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조성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5일 방송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21일 방송문화진흥회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했고 한국교육방송공사법도 통과될 예정이다. 특히 21일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주장하던 고 이용마 기자의 6주기라는 점이 공교롭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하는 방송 3법은 방송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정치후원주의 때문이었다. 이번 방송 3법 개정의 의미를 짚어보고자 지난 19일 조성은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조 수석부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80년대 이후 큰 틀 변하지 않았던 방송법 체계, 이번 개정 통해 정치적 독립·내적 자율성 보장 장치 마련"

- 5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하는 방송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어요. 물론 윤석열 정부에서도 통과된 적 있지만 이번엔 거부권이 사라졌잖아요. 언론노조에서 방송 3법 통과시키기 위해 투쟁해 왔는데 소회가 어때요?
“제가 수석부위원장 되기 전, 중앙집행위원으로 활동했던 것이 2022년 1월부터였습니다. 그때부터 방송 3법은 중요한 현안이었죠. 신문 조직에서도 방송 노동자들과 연대 차원에서 108배 하고, 릴레이 필리버스터에도 참여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 방송 3법이 개정돼 성과를 얻은 것에 대해 언론노조 성명에서도 ‘언론 노동운동의 한 장을 넘겼다’는 평가를 했는데,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 왜 언론노동운동의 한 장을 넘겼다고 생각할까요?
“군사독재 시절 언론 전체가 많은 비판을 받았고, 공영방송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땡전 뉴스’ 논란부터 시청료 거부 운동까지 역사적 경험이 언론노조 탄생의 배경이 됐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정권 차원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가 본격화되면서 정치적 독립 문제가 두드러졌죠. 80년대 이후 큰 틀은 변하지 않았던 방송법 체계가 이번 개정을 통해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을 비롯해 정치적 독립과 내적 자율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이는 새로운 변화를 향한 한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번 방송 3법 개정의 의미는 뭘까요?
“이사회 추천 주체가 다양화됐고,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내적 자율성을 보장하는 장치들이 마련됐습니다. 예를 들어, 편성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됐고 보도 책임자 임명 동의제가 법에 명시됐습니다. 이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종사자들의 자율성을 강화해 공영방송의 내실화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이사회 추천 단체 구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국회 추천 몫이 약 40%이고, 시청자위원회·종사자·학계·법조계 등이 참여하게 됐습니다. 국민의힘은 대표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하지만, 공영방송은 국민의 방송이므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돼야 합니다. 사장 추천위원회 역시 100인 규모로 꾸려 투명성을 높였습니다. 이사진 구성은 독일 공영방송 모델을 참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종교계·노동계·농민단체 등 훨씬 더 다양한 추천 주체가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공공기관 이사 수 제한 등 여러 제약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시점에서는 이번 안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 관련 학회나 법조계 추천 인사를 친민주당으로 단정하는 건 과도한 비판"
- 국민의힘에서 이야기하는 게 너무 친민주당 성향 단체만 들어갔다는 것 같은데.
“언론 관련 학회나 법조계 추천 인사를 친민주당으로 단정하는 건 과도한 비판입니다. 시청자위원회 역시 정파성과는 거리가 멀고, 학회와 법조계 역시 특정 정당과 직접적 연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국회 추천을 40%로 낮췄잖아요. 정치후원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아직 시행 전이므로 지켜봐야겠지만, 과거 100% 정치권 추천 구조보다는 개선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독일은 2014년 헌법재판소 판결로 국회 추천 비율을 30% 이하로 제한한 바 있습니다. 우리도 새 제도의 운용 경험이 쌓이면 추가 개선 논의가 가능하리라 봅니다.”
- 우려되는 게 다른 추천 단체가 정치권 눈치 보지 않을까 하는데?
“그 부분은 실제 운영을 지켜봐야 합니다. 단체 추천 이사분들이 정치권 눈치를 볼지 아직 예단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시민평가단이 선출한 MBC 사장이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는 평가도 있지 않았습니까? 이를 감안하면 긍정적인 가능성도 있습니다.”
- 이번에 사장 추천위를 도입한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고 이용마 기자의 뜻이기도 했습니다. 100인 규모의 사추위를 통해 국민이 직접 공영방송 사장 추천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죠. 다만 구체적 운영 방식은 시행령에서 논의돼야 할 과제입니다.”
- 사추위 결정에 구속력이 있는 건가요?
“개정 방송법 보면, 사추위가 3인 이하의 후보자를 추천한 후 14일 이내에 이사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게 돼 있습니다. 만약 이들 후보자 중에서 5분의 3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을 경우, 마지막 투표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결선투표 해 다수 득표자를 임명 제청토록 합니다.”
