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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의견 청취를 무시하고  고형연료(SRF) 소각시설 건축 허가를 내준 전주시가 뒤늦게 반발이 일자 허가를 취소하는 등 갈팡질팡 행정을 보이다 소송을 야기해 책임 문제와 혈세 낭비 논란에 휩싸여 시민들을 황당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소송 결과에 따라 엄청난 예산을 낭비할 형편인데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유사 사례가 반복되는 구태를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전주시는 지난 2016년 팔복동 공단 내 SRF 소각시설 건립이 법적 문제와 주민 피해가 없을 것으로 판단, 행정 절차를 승인하면서 사달이 나기 시작했다. 인근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자 시는 이미 공정률이 70%에 이른 상황에서 '소각장 건립공사 중지 및 원상회복 명령'을 내려 소송전을 야기했다.

더욱이 업체와 소송전에 돌입한 전주시는 연거푸 패소함으로써 파장과 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는 같은 공단에서 반복되거나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어 갈등과 마찰이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SRF 소각시설 허가·건립을 둘러싼 행정과 주민·시민사회단체들 간 갈등 사례와 야기된 문제점 등을 진단해 본다.


전주시, SRF 수백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서 잇단 '패소'...변론 재개 '주목'

전주시 팔복동에 위치한 SRF 소각시설 전경(자료사진)
전주시 팔복동에 위치한 SRF 소각시설 전경(자료사진)

10여년 동안 고형연료(SRF) 소각발전 건립을 놓고 전주시와 장기간 갈등을 빚어온 민간업체가 행정을 상대로 제기한 수백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의 변론이 재개돼 다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주지방법원 제11-3민사부는 ㈜주원전주가 전주시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28일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주시는 지난 2016년 11월 팔복동 산업단지 근에 위치한 ㈜주원전주 측의 SRF 소각시설 건립에 법적 문제와 주민 피해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행정절차를 승인했다. 이에 업체는 SRF 연소동, 폐기물 연소동, 여과집진기동 등의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다음 해인 지난 2017년 9월 진행된 주민설명회에서 인근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문제가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반발과 민원이 증폭되자 전주시는 공정률이 70%에 이른 상황에서 ‘소각장 건립공사 중지 및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해당 업체는 전주시를 상대로 즉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업체가 제기한 5건의 소송 중 4건을 전주시가 패소하면서 책임 및 손해배상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해당 업체는 무려 67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전주시에 청구해 막대한 시민 혈세를 날릴 위기에 처한 셈이 됐다. 이와 관련 전주시 측은 “해당 사업은 시의 행정조치로 인해 사업을 못하게 된 것이 아니라 사업주가 사업을 접은 것이기에 시가 손해배상을 할 법적인 책임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법적인 판단은 달랐다.

SRF 시설 허가했다가 '원상회복' 명령...3심 소송 패소, 670억원 배상 책임 대두

전주시청 전경(사진=전주시 제공)
전주시청 전경(사진=전주시 제공)

전주시는 SRF 소각발전시설 불허 관련 소송에서 3심까지 모두 패소해 업체로부터 6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것이어서 곤혹스러워하고 있지만 자업자득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동안 진행된 소송은 건축허가 취소 및 건축물 철거명령 취소, 도시계획시설 결정 거부처분 취소, 폐기물처리업 허가신청기간 연장 거부처분 취소, 손해배상 청구 2건 등 모두 5건이다.

건축허가 취소 및 건축물 철거명령 취소, 폐기물처리업 허가신청기간 연장 거부처분 취소는 각각 지난 2019년 10월 29일과 지난해 2월 25일 3심까지 패소했다. 업체는 전주시를 상대로 2021년 11월 '건축허가 취소 및 건축물 철거명령 취소' 등에 따른 손해배상 670억원을 청구한데 이어 지연손해배상금(당시 2억원)을 별도로 청구했다.

