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더불어민주당과 법원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민주당이 사법개혁을 주장하자 법원은 전국 법관회의를 열어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또한 국회 법사위가 30일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추진하지만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갈등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상황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고자 지난 26일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한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현시점에서 사법개혁은 반드시 해야...다만, 개혁 의제를 선택하고 처리하는 방법이 폐쇄적이라는 느낌"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사법 개혁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법원의 갈등이 있는데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법원과 정치권의 갈등은 통상 있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개혁을 주장하는 정치 세력이 있고 또 그에 저항하는 개혁 대상이 있으면 으레 의견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다만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개혁 의제를 제시하고 추진하는 방식, 그리고 법원이 그에 대응하는 방식이 조금 잘못된 것 같습니다.

현시점에서 사법개혁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만, 그 개혁 의제를 선택하고 처리하는 방법이 폐쇄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서 사법개혁의 필요성이나 방향들에 대한 의견 수렴하여 논의를 이어 나가기보다는 자기들이 생각하는 사안들 중심으로 의제 자체를 확정 지은 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법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몇 가지 항목에 국한되면서 별다른 사회적 관심 끌지 못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 아마 민주당 입장에는 정권 초기에 개혁하지 않으면 못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거든요.

“그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개혁의 시급성이나 당위성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민주당이 제기하는 5가지 의제를 중심으로 또는 그것에 국한해서 진행되어야 하는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법원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한둘이 아닌데 굳이 이 5개의 의제만이 절호의 순간에 급하게 처리하고자 하는가는 또 다른 설명이 있어야 합니다.”

- 아까 교수님이 법원 대응도 문제가 있다고 하셨잖아요. 어떤 건가요?

“현재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결코 적지 않고 이를 법원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법원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문제점들에 대해 반성하며 자기 개혁의 의지들을 최소한의 수준에서라도 천명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내란 사태로 법치주의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지난 5월의 법관 대표회의는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했고, 지난 12일의 법원장 회의 또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방패가 되어 개혁에 소극적인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 왜 법원은 그렇게 할까요?

“법원이나 법조인들이 개혁에 소극적인 경향을 보이는 건, 전 세계적인 경향입니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 법원의 경우에는 굳이 국민의 사법 개혁 요구들에 눈 감고 되려 역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는 우리 법원 구조의 문제에서 야기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법원장과 그를 보좌하는 법원행정처가 사법권의 중핵이자 최상급 통제기관에 자리하면서 전체 법관들을 제어하는 상황, 그리고 이런 조직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 혹은 대법원장 등의 자리보전을 위해 굳이 이렇게 저항적, 소극적으로 움직이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헌법 부정하고 헌법 파괴하려 했던 '내란 사태' 앞에 두고 지엽적인 '헌법 조문' 논쟁만...반역사적 코미디"

- 이슈 중 하나가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 같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 법조계나 학계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은데.

“이 내란 전담재판부의 위헌 논란은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했던 것은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내란 국면을 어떻게 종식할 것인가, 그 과정에서 법원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관한 법원 내지는 법조계의 숙의였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헌법 문제가 제기된 것이지요. 헌법을 부정하고 헌법을 파괴하려 했던 내란 사태를 앞에 두고 지엽적인 헌법 조문 논쟁만 벌이는 것 자체가 반역사적인 코미디지요.

실제 내란 전담재판부는 엄밀히 보자면 법원 조직과 재판 사무 배정에 관련된 것입니다. 전자는 헌법 제101조에 따라 입법부가 법률로 정할 수 있고, 후자는 헌법 제103조에 의해 국회의 입법권이 대법원의 규칙 제정권이 우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의 절차나 방법 등은 법률로써 규정한다고 해서 헌법위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에서 권력분립이나 법원의 독립을 들면서 위헌론을 제기합니다만, 그 헌법 원칙들은 각 부서가 절대 불가침의 아성을 쌓고 노터치를 외치도록 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국가기관들이 서로 소통과 협력 통해 기능적인 조화를 도모할 걸 요구합니다. 내란 전담재판부는 내란에 의해 훼손된 헌법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이런 요청에 합치되는 방식입니다.”

