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136)

남원 고을 원님은 둥근 밥상에서 식사를 하고 광한루에서 마시던 신선차와 신선주는 둥근 찻상에 올린다는 구전이 있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남원은 목기의 고장이었다. 제사에 쓰이는 도구의 일체를 나무로 만든 것이 목기였다. 목기 만든 손재주는 밥상도 잘 만들어 냈으니 목기와 밥상이 조선의 명물이 되었다. 목기는 둥근 기물이고 남원의 유명한 밥상 또한 원통형 상이었다. 남원의 원통상은 어떻게 생겨나서 유명해졌을까? 

남원의 밥상은 원통형 상이었다. 통나무 판을 원형으로 잘라 만든 상이다. 원은 우주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창고다. 죄인도 우주의 기운으로 개과천선 하라는 교화 장치로 옛날 감옥은 원형이었다. 

남원 고지도의 감옥 그림이 그 실체이고 남원 테마파크에 재현해 놓은 춘향이 감옥도 그렇다. 사람인 소우주를 유지시켜 주는 에너지는 음식이고 음식의 재료는 자연에서 우주의 기운을 모아 자란 것들이다 그것에 백성의 노고가 들어 원님상에 올랐다.

남원 원님의 밥상이 원형인 것은 사람인 소우주를 유지시키는데 필요한 우주의 선한 기 에너지와 백성의 기운을 받도록 하기 위한 생각에서였고 그 에너지를 청풍양수의 청렴으로 키워 고을 통치의 이념으로 삼게 하려는 것이었다.

광한루 차담회에는 신선주와 신선차가 올랐다. 남원 고을의 성수를 낸다는 광한루 옆 대모천의 샘물로 요천의 여뀌를 법제화 시켜 숙성시켜 낸후 우려낸 여뀌차를 신선들의 세상인 광한루에서 마시며 차담하는 것이 신선차였다.

또한 새벽의 대모천 성수에 여뀌를 재료삼아 빚은 대모주를 신선들의 세상인 광한루에서 마시며 주담을 하는 것이 신선주였다. 요천의 여뀌와 대모천 성수로 빚은 차와 술은 광한루에서는 신선차와 신선주가 되었고 선물용이 되었을 때는 용차와 용주가 되었는데 그 구전은 이렇다.

지리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 고을의 젖줄이 되고 그 물의 주인이던 용이 낮이 되면 여뀌꽃으로 변한다고 해서 그 꽃 이름을 빌어 요천이 생겨났다고 한다. 여뀌로 우려 낸 차와 술을 광한루에서 음용할 때는 신선차와 신선주라고 했고, 손님에게 선물로 줄때는 용차와 용주라고 했는데 이는 용의 변신체 요천의 꽃 여뀌의 문화다.

일제 강점기 남원 권번의 명주, 명차라던 대모주와 대모차는 광한루 신선차와 신선주의 유전자에 끈을 대고 있음이다. 남원 원님이 백성들로부터 지탄을 받거나 폭정을 하거나 사심의 통치를 하면 원로들의 모임인 노계소에서는 그 원님을 광한루각으로 초대하여 신선주와 신선차를 대접하며 백성들의 원성을 전하고 청풍양수의 전통적 고을 통치 문화를 자문했다.

원님이 광한루 차담과 주담회를 마치고 누각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 오면 주위에 있던 백성들이 우리고을 신선 내려온다고 환호를 했다. 신선을 알아보는 백성들의 세상은 신선의 고을이었음으로 원님도 백성의 원성을 듣는 원님이 아니라 칭송을 듣는 신선의 원님이 되어야 했다.

남원 고을에 악덕 원님의 구전이 없는 것은 고을 백성들의 광한루 신선차 신선주 같은 문화 인문적 정화장치를 두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꼴값 떨다 흉물내서 고을 쇠락시키지 말고 문화자원 활용으로 르네상스를 내야 할 때다. 천년고도의 문화자원은 K-문화의 집성체이고 고을 부흥의 활용자원이다.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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