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언각비-19

철면피(鐵面皮)들이 판치는 세상, 후흑(厚黑)이 우쭐대는 세상, 그래서 소박하고 질박한 우리네 장삼이사들의 심성은 발붙일 곳 없는 세상. 세상은 뻔뻔스럽고 음충맞은 이들이 활개를 친다.

요즘 시속은 그렇게 변해버렸다. 예·의·염·치라고는 도무지 찾아보기 힘든 사람들이 앞에 나서서 민의를 대변한다고 엉너리 부리는 이 현실은 난센스의 극치이자 희대의 코미디다. 

아무리 세상에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뻔뻔스러운 인간들이 득시글댄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남 앞에 나서서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야 하는 자들은 그래서는 안 된다. 특히 선출직 공직자들은 그렇다. 그런데 도덕과 양심, 부끄러움은 개나 돼지에게 있는 것이지 자신들에겐 없다는 투로 행세하는 이들이 아직도 버젓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다닌다. 오히려 마치 ‘내가 뭐 어때서’라는 듯 자세(藉勢)한다. 자신의 인격과 양심을 내세우기 보다는 ‘나는 대통령과 이런 사이’라며 과시하고 환심을 산다. 

“항공료가 기차값보다 싸다는 것 알고 있습니까?” 

“이스타항공이 10년 전에 대한항공, 아시아나의 독과점을 깨뜨렸기 때문에 가능해 졌습니다.”

“항공료를 2만~3만원 낮추면 (1년에) 얼마입니까? 2조~3조원입니다. 2조~3조원. 여러분들에게 1년에 2조~3조원씩 벌어주는 항공사를 제가 창업했습니다.”

이상직 국회의원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자랑스럽게 자문자답하면서 우쭐댔던 말이다. 

2007년 이스타항공을 설립해 화제를 모으며 일약 스타가 됐던 이상직 회장이었다. 적어도 그 땐 그랬다. 그런 그가 1600여명의 임금 250억원을 반년 넘게 체불하다가 급기야 600여명을 정리해고 했다. 지난 6월 29일에는 가족소유 지분 모두를 회사에 헌납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회사에서 손을 털었으니 난 모르는 일이다’라고 일관해왔다. 그러면서 침묵·잠행·묵묵부답으로 논란과 책임을 피하기 일쑤였다. 국회에도 지역구 출신 의원이라면 그 귀하다던 예결위 출석도 안하고 언제 잠깐 나타났는가 하면 어느새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하기야 예결위 출석보다 더 소중한(화급한) 일이 있기 때문이었겠지만.

“이스타항공은 저희만의 회사가 아닙니다. 도민들, 국민들이 함께 사랑하고 키워갈 국민항공사입다.”

이렇게 말한 사람이 이상직 의원이었다. 회사는 파산으로 치닫고 수많은 노동자들은 임금을 못 받고 생계를 걱정하고 있는데 이상직 회장 자녀들은 아무 일도 안 하고 회사가 인수되면 200여억원을 증여받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준 것도 그였다.

이상직의 시치미 단연 ‘압권’

자 이제 한번 살펴보자.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일은 혼자만 잘 살려고 하다가 결국엔 그러지도 못하고 타인에게 해만 끼치는 경우다.

이들은 운 좋게 행운을 얻는다 해도 결코 진정한 행복을 얻지 못한다. 진정으로 잘 사는 일은 타인과 더불어 사는 길을 찾고, 그것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스타항공의 별은 ‘저 별은 너의 별 저 별은 나의 별’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나도 잘살고 너도 잘사는 꿈과 희망의 별이다. 그 길을 제시하고 도전하는 가장 선한 별이 될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마치 ‘팡세’같은 근사한 말을 늘어놨다. ‘촌놈 하늘을 날다’라는 책에서다. 가장 선(善)하다? 별에 선하고 악한 별이 있는지 모르지만, 독자에게 큰 감동을 주려고 쓴 레토릭이라고 치자. 그가 과연 ‘선한 별’이 되고 있는가. 아니 선하려고 애를 쓰기는 했는가. 그간의 이상직 의원 행태를 보면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사는’이라커니 외쳤던 사람이 오래도록 임금을 체불한 끝에 끝내 정리해고까지 하다니 누가 그를 이해하겠는가. ‘꿈과 희망의 별’이라커니 영탄했던 말을 누가 곧이들을 것인가. 