- 만약 전담 재판부가 설치되면 피고인은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신청할 거고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고 할 경우 그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더라고요.

“그런 말도 나올 수는 있는데 그리 의미 없을 듯합니다. 특별법이 시행되면 법(안) 제7조에 따라 사건은 바로 전담재판부의 전속관할에 속하게 됩니다. 현재의 지귀연 재판부는 재판권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피고인 측이 특별법에 대해 위헌 제청 신청을 하더라도 새로 구성되는 전담재판부에 해야 하고, 그 판단 또한 전담재판부가 합니다. 문제는 전담재판부가 이 특별법을 위헌이라 판단할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이 특별법은 자신의 존재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위헌 제청을 한다는 것은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셈이 되어 버립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위헌법률 심판은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면 피고인측은 위헌 심판형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하는데, 이 경우는 재판절차가 정지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헌법소원을 헌재가 인용할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입니다. 헌재 결정이 아무리 빨라도 1심판결이 나오고 항소심 단계로 접어든 뒤일 것이고 그 단계에서 헌정 파괴범을 석방하게 되는 결정을 쉽사리 내어놓기는 어렵겠지요. 사실 위험부담은 영장 전담 법관의 경우가 더 큽니다.”

- 그게 뭐예요?

“특별법은 내란 전담재판부 외에 영장 전담 법관을 두도록 합니다. 그런데 만일 헌법재판소가 이 영장 전담 법관 규정을 위헌이라 판단한다면, 그가 발부한 영장에 따라 수집한 모든 증거가 불법 수집 증거가 되어 버릴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면 피고인을 유죄로 판결할 만한 증거들이 사라지게 되지요. 물론 이는 위헌 가능성이 더욱 없습니다. 요컨대 내란 전담재판부든 영장 전담 법관이든 더 이상 헌법 문제로 삼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논의를 헌법 논쟁에서 내란 종식으로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

- 민주당이 18일 내란 전담 재판부 법을 발의했잖아요. 법 내용은 어떻게 보세요?

“특별히 설치되는 전담 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법관으로 대법원장이 전담 재판부를 구성하게 한다는 취지인데, 그런 절차는 헌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이 위원회는 법관 대표와 변협이 추천한 위원들로 구성됩니다. 이는 법관 인사 포함한 사법 행정 일반을 다루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사법 행정위원회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근데 법무부도 위원을 추천하게 되어 있잖아요.

“그렇다고 사법의 독립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위원 9명 중 한 명의 몫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N분의 1 역할에 불과합니다. 사실 법무부가 안 들어가는 것이 모양새의 면에서 더 좋을 수 있겠지만,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나라에서 그 걸 문제 삼을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대법관 증원, 30여 년 전부터 이야기...대법원에 쏟아지는 사건, 연간 4만 건 이상 접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을 추진 하는데.

“대법관 증원은 벌써 30여 년 전부터 이야기되어 왔던 것입니다. 대법원에 쏟아지는 사건 수 때문입니다. 연간 4만 건 이상이 접수되는 상태라 항간에서는 대법관의 재판이 아니라 재판연구관들의 재판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판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 이상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의당 대법관을 대폭 증원해야 됩니다. 지금은 16명 증원 수준을 이야기하는데, 외국의 예를 비추어 보더라도 적어도 50명 내지는 60명이 넘어가는 증원이 돼야 된다고 봅니다. 다만 고민해야 할 것은 이 증원의 과정입니다.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는 것을 1~2년 안에 해치울 수는 없는 거죠.”

- 민주당은 임기 내에 하려고 하는 것 같거든요.

“대법원의 구성을 두고 자꾸 정파적으로 접근하는데 정말 무의미한 주장입니다. 현행 헌법에 의하면 이미 대통령 한 명이 거의 대부분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대법관의 임기가 6년이니 5년인 대통령 임기와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헌법을 바꾸지 않는 한 대법관의 임명은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게 됩니다.”

