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진단

입추가 지나 처서가 코앞이다. 하지만 무더위가 연일 맹위를 떨구며 온열환자가 급증하면서 사망자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전북지역은 14개 시·군에 폭염특보가 지난 13일부터 내려진 이후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처서를 하루 앞둔 22일 전북지역은 한낮 최고 기온이 32~35도를 오르내리며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보됐다. 전날인 21일도 전북 전 지역은 31~35도의 무더운 날씨 속에 폭염특보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온열환자 급증...'역대 최고 기록' 예측
군산, 고창, 김제, 완주, 임실, 순창, 익산, 정읍, 전주, 남원 등 10개 시·군에는 폭염경보가, 부안, 무주, 진안, 장수 등 4개 시·군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그러나 당분간 무더위가 계속 이어지고 밤에는 열대야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다음 주에도 고기압의 영향으로 폭염이 계속되겠다며 더위의 기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바람에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집계한 전북지역 온열질환자는 205명으로 이는 지난 한해 동안 집계된 전체 온열질환자 227명과 비교했을 때 크게 늘어난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국내 온열질환자는 3,748명으로 지난해 3,704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역대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시기는 지난 2018년으로 총 4,526명이 발생했다. 올해도 폭염이 길어지면서 온열질환자 발생은 9월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최근 논·밭에 일하러 나간 노인들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전북에서도 20일 오후 5시쯤 완주군 봉동읍 한 마을 주택 인근 텃밭에서 80대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갔을 때 A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고, 당시 A씨의 체온은 무려 41.8도의 고열이었다. 이날 완주의 낮 최고 기온은 33.6도로 폭염경보가 6일째 이어지던 날이었다.
일하던 노인들 전국서 잇단 사망...'열사병' 추정

앞서 지난달에는 전남 곡성에서 폭염에 밭일을 하던 80대 노인이 열사병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남 곡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오후 1시 47분께 곡성군 겸면의 한 밭에서 80대 여성이 쓰러진 것을 이웃이 발견해 신고했다. 출동한 119구급대는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내렸다. 사고 당시 곡성에는 폭염경보가 발령 중이었다.
또 지난달 28일 경남 하동군 적량면 한 농로에서 80대 여성이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당일 밭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선 여성은 체온이 42.8도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하동에는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었으며, 낮 최고 기온은 36.9도까지 치솟았다.
이밖에 지난달 30일 오후 3시21분께 경북 경산시 진량읍의 한 밭에서도 80대 남성이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날 경산시 낮 최고 기온은 36.1도로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었다. 경찰은 대부분 사고 원인이 논이나 밭에서 작업 중 열사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절기상 가을 기운이 시작된다는 의미인 '처서'를 하루 앞두고 있지만 펄펄 끓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으면서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안팎으로 올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며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낮엔 바깥 활동을 가급적 자제하고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