JTV 9월 8일 보도(화면 캡쳐)
JTV 9월 8일 보도(화면 캡쳐)

요즘 이 의원의 행태는 이런 ‘팡세’같은 말들이 그저 달착지근한 사탕발림이었단 걸 고스란히 입증해주고 있다. 한 사람의 말이 진정하고 간곡하게 들리려면 그 사람의 인격과 품성, 가치관이나 도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 신뢰를 얻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이상직 의원은? 고개가 도리질한다. 이상직의 시치미는 단연 압권이다. 
회사 노조가 임금체불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사주가 개인재산을 털어서라도 회사를 살리는 데 힘쓸 것을 촉구해도 ‘회사경영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국회 출석시 기자들이 이스타항공 문제에 대해 물어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오래전부터 문제가 불거졌지만 시종 치졸하고 무책임했다.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아니 오히려 천연덕스럽고 태연자약했다. 

회사를 어떻게 처분하고 자신과 가족들에겐 어떤 이득을 취할 건지 이미 머릿속에서 계산을 끝냈으니 표정관리하면 된다는 뜻이었을까. 하긴 증권사 펀드매니저 시절(사회 첫 걸음을 내딛던 때)의 재바르고 기막힌 계산속이 이미 주판알을 튕겼을 터. 

기자들이 물어보면 묵묵부답인 처신도 잔망스럽다. 더없이 군색하고 초라하다. 일자리를 만들고 하루에 수십억 원을 벌어들인다며 큰소리 치고 으스대던 창업 초기의 모습은 어디로 갔나. 이스타항공 직원들에 대한 죄책감은 전혀 찾을 길 없다. 단지 운 나쁘게 풀려서 산통 깨졌다는 듯 ‘오불관언’이다. 

차라리 솔직한 고백과 함께 깨끗이 뒷마무리를 했더라면, 내 재산 챙기는데 급급할 것 아니라 ‘자갈논이라도 파는 심경’으로 대처했다면, 나는 빈손으로 시작했으니 빈털터리가 돼도 괜찮다고 털어놨다면…  

그렇게 추접하고 작고 옹졸해 보이지는 않았을 터다. 그의 말로가 궁금해진다. 가족 소유 지분 헌납에 대한 언급을 보자. 

“번민과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습니다. 가족이 희생을 하더라도 회사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말, 양치기 소년의 ‘늑대가 나타났어요’에 지나지 않는다.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연맹이 그것을 직접 설명해준다. 연맹은 국내 주요 항공사들의 조종사들로 구성된 단체다. 연맹은 성명서를 통해 “이상직 의원이 주식 헌납을 통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이상직 의원 일가가 인수과정에서 빠지고 모든 책임을 상대방과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대주주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라”로 촉구했다. 

연맹은 이스타항공 사태의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아닌 비정상 경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맹은 “이 의원 일가는 경영에 참여한 적 없다고 주장하며 임금체불 5개월 동안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다가 마지못해 창업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꼬리 자르기 정치쇼를 하고 있다”며 “창업과정의 비정상적인 자금출처, 편법 증여 의혹, 어린 자녀들의 회사 임원 보직, 투명하지 않은 회계처리 등 모든 과정이 합법·공정·도의를 벗어난 전형적인 적폐행위”라고 지적했다.

일자리 창출 강조하다 무더기 해고라니

그가 일자리 만드는 화신이라고? 글쎄올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재임시 총선에 출마한 그는 ‘일자리 창출’을 선거 홍보물 등에 자신의 강점으로 부각시키며 내내 약속했다. 이사장 취임 때 발언도 ‘사람중심 일자리경제’를 강조한 그였다. 그러나 그가 한 일은 일자리 만들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끝내 지금은 자신의 회사 일자리도 지키지 못하고 무더기 해고를 초래하고 있다.

그가 주가조작, 선거법 위반 등 문제가 지적됐는데도 21대 총선에 공천을 받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오로지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 때문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서 직능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았다. 대통령과 가까우면 이처럼 수퍼맨이 된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단독 출마했다가 비난여론에 부딪히자 철회하고 사퇴하기도 했다. 그러고도 그는 건재하다. 아직까지는. 

그는 증권사 펀드매니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통상 우리는 펀드매니저에 대해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아무래도 ‘사기꾼’이란 인식을 강하게 한다. 

“펀드매니저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해. 어떻게 아무런 기술투자도 없이 돈을 그렇게 눈덩이처럼 불릴 수 있는 거지?” 

