 게 원칙이나 철학이 아니고 자기들에게 유리하다고 봐서 했었던 것이죠. 근데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이 오히려 미국에 불리하다고 생각하죠. 사실 미국이 달러의 기축 통화 지위 유지하려면 무역 적자를 볼 수밖에 없어요. 대신 서비스 부문이라든가 금융 쪽에서는 많은 흑자를 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역 적자 보면서 자기네 노동자들이 손해 보니 보호무역으로 가야 되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지지자들 선동하면서 태도를 완전히 바꿔버린 거죠.”

- 그러면 이제 자유무역은 끝난 걸까요?

“많은 전문가는 20세기 초반 심심한 보호무역으로 갈 수 없겠지만 지난 30년간 우리가 누려오던 자유무역 시대는 다시 오기가 힘들다고 보죠.”

- APEC에서 우리에게 중요했던 건 한미 정상회담이었어요. 관세협상이 타결되었죠. 전문가나 언론에서는 APEC 넘기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는데 예측하셨어요?

“저는 우리 정부가 APEC 때 꼭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부담감 가지지 말고,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 결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 했었어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때 협상 타결 발표 하기를 바랐겠죠. 결론을 얘기하자면 관세협상이 완전히 타결됐다고 결론 내릴 수가 없고 앞으로도 2년 이상 밀고 당기는 싸움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협상 끝나고 서명만 하면 되는 게 아닌가요?

“아니죠. 아직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문이 발표된 적 없죠. 물론 저는 우리 정부에서 발표한 합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어요.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각료들이 돌아가자마자 우리와 합의도 안 된 내용을 떠들기 시작했잖아요. 그러니 과연 그 사람들과 합의해도 안심할 수 없지 않겠는가 하죠.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부분이 사실 우리에겐 돈을 갈취당하는 느낌이에요. 아무리 협상 잘해도 우리가 손해를 줄이는 것만 가능하지 이익 볼 수는 없는 구조거든요. 이번 협상 내용대로라면 우리가 어디에 투자할 건지 또 어떤 방식으로 투자할 건지 상당 부분 발언권이 있는 거 같은데 트럼프 대통령 성향을 볼 때 말 안 되는 억지 계속 쓸 거잖아요.”

"미국 연방대법원, 의회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실시한 트럼프 관세정책 위헌심리 시작...우리도 시간 끄는 작전으로 가야"

- 그건 미국 국내용 아닌가요? 트럼프 대통령도 내년에 중간 선거 치러야잖아요.

“그러니 아무리 짧아도 내년 중간선거 때까지는 미국이 계속 억지쓰고 무리한 요구해 낼 것이고 한 번 합의가 돼도 또 새로운 요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리고 지금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의회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실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대해 위헌심리가 시작됐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이번 조치를 허용해 주면 앞으로 대통령이 의회 무시하고 마음대로 위헌적 조치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위헌판결이 날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도 상황을 주시하면서 성급하게 그들이 원하는 걸 내어주지 말고 시간 끄는 작전으로 가야 해요”

-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대훈장과 신라 천마총 금관을 수여했잖아요. 너무 저자세로 했다는 지적도 있는 것 같은데.

“제가 그 다음 날 미국 코미디언들이 진행하는 심야 토크쇼를 봤어요. 매일 밤 트럼프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거로 프로그램을 시작하는데 그 사람들이 ‘트럼프 금관도 생겼는데 한국에서 임금하고 여기로는 돌아오지 말아라’라며 또 ‘한국 사람들 아부 엄청 잘한다’라면서 웃는데 저도 웃으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더라고요.”

- 한미 정상회담의 전체적인 평가는 어떠세요?

“핵잠수함이나 무역 협상이나 표면적으로 보면 잘 된 것 같은데 지금 계속 반복하는 얘기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말을 자꾸 바꾸기 때문에 이 어디까지가 진정한 합의인지 그 부분은 안심하기가 힘들다 이거죠. 우리로서는 할 만큼 최선은 다한 것 같은데요.”

- 한미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핵 추진 잠수함 도입한 것 같아요. 국민의힘에서는 대선 공약으로 나오기도 했고요. 근데 평가가 엇갈리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많은 분이 핵잠수함 가지면 우리가 강대국으로 대접받게 되는 것으로 생각하시는데 그건 명품 백이나 고급 자동차처럼 가지고 있다고 남에게 자랑하는 물건이 아니라 굉장히 위험한 물건이고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경계하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이에요. 민주당 정부도 보수 정권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힘에 의한 평화’라면서 군비 증강해 왔죠. 하지만 군비 증강이 전쟁의 불씨가 된 경우는 많아도 평화를 불러온 적은 별로 없거든요. 왜냐하면 우리가 신무기 배치하고 국방력 키우면 다른 주변의 다른 나라들이 경계해요.

지금 북한, 중국만 얘기하지만, 일본과 러시아도 경계하고 있거든요. 그런 나라들이 한국을 더 많이 경계해서 한국 상대로 무기 배치하면 그게 어떻게 우리의 안보에 도움이 됩니까? 우리가 핵잠수함을 가진다고 해서 군사적으로 초강대국 대접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또 그런 걸 지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아요.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경제적으로 부강하지만, 군사적으로는 평화와 상호 군비축소 위해 노력하는 중견 국가예요. 문재인 정부 때도 핵잠수함 만들겠다고 했더니 트럼프가 OK 했다가 금방 취소했어요. 어제(3일) 온 미국 국방부 장관도 찬성이라고 말해놓고 승인 절차는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발뺌했잖아요.”