- 보도국장 임명 동의제를 서울 MBC, KBS 그리고 보도 전문채널만 도입해서 논란이 있었잖아요. 그러나 보도국장으로 한정한 게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었죠.
“이번 개정으로 편성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되고, 편성 규약 위반 시 제재 조항도 신설됐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보도 책임자뿐 아니라 다른 주요 책임자에 대해서도 임명 동의제가 확대될 수 있도록 투쟁할 계획입니다. 언론노조 내부에도 관련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운영 중입니다.”
- 원래 보도국장 임명 동의제도 단협에 있는 거였고 단협을 어겨서 문제 된 거잖아요. 물론 편성규약도 중요하지만 단협에 대한 구속력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현재 임명 동의제가 있는 조직들은 대부분 단체협약에 규정돼 있습니다. 이런 방송사들의 경우 단체협약에 있는 내용을 편성 규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투쟁을 전개하려 합니다. 단체협약 위반의 경우에는 근로조건 관련 위반 사항만 처벌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방통위, 방송 3법 후속 조치 취할 수 없는 상태...심각한 문제"

- EBS 경우 사장을 방통위원장이 임명하는 문제에 대해 EBS 지부가 문제제기하던데.
“EBS 지부는 대통령 임명 방식을 강하게 요구했고 언론노조 차원에서도 입장 전달했지만 끝내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아쉬움이 크지만, 향후 추가 개정 논의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 이사 추천을 교육부가 하는 건 어떻게 보세요? EBS는 교육부 감시하는 역할 해야잖아요?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면 개선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방송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제기되는 여러 비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법이 어떻게 현실화되고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지켜보면서 대응하겠습니다.”
- 시행령이 어떻게 될지도 관심사 아닌가요?
“가장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부분입니다. 법이 통과됐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행령을 어떻게 마련되느냐도 관건입니다. 방송 3법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방통위 정상화가 우선돼야 합니다. 현재 방송·통신 거버넌스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인데, 그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필요하다면 언론노조의 입장도 전달하려 합니다.”
- 그러면 방통위는 어떻게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언론노조의 기본 강령은 언론의 공정성, 정치적 독립, 그리고 이를 위한 편집권과 편성권 보장입니다. 따라서 방송·통신 거버넌스 개편도 공적 언론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공공성도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논의가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지켜보며 대응할 계획입니다.”
- 지금 이진숙 위원장이 위원장직 유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이진숙 위원장 개인의 문제도 있습니다. 이 위원장 본인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이미 알려져 있고, 방송 3법에 대해 대통령의 지시가 아닌데 마치 자신이 지시받은 것처럼 발언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방통위가 방송 3법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 심각한 문제입니다. 현재 방통위는 고유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이를 하루빨리 타개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 입장입니다.”
"사회 의제 수도권 쏠림 심화...지역 언론 제대로 된 보도·감시하도록 힘 실어줘야"
- 언론계 앞으로 과제는 뭘까요?
“과제가 많지만, 수석부위원장으로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역 언론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 의제 대부분은 지나치게 수도권 중심으로 논의돼 왔습니다. 지역 언론이 사라지면 지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수도권 집중 현상에 대한 비판도 약화될 것입니다. 지역신문 발전 기금이 처음에는 200억~300억 원 규모로 조성됐지만 지금은 8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어 어려움이 큽니다. 기금은 지역 언론 지원에 긍정적인 역할 해왔으나 규모 축소로 사업이 위축된 상황입니다.”
- 지역 언론 같은 경우 건설사가 많이 운영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그래서 언론노조는 언론사가 자본에 매각될 경우, 편집권 독립을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서류 제출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했습니다. 지금도 그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신문법에 편집권 독립 조항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우선은 지역신문 발전기금 지원 대상을 편집권 독립 장치가 마련된 언론사로 한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지역신문 발전기금의 우선 지원 대상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편집위원회 구성, 편집 규약 제정, 주요 간부의 형사처벌 여부까지 확인합니다. 규제를 통해 편집권 독립을 강제하기 어렵다면, 지원을 통해 제대로 된 보도와 감시를 하는 언론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 최근 대통령실에서 대변인이 브리핑할 때 질문하는 기자 얼굴이 나오잖아요. 이걸 지지층이 좌표 찍기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기자들을 위축시키는 것 같은데.
“브리핑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특정 기자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부작용입니다.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차원에서도 질문 기자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언론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당연히 수용해야 하지만, 부당한 인신공격은 중단돼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8월 21일은 고 이용마 기자의 6주기입니다. 마침, 그날 MBC 관련 법률인 방문진법도 국회 통과가 예상됩니다. 방송 3법 개정을 계기로 언론과 언론노조가 한 단계 더 도약하고, 고 이용마 기자가 꿈꿨던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현실화되기를 바랍니다.”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