물론 한 고교 1학년(서울 국제고 황승민)의 이런 생각이 정답에 가깝겠지만 말이다. “펀드매니저란 남의 돈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윤리성이 가장 중요하며 신중과 과감함을 겸비한, 호랑이와 곰의 특성을 겸비한,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윤리적인), 그러나 그 세상의 타협점(수요, 공급의 균형점)을 찾아 가는 사람이다.”

이처럼 몰락하는 이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을 지낸 인물이라니 실색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국회의원을 둔 국민이 불행할 따름이다. 단지 몰락해서가 아니다. 그를 신뢰할 수 없어서다. 

기업을 창업해 처음 출발했을 때 각오만큼 경영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다고 한다면 그렇다 치자. 하지만 오늘날 이렇게 참담한 모습으로 추락한 것은 모두가 자업자득이다. 거듭된 거짓말의 역습이다. 그러니 철석같은 믿음을 줘야할 기업CEO의 모습은 찾을 길 없다. 그저 ‘먹튀의 화신’ ‘펀드매니저의 사기꾼적 경력이 원죄’라는 비난을 들어도 싸다. 지금으로서는 국회의원 자리가 최대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리라. 때문에 오로지 국회의원 자리에만 기를 쓰고 매달릴밖에. 허나 그 자리가 끝까지 지켜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기기인(自欺欺人)’이라고 했다. 자기를 속여야만 남을 속일 수 있다는 얘기다.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찾아야 할 만족과 성취가 무엇이던가. 그러나 짧고 아둔한 생각을 가진 이들은 눈앞의 이익에 환장한다. 훗날 그것이 자신을 감옥에 가두는 굴레가 될 줄은 미처 모른다. 이상직 의원이 고요히 생각에 잠겨 반추해봐야 할 문제다. 

속고 배신당하고 뒤통수 맞는 세상

옛날 중국에 왕광원(王光遠)이라는 진사가 있었다. 그는 출세욕이 대단했다. 권력가와 교분을 맺기 위해서는 심지어 채찍질로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이를 개의치 않고 웃어넘길 정도였다. 이런 그를 두고 당시 사람들은 ‘광원의 낯가죽은 열 겹의 철갑처럼 두껍다(光遠顔厚如十重鐵甲)’라고 말했다. 《북몽쇄언》의 기록이다.

송사(宋史) 〈조변전〉에는 ‘조변은 전중시어사(殿中侍御史;관리의 부정을 감찰하는 벼슬)가 되자 권력자건 천자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건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그 부정을 적발하므로, 사람들은 그를 철면어사(鐵面御史)라 불렀다.’라고 나온다. 

이처럼 철면피라는 말에는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뻔뻔스런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 외에 강직한 것, 준엄한 것의 뜻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보통 염치를 모르는 뻔뻔스러운 사람이라는 한 가지 뜻으로만 쓰인다. 지금은 바야흐로 겸손하고 솔직하기보다 얼굴 두꺼운 자들이 벌이는 이벤트와 쇼맨십이 먹히는 세상이다. 

승자의 역사를 만드는 뻔뻔함과 음흉함의 미학이 판치고 있다. 중국의 경우 5천 년 역사를 관통하는 처세의 비밀은 후흑학이다. ‘후흑(厚黑)’은 두꺼운 얼굴을 뜻하는 면후(面厚)와 시커먼 속마음을 뜻하는 심흑(心黑)을 줄인 말이다. 쉽게 말해 얼굴 낯짝이 두꺼워야 성공한다는 뜻이다. 후안무치와 다름없는 말이다.

『후흑학』이란 책은 청조 말에 출간돼 ‘실리를 위해 도덕을 폐하라’는 파격적 메시지로 대륙 전역에 화제를 모았다. 현대 중국인의 국민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학문인 ‘후흑학’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책이다.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한 ‘뻔뻔함과 음흉함의 미학’을 핵심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이미 ‘후흑의 미학’을 터득해서인가. ‘더러운 것’들이 위에 올라 놀고 큰소리 치고 있다. 