결과적으로 앞서 전주시가 2016년 11월 팔복동 SRF 소각시설 건립에 법적 문제와 주민 피해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행정 승인한 게 화근이 됐다. 업체는 승인이 이뤄지자 곧바로 SRF 연소동 1410.93㎡, 폐기물연소동 579.09㎡, 1283.67㎡ 여과집진기동 1548.62㎡ 등의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인근 지역 주민들은 다음해인 2017년 9월에 진행된 주민설명회에서 크게 반발했고, 이미 공정률이 70%에 이른 상황에서 전주시는 '소각장 건립공사 중지 및 원상회복 명령'을 내려 갈팡질팡하는 행정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에 따라 업체는 소송에 돌입, 전주시가 패소하는 결과를 낳았지만 책임 문제를 놓고도 부서 간에 핑퐁을 치며 떠넘기기에 급급하는 양태를 보였다. 전주시는 670억원 청구소송을 놓고 시청과 관할 구청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대응하고 나섰지만 명확한 책임 한계가 불분명하고 소송 대비 또는 예산 대책 등이 모호하기만 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러자 이를 두고 전주시의회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청취를 무시하고 건축허가를 내준 뒤 뒤늦게 반발이 일자 허가를 취소하는 등 '갈팡질팡 행정'을 보인 결과"라며 "소송 결과에 따라 엄청난 예산을 낭비할 형편인데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구태를 보이고 있다"고 시의원들끼리 입을 모으며 비난했다.

그럼에도 막대한 규모의  손배소에서 전주시가 패소할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당시 인허가 공무원들이 시로부터 구상권 청구를 당할 가능성이 커지자 상급자의 지시에 따르기만 했던 실무 공무원들의 불만이 팽배하기까지 했다.

문제는 전주시가 심각한 대기환경 오염 논란을 빚고 있는 SRF 발전시설과 관련해 대법원 상고심에서 패소하기까지 1심과 2심, 3심에서 법원은 모두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서 패소로 인한 소송비용 부담과 추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천일제지, SRF 시설 허가 문제 놓고 전주시·주민·시민단체들과  '갈등'...행정, 문제점 반복 노출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녹색연합과 전주시 팔복동 및 인근 주민들은 2024년 10월 2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는 팔복동 공단에 있는 천일제지의 고형연료(SRF) 사용시설을 불허하고, 대기오염물질 총량 관리로 시민의 환경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사진=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녹색연합과 전주시 팔복동 및 인근 주민들은 2024년 10월 2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는 팔복동 공단에 있는 천일제지의 고형연료(SRF) 사용시설을 불허하고, 대기오염물질 총량 관리로 시민의 환경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사진=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그런데 쓰고 버린 플라스틱 등을 태워 에너지원을 만드는 SRF 시설은 2022년 전주시 팔복동에 천일제지 측이 같은 지역에 신설을 추진하면서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전주시 팔복동 공단에 위치한 천일제지는 SRF 시설 허가 문제를 놓고 전주시는 물론 지역 주민,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과 전주시 팔복동·송천동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팔복동 공단에 있는 천일제지의 고형연료 사용 시설을 불허하고, 대기오염물질 총량 관리로 시민의 환경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전주시 팔복동과 주변 에코시티 등 주거 밀집지역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며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전주시는 'SRF 불허' 방침을 공식화 했지만 업체 측은 "SRF시설에 대한 건축허가를 받아 준공을 앞뒀는데, 시설 가동에 필수인 연료제품을 쓰지 못하도록 더 이상 허가는 내주지 않겠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며 반발했다.

더욱이 업체 측은 "정책자금을 빌려 조성할 계획이던 300억대 필수시설을 가동하지 못하게 돼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며 "행정심판과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나서자 전주시는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내몰렸다. 앞서 2023년 전주시는 해당 시설을 허가하지 않아 공사가 중단됐는데, 업체가 전북자치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승소하면서 공사가 다시 진행, 논란과 갈등이 다시 커진 때문이다.

천일제지 측은 144톤(t) 규모 소각장을 만든다며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100t 미만 규모(84t)로 축소해 다시 신고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 등을 받지 않아도 되고 주민의견을 열람·공고할 의무도 없어 업체 측이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전주시는 앞서 허가를 내줬다가 주민 반발이 거세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려 소송으로 비화된 사례를 의식한 듯 SRF 소각장 운영을 막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법에서 정한 기준을 넘지 않으면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지 않아 각 자치단체 조례에 따를 수밖에 없는데, 전주시의 경우 주민 사전고지 대상을 최대 1km 반경으로 정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법적 기준은 있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수렴 절차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정읍시, SRF 소각시설 놓고 주민들과 ‘갈등’...시민사회 "주민 건강 해치고 형평에 맞지 않아"

