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 위에서'

“무엇이 가장 어려운 일인가?...그것은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다.”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로 '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탈레스(Thales)가 던지고 답한 말이다. 고대 그리스의 7명 현인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사람으로 인정받았던 탈레스는 현상의 단순화를 통해 자연을 분석하고자 했다. 또 신화나 그 속에 등장하는 신들의 괴력 대신 자연 그 자체로부터 현상의 원인을 탐구했던 철학자다. 많은 일화 중 탈레스가 결혼을 하지 않자 어머니가 재촉한 말과 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한다.

“어서 결혼해야지?” 

그러자 탈레스가 대답했다.

“아직 결혼할 때가 아닙니다.“

탈레스가 나이가 들었는데도 결혼을 하지 않자 어머니가 재촉하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이젠 결혼할 때가 지났습니다.”

어머니가 다시 물었다.

“너는 왜 결혼도 하지 않으며 자식을 두려고도 하지 않느냐.?”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의 성향을 알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신중한 삶을 산 것이 잘 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천상 철학자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탈레스가 별을 관찰하느라 위를 쳐다보다가 우물에 빠지자 재치 있고 영리한 트로이카 출신 하녀가 비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탈레스는 하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려고 하면서 자기 발치에 있는 것은 알지 못한다.”

이처럼 “나는 항상 뭔가를 배워가면서 늙어 가고 있다.” 고 말한 탈레스는 사람들에게 세상과 삶에 대해 넓고 깊게 통찰하라고 말했는데, 그에 대한 일화가 있다. 

탈레스가 어느 날 '철학자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사업을 벌였다. 한겨울에 올리브기름 짜는 기계를 모조리 싼 값에 빌렸다. 사람들은 올리브 수확 철도 아닌 한겨울에 기름 짜는 기계를 빌리는 어리숙한 탈레스를 비웃었다. 하지만 이듬해 큰 풍년이 들어 기름 짜는 기계의 임대료가 크게 올라 탈레스가 큰 이익을 보자, 사람들은 그의 식견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많은 돈을 벌은 탈레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번 돈을 모두 나누어준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철학자들은 원하기만 한다면 이 땅의 모든 재화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재화보다 진리를 더 원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일화도 있다. 어떤 돈이 많은 부자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받은 탈레스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대는 후하게 베풀고, 나는 서슴없이 받지만, 비굴하게 아첨하지도 않고, 품위를 잃어 천해지지도 않고, 불평불만을 떠벌리지도 않는다네.”

참으로 바람직한 관계이고, 참으로 중요한 말이다. 주고받는 관계가 이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 지구는 물 위에 떠 있다.” 고 말한 탈레스와 그 당시 사람들과의 문답을 새겨보자.

”밤과 낮 어느 쪽이 먼저 생겼는가?“

”밤이 하루 앞선다.“

”신들이 모르게 불의를 저지를 수 있는가?”

“아니네, 신들 모르게는 불의를 생각조차 할 수 없네.”

“무엇이 쉬운가?“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는 것이네.”

“무엇이 가장 즐거운가?”

“목적을 이루는 것이네.”

“무엇이 신(神)적인 것인가?“

”시작도 끝도 갖지 않는 것“

”어떻게 하면 불행을 가장 쉽게 견딜 수 있는가?“

”자신의 적들이 더 못한 처지에 있는 것을 보는 것이네.“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장 훌륭하고 정의로운 삶을 살 수 있는가?”

“우리가 다른 사람을 비난할 때, 비난의 이유가 되는 그런 일을 우리 자신이 하지 않는다면 되네.”

“누가 행복한가?”

“몸이 건강하고 영혼은 슬기가 넘치고 본성은 잘 교육된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네.”

탈레스는 또  이런 말을 남겼다.

“곁에 있든 없든 친구를 기억하라.”

“겉모습으로 멋 부리지 말고, 하는 일에서 아름다운 사람이 되라.”

“나쁜 방법으로 부(富)를 쌓지 말라.”

“말로 인해서 그대는 서로 믿는 사람들과 불화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

순수 학문을 실생활에 활용하고, 돈을 벌기도 했던 실용적 지식인이었던 탈레스의 말들은 오늘의 이 시대에도 필요한 질문이고 답이다. 그런데 오늘의 이 시대는 어떤 시대인가?

정의는 사라진 지 오래고, 불의가 판을 치는 시대다. 무슨 일을 하건, 돈만 챙기면 되고 권부에 앉기만 하면 된다. 힘이 정의가 된 이 시대에 사람이 사람답게 살게 한다는 철학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지만, 바람과 같이 지나가는 것이 세월이라고 믿으며, 언젠가는 그래도 바른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원으로 사는 사람이 다수다.

“가자,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 까지”

김수영의 시 구절을 읊조리며 오늘도 다시 걷는다.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문화사학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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