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130)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공식 등재됐다. 이번에 등재된 유산은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이다. 바위에 새긴 당시 사람들의 암각실록이 세계유산이 된 것이다. 한국인의 기록성은 그때를 시원으로 조선왕조 실록에서 꽃을 피워낸 민족이다. 기록은 구전과 필기를 일란성 쌍둥이로 가진다.
반구대 암각화가 암각 기록물이라면 호남 유일의 암각화인 남원 대곡리 암각화는 구전의 기록을 가졌다. 오늘 그 이야기를 꺼내본다. 한반도 최초의 우주 통신기지 그리고 공동체 축제의 시원지 대곡리 암각화 제단 이야기는 이렇다.

세상은 불이(不二)다. 즉 존재는 하나라는 말일듯 하다. 거기에는 무형의 것도 들었을 것이니 내가 평생을 찾아 다니는 구전 이야기도 그 끈이 어딘가에 이어져 있을 것이고, 후대 사람들이 색을 입히고 다듬은 것이니 그것에 불이를 대며 이야기 하나를 꺼내본다.
얼마 전 남원 대곡리 암각화를 답사하고 싶다는 분들을 안내했다. 그분들은 암각화에 들여놓은 당시 사람들의 인문성이 궁금하다고 했다. 큰 이야기를 들인 골짜기 대곡리 암각화에 들어 사는 나의 이야기는 천인 천담의 하나이고 나의 인문적 이야기 씨줄과 날줄은 이렇다고 했다.
청동기 시대 부족 공동체의 수호신은 하늘에 있었고 그들은 인류 염원의 종점인 풍요와 번창과 안녕을 하늘에 올렸다. 그 장소인 제의공간(祭儀空間)에 우주를 들이고 천문과 공동체 지혜를 총동원하여 제단(祭壇)을 두었다. 성스러운 그 장소는 성소(聖所)가 되었고 훗날 우리는 암각화라고도 부른다.

그 때로부터 헤아릴수 없는 자손을 이어내며 후대인들은 풍수지리 문화로 그 성소의 유전자에 끈을 대고 충효와 사람의 존재에 대한 물음의 답을 찾는 인문력을 키워냈으니 이곳을 봉황대로 낸 풍수문화가 그것이다. 남원 대곡리에 암각화가 있다. 학자들이 청동기시대의 문화유전자를 가진 곳이라는 그 암각화에 들어사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소금바위, 뱀바위, 북극성, 북두칠성, 카시오페아 별, 도토리 나무, 돼지머리 제단, 제월봉, 솟대혈 같은 청동기 시대 사람들의 손과 생각의 때가 그대로 묻어 있는 그 조각들의 몸통은 하늘 그것도 암각화 머리위에 새겨둔 북극성이 정점이다. 그곳이 그때 사람들이 주고 받고자 했던 대상에게 보냈던 통신기지 암각화 제단이었다.
뱀과 알과 돼지, 즉 뱀이 알을 먹으려는 순간 돼지가 뱀의 응징자로 나타나게 한 그 삼존의 균형 조화를 내어준 부족 공동체 수호신이 북극성에 있었고 그 수호신의 유전자가 보이는 곳을 제단으로 내며 그 제단에 올리는 도토리와 소금의 제물을 북극성을 오고가는 통신 왕복선의 연료로 삼은 것이다.

당시 그 제단에서 올리는 부족 사람들의 염원을 가지고 북극성을 올라갔다가 내려온 통신 왕복선 돼지와 함께 북극성 수호신의 답을 가지고 내려온 자를 그 제단 바위에 새겼고 5개의 암각화는 5개 별자리 카시오페아 그것이 아닐까라는 것이다. 10월은 상달이고 도토리 달이다. 일년 농사물 햇곡식과 햇과일을 모아 하늘과 조상께 감사를 올리는 달이다.
인간의 풍요와 다산은 열달을 견뎌온 자연에서 오고 그 관찰 대상은 도토리 나무였다. 그 제단이 봉황대 암각화이리라. 남원 대곡리 봉황대 암각화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처럼 생활상의 흔적은 없고 제단의 흔적만 보이니 그것에 들일 이야기를 그 유전자로 풀어보는 것이고 거기에 더하여 대곡리 암각화는 한반도 최초의 공동체 문화축제 한마당으로 풀어보는 것이다.

천년고도 천개의 이야기 씨앗은 그 대곡리 암각화에 끈을 대고 있음이리라. 큰 이야기를 들인 골짜기 대곡리 암각화에 들어 사는 나의 이야기는 천인 천담의 하나이다. 큰 이야기가 산을 이루고 그 이야기가 오랫동안 깊은 골을 낸 곳 그래서 대곡이리니 우리나라 동서에 대곡리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터에 암각화가 존재한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남원시 대곡리 봉황대 암각화는 그때와 지금 사람들의 생각을 이어대는 이음줄 불이가 아니고 무엇이랴.
불이(不二)는 시공간의 이음이다. 조상에게 상속받은 문화자원 활용의 무지는 고을의 시대 상황을 기억하게 하는 후세 사람들의 고을 실록중 꼴값실록의 항목이다.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