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시론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니, 특정회사를 **회사로 표시해주면 안 되겠냐?...내년에 선거 치러야 하는데 부담되지 않겠느냐?"

환경운동가 출신이자 전주시의회에서 유일한 녹색정의당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시의원이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꽤 많은 댓글과 반응들이 시선을 더욱 오래 머물게 하는 이유는 시의원에게 찾아온 시청 공무원이 한 말 치곤 너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걱정돼서 하는 말이니 부탁한다"는 전제가 얼핏 보아도 협박에 가깝게 느껴진다. 하물며 당사자는 얼마나 더 심한 압박을 느꼈을지 안 봐도 뻔하다. 아닌 게 아니라 시의회에서 질의나 발언을 할 때 특정 업체를 거론하며 문제 삼지 말아 달라는 투여서 당사자도 '부탁 아닌 협박을 하는 정도로 느낄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심정이 어땠을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전주종합경기장 해체 공사 감리 업체, 말 많고 탈 많던 전주리싸이클링타운 운영 업체와 같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의혹 제기할 만

전주시의회 전경.(사진=전주시의회 제공)
전주시의회 전경.(사진=전주시의회 제공)

엇나간 시정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역할은 시의회 의원들의 몫이다. 하지만 전체 시의원 35명 중 민주당 소속이 절대 다수인 30명이나 되는 일당 독점 구도 속에서 같은 당 소속 시장이 이끄는 행정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할 리 만무하다. 그나마 극소수인 비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기대를 해보지만 절대 다수석에 밀려 그마저 여의치 않은 지방의회 구도가 마냥 아쉽기만 하다. 

더욱이 이런 불균형적인 환경 속에서 소수당 소속 시의원이 토로한 시청 공무원으로부터 받았다는 협박성 발언은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다수당 횡포의 연장선으로 보아야 할지, 공직사회에 만연한 유착과 밀착의 관행으로 보아야 할지, 취임 이후 시종 개발론에 심취한 시장의 난개발 행정에서 비롯된 공직사회의 기현상으로 보아야 할지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어쨌든 해당 시의원은 공무원의 협박성 발언 이후 오히려 용기를 내어 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당당하게 문제를 제기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전주종합경기장 해체 공사 감리자 선정 과정에서 이해충돌 의혹을 제기한 시의원이 확인한 정보들이 세간에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됐다. 하지만 쉽게 간과해선 안 될 문제점들이 수두룩해 보인다.

우선 전주종합경기장 해체 공사 감리를 맡은 업체의 대표가 성우건설의 부사장이란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감리 실적과 공공건축물 해체 계획서 작성 실적 등이 없는 신생 건축사무소와 수의계약을 한 과정도 수상하지만 말 많고 탈 많던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와 같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의혹을 제기할 만도 하다.

문제를 제기한 시의원에 따르면 감리자 선정은 무작위 원칙이 아닌 담당자 임의로 진행하는 문제에서부터 비롯됐다는 것인데, 무엇보다 계약을 맺은 업체가 감리 실적과 공공건축물 해체 계획서 실적이 없다는 점, 전북자치도 건축조례 제21조의3(공사감리자의 지정)에 따라 감리자는 등록 명부에서 무작위 선정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임의로 지정해 업체를 선정한 점은 석연치 않다.  

‘해체 계획서 작성 용역’ 이어 '해체 공사 감리용역'까지 수의계약...커지는 '유착' 의혹   

전주종합경기장의 주 경기장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전주시 제공)
전주종합경기장의 주 경기장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전주시 제공)

더구나 감리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것은 시의원으로서 당연한 역할이다. 그 역할을 마땅히 수행하고자 하는 것인데 사전에 관계 공무원이 '업체를 거론하지 말아달라'며 부탁 아닌 협박을 한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해당 시의원은 전주종합경기장 해체 공사 감리용역은 지난해 7월 8일 전주시가 성우건설의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건축사사무소와 2020년부터 시행된 전주시 관내 해체 공사 감리용역비 중 최고액인 2억 4,800여만원에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해당 업체는 2023년 1월 26일 전북도청으로부터 ‘건축사사무소 개설 신고확인증’을 발급받은 신생 개인 건축사사무소로 전주시에서 허가한 해체 공사 감리용역을 한 건도 수행한 적이 없는데도 수의계약으로 ‘전주종합경기장 해체 계획서 작성 용역’을 수행한데 이어 '해체 공사 감리용역'까지 수의계약이 이어진 것이란 점에서 유착 의혹이 가시질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해당 시의원은 “전주시가 해당 업체와 ‘전주종합경기장 해체 계획서 작성 용역’ 수의계약을 체결한 2023년 10월은 전주종합리싸이클링타운의 운영사를 자격도 없는 성우건설로 변경을 추진하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이해충돌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건축물 해체 공사의 감리 실적도 없고, 공공건축물에 대한 해체 계획서 작성 실적이 전혀 없는 신생 건축사무소가 어떻게 전주시 최대 규모의 건축물 해체 공사의 해체 계획서를 작성하고, 해체 공사의 감리자로 선정된 것일까?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전주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되레 감추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게다가 감리 용역 수의계약을 맺은 건축사무소가 전주종합리싸이클링타운을 운영하며 온갖 물의를 일으킨 성우건설 소속 부사장이 개설한 곳이라고 하니 더욱 석연치 않다. 전주시가 수의계약을 추진한 시기가 전주종합리싸이클링타운 운영사 변경을 추진하던 시기와 겹친다는 것은 의혹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5월 전주권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전주리싸이클링타운에서는 가스 폭발 사고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큰 부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지만 아직도 후유증이 아물지 않고 있다. 당시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전북본부 등 지역 노동계는 “가스 폭발 사고가 자격 없는 민간기업의 운영과 관리 감독 책임을 방기한 전주시 때문에 발생했다"며 "대주주인 태영건설은 폐기물처리 실적이 없는 성우건설에 시설 운영을 맡겼고, 전주시는 이를 묵인했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또한 "운영 경험이 없는 기업이 폐기물 처리에 대한 이해가 있을 리 없다"고 노동단체들은 지적했지만 전주시는 종합경기장 해체 공사 감리 지정을 수의계약으로 추진한 시기가 전주종합리싸이클링타운 운영사 변경을 추진하던 시기와 겹친 다니 이해충돌 관계가 충분히 의심되는 대목이다.

