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진단
지난해 전북자치도 대변인실에서 불거져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킨 ‘선심성·입막음용’ 광고 논란으로 증폭된 ‘광고예산 부정 집행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7급 주무관의 단독 범행'이라는 수사 결론을 내리면서 ‘꼬리 자르기’란 의문을 여전히 지울 수 없게 한다.
특히 경찰은 주무관 한 명이 상사의 청탁이나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수천만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다고 봤지만, 상명하복이 만연한 공직사회의 특성상 '몸통'들은 비껴가고 '깃털'만 수사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북경찰 "상급자 전자서명 무단 사용, 특정 언론사들에 수천만원 광고비 지급 가담 혐의"...7급 공무원만 검찰 송치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8일 공전자기록위작 등 혐의로 전북자치도 7급 공무원 A씨를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도정 행정 광고 집행 과정에서 상급자의 전자서명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특정 언론사 몇 곳에 수천만원 상당의 광고비를 지급하는 데 가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앞서 전북자치도 감사위원회는 A씨의 상급자인 B씨(6급) 등도 관여했다고 보고 두 사람에 대한 중징계와 함께 수사를 의뢰했지만 경찰은 하급자인 7급 주무관 A씨만 검찰에 송치하면서 명확한 사실 규명에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전북자치도 감사위원회가 퇴직을 앞둔 전임 대변인(4급)의 청탁을 받은 A씨와 B씨가 새로 부임한 대변인 모르게 서명을 도용해 광고비를 무단 집행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실체가 일부 드러났지만 당시에도 감사 결과를 두고 '몸통은 비껴가고 깃털만 건드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도내 5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한 지 5개월여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이 사건으로 인해 직위가 낮은 A씨와 B씨는 도정 업무를 수행하기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도 산하기관으로 전보되는 인사상 불이익과 함께 중징계 처분을 받았지만 갑질 의혹과 광고비 지급 의혹의 핵심인 전·현직 대변인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징계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퇴직 전 직원에게 특정 언론사 광고 지급을 부탁한 전직 대변인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 외에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고 퇴직 후 도 산하기관장으로 이동함으로써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 형태를 보여줬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상명하복’, ‘하급자 처벌 우선 구습' 적용 사례…
’꼬리 자르기’ 관행 벗어나지 못한 아쉬움

이번 사안은 전북지역의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철저한 감사 및 수사를 요구한 사건임에도 집행기관인 전북자치도와 이를 견제·감독해야 할 전북자치도의회는 물론 전북자치도 감사위원회의 미온적인 대처로 공직사회에 고착화된 ‘상명하복’과 ‘하급자 처벌 우선 구습'이 적용된 사례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사법당국의 수사도 '꼬리 자르기' 관행을 벗어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와 전북민중행동, 예산감시전국네트워크 등 전북지역 51개 시민·노동·사회단체는 지난해 6월 13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전북자치도 대변인실 광고비 집행 의혹을 철저히 감사하고 해명할 것"을 촉구한 뒤 전북자치도 감사위원회 감사관실에 감사 의견서를 제출하고 "철저한 감사와 관련자 징계" 등을 촉구했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은 “전북도청 대변인실 간부가 일부 지역 언론사에 입막음용 광고비를 지급해 뒷말이 무성하다”며 “직원이 특정 언론사에 광고비를 임의로 몰아주는 과정에서 갑질이 발생한 전북자치도 대변인실 문제를 내부 감사에서 제대로 규명해 낼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지역사회에서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단체들은 “이번 사건은 단순히 일개 부서, 개인의 갑질 논란으로만 국한할 수 없다”며 “그동안 계속해서 이어져온 홍보비 집행 기준의 세부 원칙 마련을 외면하고, 관례·관행이라는 이유로 전체의 윤리 의식이 무뎌지고 경계심이 해이해진 결과가 아닌지 돌아봐야 하며, 철저한 감사와 자체적인 진상조사를 통해 광고비 집행 의혹을 해명하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감사위원회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며 “이번 광고비 부당 집행 건이 단순히 대변인의 판단에 의한 것인지, 제안자가 있는 것인지도 감사 과정에서 밝혀야 할 것이며, 의혹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이에 대한 관계자 징계나 수사의뢰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후 전북자치도가 5개월 가까이 감사위원회를 통해 실시한 감사를 통해 내놓은 결과는 '꼬리 자르기식 감사'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갑질 의혹’서 제기돼 '입막음용·선심성 광고' 논란…
”핵심 책임자들 ‘경징계 처분’, 유야무야 종결” 비판

특히 1년 전 이 사건의 발단이 갑질 의혹에서 제기돼 입막음용·선심성 광고 논란으로 확대됐지만 정작 핵심 책임자들인 전현직 대변인들은 가벼운 ‘경징계 처분’ 또는 ‘특별한 문제점 없음’ 등으로 유야무야 종결지으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전북자치도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무엇보다 전북자치도 산하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긴 전 대변인은 광고비 지출과 관련 "퇴직을 앞두고 계획을 전했을 뿐이고, 직원들이 무리수를 쓸 줄은 몰랐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전북자치도 감사위는 비위 가담 공무원 2명에 대해서만 중징계와 수사를 의뢰하고 전임 대변인에 대해선 부정 청탁에 상응하는 과태료 부과조치만을 내려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도청은 물론 도의회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러한 감사 결과가 발표되자 전북자치도의회는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대변인실의 불투명한 광고비 집행을 질타하며 명확한 집행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지만 대변인실의 '깜깜이 예산' 적정성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 목소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더니 결국 이 사건이 표면화된 지 1년여 만에 전북경찰청은 '공전자기록위작 등 혐의'로 전북자치도 7급 공무원인 A씨에 대해서만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힘으로써 그동안 제기돼 온 특정 언론사 몇 곳에 수천만원 상당의 선심성 또는 입막음용 광고비 부당 지급 논란과 의혹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당초 이 사안을 살펴본 전북자치도 감사위원회는 A씨의 상급자인 B씨 등도 관여했다고 보고 수사를 의뢰했으나 경찰은 하급자의 단독 범행으로 판단했다. 더구나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조직적 범행이라는 감사위의 판단을 뒤집고 압수수색 한번 없이 말단급 주무관이 홀로 이 일을 주도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는 등 수사 초기, 사건 관계자 몇몇이 공교롭게도 휴대전화를 비슷한 시기에 교체했기 때문에 구체적 지시 정황 등을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은 더욱 커져만 가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수사 의뢰 이후 최대한 사건을 들여다보고 결론을 내렸다"고 입장을 전했지만 경찰로부터 이번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수사 미비점 등을 살펴본 뒤 보완 수사 요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철저한 재수사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