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 위에서'

몸을 닦는 것은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살리라 마음먹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그르게 사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살아도 저렇게 살아도 아쉬움이 남는 이 세상의 일, 내 마음이 가끔씩 그런 세상의 일로 편치 못할 때가 있는 것은 지금도 내 마음이 정처 없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어디 한 군데 정착하지 못하고, 부는 바람의 방향대로 흔들리고 또 흔들리는 마음, 이 마음을 바로 닦고자 하나 그게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마음과 몸을 거울처럼 맑게 닦을 수 있을까?

“이른바 몸을 닦는 것(修身)이

그 마음을 바르게 하는데 있다는 것은

몸에 분해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하고,

좋아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하고,

근심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한다.

마음이 있지 아니하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대학>의 ‘정심장(正心章)’ 에 나오는 말이다. 마음을 다 잡고 맑고 청명하게 간직하며 살기가 그 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마음의 원숭이는 가만히 잊지 못하고, 

생각의 말은 사방으로 달리며, 

신기(神氣)는 밖으로 어지럽게 흩어진다.“

당나라 때 고승인 석두대사의 말과 같이 마음이라는 것이 방정맞은 원숭이처럼 항상 머물러 있지를 못하고 생각은 이리저리 미친 말처럼 달리며, 신령한 생각 역시 사방으로 흩어진다는 말이다.

그렇다. 제법 오래 살았는데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몰라서 이렇게 저렇게 흔들리고 흔들리는 것이 마음이다. 그러다가 보니 어떤 마음이 선한 마음이고 어떤 마음이 악한 마음인지를 어떻게 알겠는가?

그냥 마음 비우고 살다가 보면 오전엔 비 내리고, 오후엔 해가 뜨듯이 우주순환의 이치가 제 나름대로 펼쳐지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쓸쓸함이 소나기 휘몰아오듯 밀려오는 것은 천상 내 마음이 쓸쓸하고 외로운 탓인지도 모르겠다.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문화사학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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