만일 당신이 들키지 않는다고 한다면 거짓말로써 공금 일억 원을 빼돌릴 텐가? 아닌가? 속고 배신당하고 뒤통수 맞는 게 세상이다. 이런데서 살아남으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영악스럽게 거짓말과 트릭, 책략과 속임수로 무장해야 하는가. 꾀돌이거나 정상배, 삼류 장사치들 같으면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네 장삼이사들은 그렇지 못하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언제 식사 한번 합시다’ ‘다음에 한 잔 합시다’라고 한 말은 진심인가. 원치 않는 선물을 받고서도 “이거 정말 내가 갖고 싶었던 건데…”라고 한 말은 정말인가. 물론 아니다. 악의 없는 인사치레용 거짓말이다. 

이처럼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수시로 거짓말을 하게 된다. 물론 주어진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절하는 능력은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그 때문에 요즘에는 상황에 적합한 거짓말이 능숙한 처세술로 인정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얄팍한 속임수나 잔꾀, 권모술수나 사기술이 이 어지러운 세상을 헤쳐 나가는 데 요체인가. 

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그냥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명재상 벤자민 디즈렐리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이 중에서 뭐니 뭐니 해도 새빨간 거짓말이 문제다. 

새빨간 거짓말하면 맨 먼저 전재산이 29만원밖에 없어 추징금을 못 낸다는 전두환씨가 떠오른다. 사실 거짓말로 치자면 전두환씨 집안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처지다. 전씨 차남이 거액의 증여세 포탈혐의로 기소되자 문제의 괴자금은 결혼식 축의금을 재테크한 것이라는 주장을 해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전씨의 세 아들은 이런 식으로 지금 떵떵거리는 재력가로 행세하고 있다. 그런데도 전두환씨는 자신은 알거지라며 1천600여억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텼다. 급기야 호화 경호 중단 논란을 불러왔다. 

실제로 마키아벨리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들키지 않고 거짓말을 잘한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의 거짓말이 옳다는 강한 믿음과 확신 때문에 거짓말에 대해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고 그 책임을 사회나 타인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된다. 한마디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뻔뻔한 인간들인 셈이다. 

이상직의 ‘공정’은 과연 무엇인가? 

옛날 어느 훈장이 서당에서 글을 가르치다 문득 졸았다. 퍼뜩 잠을 깨고 보니 학동들 앞인지라 멋쩍었다. 둘러대기를 “물어볼 게 있어서 꿈속에서 공자님을 찾아가 잠시 뵙고 왔다”고 했다. 다음날 제자들이 스승의 흉내를 내어 낮잠을 잤다. 이를 본 훈장이 잠을 깨웠다. 아이들은 “저희들은 낮잠을 잔 것이 아니라 공자님 뵈러 갔다 왔습니다.”라고 눙을 쳤다. 어이없어진 훈장이 “그래. 갔더니 공자님이 뭐라시더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천연스레 “공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어제 너희 훈장은 온 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었노라’ 하셨습니다.”라고 대꾸했다. 이 말을 들은 훈장은 내심 아이들에게 거짓으로 둘러댄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후회했다. 차라리 이런 정감 가는 거짓말이라면 그나마 배시시 웃기라도 하련만.

이의원은 「공정」이란 책을 낼만큼 공정함을 강조해왔다.
“그럼 공정함이 뭘까요? 공평하고 올바름이죠. 정유라 부정입학, 강원랜드 부정채용, 대리점 프랜차이즈 기술 탈취, 재벌기업의 갑질, 이런 헤드라인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 이런 불공정이 사라져야 하는 것은 마땅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에 더해서 공정경쟁 실현이 공정함으로 가는 가장 큰 축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한 방송 프로에서 강연한 말이다. 
하지만 그의 현실은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온갖 편법 승계 의혹, 회사 직원 대량 실업 위기, 250억 장기 체불, 거듭된 잠행을 해온 이의원이기 때문이다. 이의원이 말해온 ‘공정’은 과연 무엇인가? 

이 의원은 이번 이스타항공 사태의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무책임과 부도덕의 극치인 사주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이스타에서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으로 군림해온 장본인이다. 그런데 지금껏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그가 직접적인 당사자인 것은 어린 애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아니라고 우겨댄들 뉘라서 믿겠는가. 손을 뗐느니 뭐니 둘러대는 것 자체가 변명이라기엔 너무나 치졸해 보인다. 그래서 국민들은 그를 조롱한다. 

우리 사회에서 거짓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백 퍼센트 정직한 사회는 불가능한 꿈이다. 도리어 우리는 거짓말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다만 이런 거짓말만 같으면 얼마든지 괜찮다. 말기 암 환자에게 ‘당신은 분명히 나을 수 있다’고 말해주는 의사의 거짓말. 

/ 이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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