정읍폐목질계화력발전소 반대대책위원회와 전북환경운동연합 등은 5월 20일 전북도의회에서 SRF 소각시설 건설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정읍폐목질계화력발전소 반대대책위원회와 전북환경운동연합 등은 5월 20일 전북도의회에서 SRF 소각시설 건설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그러나 전북지역에서 SRF 소각시설과 관련 행정과 주민들 간 갈등이 비단 전주시에서 발생한 것만이 아니다. 전주시 팔복동에 이어 최근 정읍시 영파동 일반산업단지에 바이오 고형연료를 활용한 소각시설을 지으려고 하자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대규모 쓰레기 소각장”이라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서 행정과 갈등을 빚고 있다. 

정읍그린파워(주)가 추진 중인 해당 시설은 하루 552t의 폐목재를 소각해 21.9MWh(메가와트시)의 전기와 480t의 증기를 생산하는 시설로 오는 2027년 준공 예정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주민 건강을 해치고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읍폐목질계화력발전소 반대대책위원회는 지난 5월 20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인천, 부산 등 수도권과 6대 광역시는 SRF 사용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며 “유해성 때문에 사용이 제한된 연료를 정읍과 같은 농촌지역에 들여오는 것은 명백한 환경적 이중잣대이자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지난 2013년 환경부가 고형연료인 SRF 사용 규제를 완화하자 전국적으로 발전소가 난립했다. 전국에서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환경부는 2017년 SRF 사용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자 서울시와 6대 광역시, 수도권 13개 도시에서 SRF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또한 수도권과 대도시들은 환경오염을 이유로 쓰레기 고형연료 사용 시설 입지를 제한하며 사실상 ‘퇴출’ 수순으로 가는데 반해 전주시에 이어 정읍시는 이와 반대로 ‘수용’했다가 홍역을 치르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이학수 정읍시장은 이달 4일 기자회견을 열고 SRF 발전소의 공사 중단을 권고했지만 쌓여온 갈등과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시장은 “시민사회와 합의 없는 공사 강행을 우려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이나 행정 절차 비협의 등도 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주민들은 “대기오염 물질 배출과 주민 동의 과정 등에 문제가 있다”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업체 측은 “문제가 없다”고 맞선 상태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유해 화학물질로 범벅된 폐목질계 쓰레기를 태우는 것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다이옥신,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이 대기 중에 다량으로 방출돼 호흡기 질환과 각종 암, 환경성 질환을 높이는 등 시민의 건강을 위협한다”며 "SRF 발전소를 신재생에너지에서 제외한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행정 일관성·주민 건강권 보장 대책 마련 시급

하지만 해당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업체들은 “SRF 소각발전소는 목재 부산물을 활용한 친환경 재생에너지 시설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며 오히려 “환경단체가 허위 사실로 주민들을 불안하게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반대와 갈등이 다른 지역들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인근 광주광역시에서도 지난 2016년 문을 닫은 상무소각장의 부정적 이미지가 SRF 시설 유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상무소각장 운영 당시 인근 주민들이 악취, 환경 피해, 호흡기 질환 등을 호소하며 위험성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SRF 시설을 운영 중인 광주시 양과동과 소각장 도입 예정인 삼도동 주민들은 "지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며 졸속 운영과 추진을 반대하며 팽팽히 시와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전주시가 SRF 소각시설 건축 허가를 다시 불허하면서 제기된 법정 소송이 더욱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전주시는 뒤늦게 해당 업체의 시설 운영계획에 급제동을 거는 강경 대응을 하고 나섰지만 소송에서 패할 경우 파급은 다른 지역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기오염물질 확산 우려와 주민 건강권을 우선한 판단이지만 결과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SRF 소각시설이 주민 건강권 침해와 환경오염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논리나 대책이 턱없이 미약한 실정이어서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지자체 일부 담당 공무원과 업체들은 "환경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그러한 논리와 주장이 갈등 요인을 줄이기는 커녕 오히려 불안과 부작용을 키우는 양태다. 반복되는 갈등과 불안 해소를 위해서는 행정의 일관성과 관련 시설 인근 주민들의 건강권을 보장할 만한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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