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단체들, 한빛원전 1호기 수명 만료 100일 앞두고 '영구 정지 선포식' 열어

대한민국에 ‘체르노빌의 악몽’을 드리울 뻔했던 한빛 1호기의 40년 설계 수명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탈핵단체들이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전남 영광을 찾아 '한빛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을 열어 주목을 끌었다.
한빛핵발전소대응호남권공동행동과 영광한빛핵발전소 영구폐쇄를 위한 원불교대책위, 영광핵발전소 안전성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등 환경·시민사회단체들은 15일 영광군 홍농읍 한빛원전 앞에서 한빛원전 1호기 영구 발전 정지를 염원하는 '영구 정지 선포식'을 열었다.
한빛 1호기의 안전한 영구 정지를 염원하는 이날 '굿바이 한빛 1호기' 선포식에서 참가 단체들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 계획을 강력히 규탄했다. 특히 선포식이 열린 행사장에는 “한빛 1호기 문 닫고 송전선로 재생에너지에 양보하자”, “핵사고 예방이 실용적인 선택이다. 수명연장 중단하라”, “수명연장 중단하고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추진하자”는 등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궂은 날씨에도 모인 참가자들은 한빛 1호기가 지난 40년간 안고 있던 위험들을 상기하며, 이제는 안전하게 멈춰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날 발언자들은 한빛 1호기의 지난 40년을 되짚으며, 주민들이 겪었던 불안과 위험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이준한 신부는 “생명과 자연을 위협하는 모든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며 “한빛 1호기는 지난 40년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았고, 이는 인간의 생명권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인류는 자연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갈 책임이 있다”며 “노후 핵발전소의 위험을 외면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생명의 가치와 평화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 대응 김용국 집행위원장은 수명 연장의 비합리성을 비판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핵발전소 1기가와트(GW)당 수조 원의 수명 연장 비용이 소요되지만, 우리나라 한빛 1호기의 수명 연장 비용은 2000억~3000억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뒤 “안전 문제에 대한 충분한 자금 투입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비용이 낮게 책정된 것”이라며 “이는 국민의 안전을 경제적 논리 아래 희생시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밖에 이날 탈핵에너지전환전북연대 최은숙 공동집행위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이 한빛 1호기의 수명 연장을 하려는 이유는 안전보다 경제적인 이유인 것 같다”며 “격납건물 철판 부식과 공극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한빛 1호기의 안전 문제를 진정으로 생각했다면, 결코 수명 연장을 결정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핵시민행동 이영경 운영위원은 “안전 측면이나 경제성 측면에서 한빛 1·2호기는 더 이상 실용적이지 않다”며 “수명을 연장하더라도 안전성 문제로 잦은 고장이 발생해 막대한 복구 비용과 발전 중단이 이어져 결국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한 뒤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은 경제성도 없는 선택”이라며 “핵사고 예방이야말로 가장 실용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선포식에서는 광주원불교 유도은 교무와 탈핵고창군민행동 최재일 공동대표가 한빛 1호기 영구정지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40여 년을 버텨온 한빛 1호기가 이제 운이 다하기 전에 안전하게 문을 닫기를 바란다”며, “오는 12월 22일 한빛 1호기 영구 정지를 축하하는 자리에 다시 모이겠다”고 다짐했다.
선포식의 마지막은 한빛 1호기의 퇴장을 상징하는 특별한 퍼포먼스가 장식했다. 또한 '한빛핵발전소 닫자 보이즈'라는 이름의 공연팀이 무대에 올라 K-POP 음악에 맞춰 노후 핵발전소를 닫자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주최 측은 "한빛 1호기를 시작으로 수명 연장을 시도하는 노후 핵발전소를 하나씩 문 닫게 할 우리의 든든한 연대 그룹"이라고 소개하며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날 참여한 단체는 한빛핵발전소대응호남권공동행동(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위한공동행동, 공공성강화정읍시민단체연대회의, 탈핵에너지전환전북연대,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핵없는세상을위한고창군민행동), 영광한빛핵발전소 영구폐쇄를 위한 원불교대책위, 영광핵발전소 안전성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등이다.
/박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