"바다 절반 수심이 너무 낮고 바닷속 울퉁불퉁해서 대형 핵잠수함 작전하지 않는 곳...핵잠수함 4대씩 갖는 건 사치”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그럼, 이재명 대통령은 왜 그걸 얘기했을까요?

“군이나 보수층에서 그런 거 가지는 게 우리에게 도움 된다고 보니까 많은 국민들의 지지 얻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한 것 같아요. 하지만 한 대 만드는 데 최소 2조가 드는 핵잠수함을 3~4대 만든다는 거 아닙니까? 근데 지금 시대가 바뀌어서 미국도 대형 핵잠수함이나 항공모함 위주로 전략을 짜지 않아요. 그리고 우리나라 바다의 절반은 수심이 너무 낮고 바닷속이 울퉁불퉁해서 대형 핵잠수함 같은 건 작전을 하지 않는 곳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핵잠수함을 4대씩 갖는 건 사치죠.”

-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날지도 관심사였는데 못 만났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도 했는데 왜 성사가 안 됐을까요?

“제가 한 열흘 전에 언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아주 확실한 선물 하나 안겨주지 않는 한 트럼프 혼자 생색 내기 위한 깜짝 쇼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가해 주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는데 예상대로 됐어요. 국내 언론에서는 마치 가능성이 상당히 있는 것처럼 너무 무책임한 보도가 많이 나왔지만 최선희 외무상이 트럼프 도착 며칠 전에 러시아 갔을 때 가능성이 없어져 버린 거거든요. 즉 북한이 간접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한 거죠.”

- 그러면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생각은 뭘까요?

“지금 러시아와 중국을 어느 정도 자기 편 돼주도록 끌어들였기 때문에 상당히 오랫동안 버티며 협상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생겼다고 김정은 위원장은 보는 거죠. 요즘 북한도 경제가 나쁘지 않아요. 사실상 물자가 들어오고 나가는 거에 대한 제재는 훨씬 예전보다 느슨해졌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숨통이 트인 거고 좀 더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거죠.

최근 북한을 다녀온 중국 인사들에게 들어보니까 상당히 북한 경제가 좋아졌다고 해요. 예전보다 백화점에 가서 중국 물건들 보니까 중국 현지보다 3배에서 7배 비싸게 파는데 그걸 사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는 거예요. 그리고 평양에서 지금 1인 개인의 자산이 그래도 한 50만 불 이상은 돼야 중산층 소리를 듣는대요.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했던 과거의 북한이 아니죠.”

- 그런데 아무리 중국과 러시아가 있더라도 한계가 있지 않나요?

“정상 국가가 되고 또 경제를 제대로 발전시키려면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죠. 그런데 저 자세로 협상했다가 자기들이 트럼프에게 당할 수가 있다고 보니까 어떻게든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해서 쉽게 양보 안 하겠다고 생각하죠.”

- 많은 사람의 전망이 내년에 북미 정상이 만날 거라는 건데 어떻게 보세요?

“사실 올해 내에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는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선물 주지 않고 있는 것 같고 또 세계 각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하고 또 국내 문제도 정신이 없으니까, 북한 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결정적인 부분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고 있어서 그것도 걸림돌이죠. 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원만하게 마무리 지어진다면 푸틴이 중재를 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어느쪽이든 평양이나 워싱턴에서 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블라디보스토크 같은 제 3의 장소 선택할 가능성도 약간은 생겼죠.”

- 그게 우리에게 좋을까요?

“지금 문제는 북한이 우리를 아예 상대도 안 해주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서 우리와 상의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좋든 싫든 간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현재 없다는 게 답답한 부분이죠.” 

"트럼프, 미국 가서 말 바꾸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들 얘기하니까 중국에서 내심 안도하는 눈치” 

-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날 북한은 미사일 발사 했잖아요.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뭘까요?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일 수 있겠죠.”

- 시진핑 중국 주석이 11년 만에 방한해 한중 정상회담 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셨어요?

“사실 박근혜 정권이 10년 전에 천안문 성루에 시진핑 주석하고 같이 올라서 한중 관계가 최고로 좋아졌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바람에 최악으로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 후로 한중 관계가 정상화되지 못했는데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사실 이번 회담 직전에 핵잠수함 얘기가 먼저 나와서 중국 쪽에서 상당히 긴장하고 이거 한국이 미국과 협력해서 중국 압박 최전선에 서겠다는 소리 아닌가란 얘기가 나왔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가서 말을 바꾸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을 얘기하니까 중국에서 내심 안도하는 눈치예요.”

- 한한령이 풀릴까요?

“저는 머지않아 풀린다고 봐요. 근데 중국 정부가 폐기한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고 아마 자연스럽게 단계적으로 풀지 않을까 봅니다.”

- 우리나라 극우층이 지금 혐중시위 하잖아요. 이건 한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한중 관계 자체에 미치는 영향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거예요. 극우세력들이 과거에는 북한을 상대로 혐오를 부추기고 북한의 위협 강조하는 공포 마케팅으로 장사 해왔는데 그게 요즘은 잘 안 먹히니까 대체할 상대 찾은 게 중국인 거죠.”

- 일반인이 혐중시위하는 거와 국민의힘에서 혐중정서 자극하는 건 다르지 않을까요?

“당연히 그렇죠. 또 정치인들이라는 사람들이 주변국과의 갈등을 조장하고 무책임한 내용이나 사실과도 다른 내용들을 얘기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죠. 그리고 중국인 무비자 같은 것도 원래 중국이 한국 쪽에 대해서 무비자 조치 취해줬기 때문에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 취한 거고 그 결정은 윤석열 정부 때 한 거죠. 그걸 가지고 이재명 정부 비난하고 혐중 여론 부추기는 것도 말이 안 되죠.”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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