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이슈

익산시 공무원 비리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업체 대표가 숨진 가운데 수사 과정에서 압박이 있었다는 지적이 일자 경찰이 담당 수사관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감찰에 나서는 등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8일 익산시 간판정비사업 비리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강압수사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담당 팀장과 수사관을 업무에서 배제했다"며 "별도로 진상 파악 및 책임소재 확인을 위해 수사 감찰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업체 대표 ”경찰로부터 ‘회사 문 닫게 하겠다’는 말 듣는 등 압박감 느꼈다”...적법 수사·인권 보호 '논란'

전북경찰청 전경
전북경찰청 전경

경찰에 따르면 7일 오후 6시쯤 완주군 봉동읍의 한 사업장 창고에서 간판업체 대표 A(40대)씨가 숨져 있는 것을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현장 감식 결과 타살 등 강력범죄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A씨는 최근 익산시 간판정비사업과 관련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으며, 익산시 공무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유의미한 증거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익산시와 올해 2,700여만원의 자재 납품 수의계약을 맺은 업체 대표는 금품을 건넨 정황과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은 지 나흘 만에 숨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회사 문을 닫게 하겠다'는 말을 듣는 등 압박감을 느꼈다는 취지의 말을 주변에 남겨 강압수사 논란이 제기됐다.

또 압수수색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해당 사건의 또 다른 피의자에 대해서도 "경찰이 수갑을 장시간 채운 채 진술서를 쓰게 했다"고 말해 경찰의 수사 방식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전북경찰청은 조서와 수사관 증언 등을 토대로 강압수사가 없었다고 밝히면서도 담당 경찰 2명을 직무 배제하고, 수사 감찰도 진행하기로 하는 등 유족에게 조의를 표하고 적법 수사와 인권 보호에 신중할 것을 모든 수사 부서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4일에도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경찰의 압수수색 도중 투신해 숨진 데 이어 또 다시 비극이 반복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앞서 전북경찰은 도심 간판정비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익산시를 압수수색한 뒤 계약 업무 등을 맡았던 5급 공무원 B씨의 승용차에서 현금 수천만원과 상품권 등을 발견, 해당 공무원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 송치했다.

공무원 차량서 현금·상품권 다량 발견…익산시장 ‘골프 전면 금지령’ 또 다른 ‘논란’

익산시청 전경(사진=익산시 제공)
익산시청 전경(사진=익산시 제공)

지난달 28일 경찰은 B씨가 근무 중인 익산시청 부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현금과 지역사랑상품권 등이 B씨의 차량에서 발견돼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공무원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그간의 비리 의혹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되면서 경찰은 통신정비와 건설자재를 다루는 관련 업체 등 4곳 등도 추가 압수수색했다. 이밖에 경찰은 간판정비사업과 관련해 다수 업체가 연루된 것으로 보고 익산시청을 두 차례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익산시는 B씨의 체포 직후 직위를 해제하고, 옥외광고물 등 관련 계약 전반에 대한 특별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정헌율 익산시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골프 전면 금지령’을 내렸으나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킨 꼴이 됐다. 

정 시장은 최근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이번 사건의 뿌리는 골프 접대에서 비롯됐다”며 “임기 중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골프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이번 사건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익산시공무원노조 측은 "비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이를 실현하는 방식에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간판정비사업을 두고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문제점들이 연이어 불거지자 익산시 내부는 물론 관련 업계와 사법당국까지 술렁거리며 언제 터질지 모를 또 다른 악재를 크게 우려하는 눈치다.

/박주현 기자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