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이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뇌물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전주지방법원 현직 부장판사를 대상으로 강제 수사를 진행해 충격과 파장이 크다. 특히 공수처 출범 이후 법원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어서 지방법원의 불신과 공정성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2부(김수환 부장검사)는 26일 오후 4시쯤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전주지법 A부장판사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현직 부장판사, 지역 로펌 변호사에게 현금·아들 돌반지·배우자 향수 등 받은 혐의…4월부터 의혹 제기

A부장판사는 전북지역 로펌 변호사 B씨에게 현금 300만원과 아들 돌반지, 배우자 향수 등 370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를 받고 있다. 또 B변호사 등이 주주로 있는 회사가 소유한 건물을 A부장판사 아내가 무상으로 음악 교습소 용도 등으로 쓴 의혹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A부장판사는 이러한 의혹이 불거진 이후 "아내가 B변호사의 아들에게 교습해주고 그 레슨비를 받은 것"이라며 "재판 등 직무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수처가 법원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어서 지역 법조계가 발칵 뒤집힌 형국이다.
그동안 해당 부장판사에 대한 여러 의혹은 법조계에 심심치 않게 나돌았던 터라 올 것이 왔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해당 의혹과 관련 고발장을 접수했던 전북경찰청은 현직 판사의 경우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며 지난 5월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한 바 있다.
전주지법 소속 A판사의 금품 수수 의혹이 경찰에 접수된 건 지난 4월로 고발장엔 해당 판사가 현금과 돌 반지, 향수 등 370만원가량의 금품을 받았다는 주장이 담겼었다.
'고교 동문' 사이…사적 인맥 통해 판결에 영향 미친 ‘향판제’ 비리 떠오르게 한 사건

더구나 금품 등을 건넨 이로 지목된 지역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해당 판사와 고교 동문 사이로 알려져 더욱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고발인은 두 사람 사이에 오간 금품이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한 가운데, 공수처 수사의 핵심도 배당 사건과 수임 관계 등을 토대로 한 직무 관련성 여부가 될 것이란 지적이 높다.
무엇보다 공수처가 법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선 건 사상 초유의 일인 만큼 법원 주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더구나 고발인은 법무법인 측 사무실을 판사 아내의 음악 교습소 용도로 무상 제공했단 의혹도 제기한 상황이어서 추가로 혐의가 더 나올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판사는 “아내가 변호사의 자녀에게 악기 교습을 해주고 레슨비를 받은 것으로 재판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사상 처음으로 법원을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에 돌입한 공수처가 어떤 결론을 낼 지 법조계 안팎에선 수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한편 전주지법은 압수수색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해당 판사 측은 “직무와 무관한 일”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지역 유지나 피고인과의 사적 인맥을 통해 판결에 영향을 미쳐 논란이 반복됐던 '향판제(향토 판사 제도)'가 부활해 공정한 재판을 저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사법부는 2016년 이후 '향판 배제 원칙'을 도입하고 전국 법관 순환 근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한 바 있지만 인맥과 학맥 등을 통해 판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과 사례들이 그동안 여러 지역에서 끊임없이 발생해 왔다.
이에 대해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검사들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검찰 폐지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현직 지역 부장판사에 대한 비리 혐의가 강제수사로 이어져 충격적이다”며 “사법체계 전반의 불신으로 확대된다면 법과 정의를 누가 바로 세워 나갈지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