종합리싸이클링타운 가스 폭발 사고 이후 많은 문제점 지적 받고도 해당 업체 두둔하며 관급 공사 수의계약...봐주기 '들통'

2일 오후 6시 42분께 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에 위치한 종합리싸이클링타운에서 가스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제공) 2024.05.02
2024년 5월 2일 오후 6시 42분께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에 위치한 종합리싸이클링타운에서 가스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제공) 

​​​​​​전주종합리싸이클링타운 가스 폭발 사고 이후 많은 문제점을 지적 받고도 개선은 고사하고 해당 업체를 두둔하며 오히려 다른 관급 공사에 수의계약으로 어물쩍 봐주기 선정에 개입한 행정 흔적이 시의원에게 들통나자 해당 업체 이름을 거론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하니 더욱 어처구니 없다. 가뜩이나 전주시가 ㈜롯데쇼핑과 손잡고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전주종합경기장은 숱한 논란에 휩싸여 왔다.

도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1963년 어렵게 지은 전주종합경기장은 전국체전을 위해 1980년 증축된 후 40년 넘게 사용됐다. 그러나 너무 낡은 탓에 시설물 안전 등급이 종합경기장은 C등급, 야구장은 D등급으로 분류돼 안전사고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주종합경기장 이전 및 개발을 놓고 전주시장이 네 차례 바뀌도록 업체 선정과 수익성 문제 등을 놓고 갑론을박을 이어왔다. 

특히 전주시는 외지 업체인 롯데에 줄곧 끌려다니며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다. 2005년 12월 전북도가 전주종합경기장 부지를 전주시에 무상으로 넘긴 이후 시작된 숱한 곡절의 역사가 말해준다. 민선 지자체 시대가 개막하고 1998년부터 2006년까지 10영 동안 전주시정을 지휘했던 김완주 전 시장 시절엔 국비·시비를 활용해 컨벤션센터 건립과 함께 종합경기장 내 육상경기장·야구장 철거 후 대체 시설을 전주시 장동 월드컵경기장 주변에 짓는 이행 각서를 체결했지만 어물쩍 시간만 지나고 말았다.

이후 전주시는 송하진 시장 시절인 2010년, 시의회 동의를 얻어 민자사업으로 바꿨지만 역시 가시적인 진척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전주시는 당시 종합경기장 이전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되,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은 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는 내용으로 수정한 뒤 2012년 롯데쇼핑과 협약을 맺으면서 종합경기장은 사실상 롯데에게 맡겨진 운명이 되고 말았다.

그러다 2014년 7월 출범한 민선 7기 김승수 전 시장은 지역 상권 붕괴 등을 이유로 쇼핑몰 유치 계획을 폐기하고 육상경기장·야구장 이전을 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롯데 측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당시 시는 협약 해지를 요청했으나 롯데쇼핑이 이를 거부하면서 발목은 계속 붙잡혀 있는 상태로 남았다.

우범기 전주시장, 롯데와 손잡고 종합경기장 '밀어붙이기 개발'... 해체 공사 감리자 '불공정 의혹' 제기엔 '묵묵부답', 왜?

전주시청 전경.(사진=전주시 제공)
전주시청 전경.(사진=전주시 제공)

그러다 2022년 7월 출범한 민선 8기 우범기 현 시장은 취임 이후 개발 일변도의 행정을 펼치는가 싶더니 결국 롯데와 다시 손잡고 종합경기장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전주종합경기장을 헐고 그 자리에 대규모 전시·행사장을 중심으로 한 마이스(MICE) 복합단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지만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그러더니 해체 공사 감리자 지정과 관련해 불공정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한승우 시의원은 "전주시가 등록 명부에 기재된 순서대로 감리자를 선정한다고 담당자가 해명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담당자에 의해 임의로 선정되고 있었다"며 "심지어 전북도 등록명부에도 없는 건축사사무소가 전주시 해체 공사 감리자로 지정된 사례"라고 지적하며 "명확한 해명과 감리자 지정 전반에 대한 투명성·공정성 확보 방안"을 주문했지만 전주시장은 어찌된 영문인지 이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사안이 이토록 심각한데도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니, 회사를 익명으로 표시해 주면 안 되겠냐?“며 ”내년에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부담되지 않겠느냐?“는 등의 압박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음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시정 분위기에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절대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아니어서 일까? 백번 양보해 회사를 익명으로 표시해 주면 제기된 의혹들이 사라지기라도 한다는 것일까? 

시의원의 주장대로 전주시는 담당 공무원(과장)을 즉각 직위 해제하고 징계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성우건설 대표와 같은 건물에 주소지를 둔 해당 건축사사무소 대표 등과 전주시청 공무원과의 유착 관계를 밝혀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제기된 개발 행정의 문제점과 여러 의혹을 시민들에게 소상히 해명하고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불공정과 불의가 판칠 것이다. ‘전주시가 더 나빠지지 않게만 해도 다행’이란 말이 세간에 괜히 나도는 것이 아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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