- 대법관 증원보다 재판 소원제 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 두 사안은 상호 무관한 것이라 선후를 따질 수 없습니다. 재판소원제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대법관을 증원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재판소원제는 도입해야 됩니다. 법 규정은 그것이 실제의 현실에 적용될 때 내용이 확정됩니다. 특히 법률의 종국적인 해석권이 법원에 있는 체제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어떤 법률이 위헌이냐 아니냐는 그 법률이 법원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어떻게 판결로 이어지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법률만 보면 합헌인데, 그 법률을 적용한 판결 내용이 헌법에 반하는 경우 과연 우리 헌법 질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일종의 적용 위헌이라 할 수 있는 상황이 법원에 의하여 속출한다면 헌법이나 위헌법률심사제가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되고 맙니다. 그걸 헤치고 나가려고 헌재가 내어놓은 궁여지책이 한정위헌, 한정합헌결정인데, 이조차도 법원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려 하니 법원에 의한 헌법침해 사례를 극복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재판 소원 제도는 이런 한계상황을 벗어나 헌법을 지키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방책입니다.”

-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주장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듯합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광석화처럼 파기환송 판결한 것이 정치 개입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사실 대법원장은 그런 이례적인 재판 진행에 대해서는 나름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다만 탄핵의 요건이 성립하는가는 별도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대법원, 판결 과정 잘못된 것이라면 파기환송이든 기각이든 모두 대선 개입 의심할 만"

- 대법원장을 소환한 청문회는 어떻게 보세요?

“우리 국회에서 대법원장이 직접 질의 응답에 임했던 것은 이승만 정권 때 외에는 없었습니다. 그 당시는 법원행정처 조직이 지금 같지 않아 국회의 질의 응답 절차를 감당하기에 적절하지 않았던 면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법원행정처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조직이 되면서 법원행정처장이 그 역할을 대신해 왔습니다. 그런 관행을 감안하고, 더구나 현안이 구체적인 재판에 관한 것인 상황에서는 재판의 독립이라는 관점에서 그 사건의 재판장이었던 대법원장을 소환해서 선서 증언을 하게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만일 국회가 진정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혐의를 규명해 내고자 한다면 청문회 방식보다는 탄핵소추가 더 적절할 수도 있습니다.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법사위가 그 혐의에 관한 조사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재판 행위를 심층적으로 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탄핵 사유가 있는지를 검증해 낼 수 있겠지요.”

- 민주당에서 4인 회동설 주장했는데.

“그동안 탄핵소추의 과정이 빈번했는데, 우리 국회가 놓쳐버린 것이 국회 스스로 조사권을 발동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탄핵소추의결서가 언론 기사들의 복제판이 되는 경우도 없지 않았습니다. 미국처럼 우리 국회법도 탄핵소추 절차에서 법사위가 조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언론 보도나 수사 결과에 따른 탄핵소추가 아닌 국회가 자체적으로 규명한 진실에 따라 탄핵 소추할 수 있습니다. 4인 회동설의 경우도 이렇게 처리하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 그러면 교수님 보시기에 4인 회동설은 의혹 제기할 만한 거였나요?

“당연히 그런 의심의 여지는 있습니다. 다만 그 의심의 여지를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입증의 몫은 국회가 져야 할 것이고요.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왜 대법원장이 갑자기 재판부를 열었느냐는 의문이 해소되어야 합니다. 항소심에서 급하게 소송서류들을 대법원에 송부하고 대법원은 사건 접수와 거의 동시적으로 모든 대법관이 그 사건기록을 접하게 되고, 관행과는 달리 재판연구관들이 즉각적으로 달라붙어서 기록 검토와 보고서를 작성하고, 소부를 우회하여 전원 합의체가 급하게 소집되는 상황은 선거범죄를 조속히 처리하라는 법 규정 바깥의 이유가 무엇인가 있었다는 의심할 만합니다.”

- 만약 대법원이 기각했다면 문제없나요?

“대법원이 기각 판결을 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파기환송 판결이 이재명 후보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면 상고기각 판결은 그를 당선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짐작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판결 과정이 잘못된 것이라면 파기환송이든 기각이든 모두 대선 개입의 의심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엄밀히 보자면 미국 뉴욕주 법원이 2024년 트럼프에 대한 형사재판 선고를 미루었듯이 대법원도 그 판단을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루어야 했습니다.”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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