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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전주시청 전경(전주시 제공), 사진 아래=완주군청 전경(완주군 제공)
사진 위=전주시청 전경(전주시 제공), 사진 아래=완주군청 전경(완주군 제공)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공방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양 지역 통합 찬반에 관한 주민투표가 예고된 가운데 완주군의원들이 '전북도지사와 전주시장 등 선출직은 모두 정치 생명을 걸자'며 극단의 배수진을 치고 나서 주목을 끈다. 

반면 김관영 도지사는 3일 열린 민선 8기 마지막 '도민과의 대화'에서 전주·완주 통합에 강한 자심감을 드러냈다. 또 우범기 전주시장도 같은 날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더 큰 도시, 더 강한 미래를 위해 완주·전주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자신했다. 양 지역 통합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도지사·전주시장 대 완주군수·완주군의원들 간  공방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찬반 단체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지만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단체장 및 지방의원들 간 날선 대립과 마찰은 점점 격하게 이어지고 있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주민들 의견은 무시한 채 소수 정치인이나 단체의 이해득실에 얽매인 '보여 주기식 정치' 또는 '표를 의식한 선거용'이란는 따가운 비판의 목소리들이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전주·완주/완주·전주 통합 공약을 내건 도지사와 전주시장의 밀어붙이기식 추진은 임기 내내 반발과 저항, 극심한 갈등과 마찰을 불러 일으켰다. 게다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단체장 모두 더욱 강하게 통합 추진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로부터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관영 도지사·우범기 전주시장, 민선 8기 내내 완주군·의회 극렬한 반대에도 통합 추진 강경 '드라이브'…주민들 반응은?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사진=전북특별자치도 제공)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사진=전북특별자치도 제공)

먼저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의 전주·완주 통합 추진 의지는 우범기 전주시장보다 오히려 강하게 묻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누가 전주시장인지 헷갈린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김 지사는 연초부터 도내 13개 시·군을 순회하며 진행한 '도민과의 대화' 마지막 순서로 완주군을 지난달 25일 방문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2년 째 '문전박대'를 당하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전주·완주 통합을 반대하는 완주군의회와 단체들의 거센 저항 때문이었다.

그러더니 3일 지역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주최한 민선 8기 3주년 기념 마지막 도민과의 대화에서도 김 지사는 전주·완주 통합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전주·완주 통합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완주군에 계신 분들이 정확한 정보 바탕 위에서 (전주·완주 통합 찬반 주민)투표를 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주민투표가 예상되는 양 지역 통합에 대한 자신감을 간접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해석됐다.

우범기 전주시장(사진=전주시 제공)
우범기 전주시장(사진=전주시 제공)

김 지사는 또 이날 전주 하계올림픽 도전에 대해서도 “전주라는 도시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는 엄청난 브랜드 가치 효과가 있다"며 "이것은 돈으로 쉽게 환산될 수 없는 것"이라며 전주올림픽 유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마침 이날 우범기 전주시장도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더 큰 도시, 더 강한 미래를 위해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완주·전주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우 시장은 "완주·전주 통합은 도시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향후 완주군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임기 1년을 남겨둔 우 시장은 남은 기간에 전주·완주 통합과 올림픽 유치에 집중하겠다고 밝혀 김 지사가 도민과의 대화에서 강조한 핵심과 맥락을 함께 했다.

완주군의회 “통합 불발시 김관영 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은 사회적 갈등 유발한 책임 지고 출마 포기하라”

유희태 완주군수(사진=완주군 제공)
유희태 완주군수(사진=완주군 제공)

그러나 이날 완주군의회 유의식 의장과 의원들은 전북자치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전북자치도가 주도하고 있는 완주군과 전주시간 행정 통합론은 완주군민의 사전 동의는 커녕 논의조차 없는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인 행태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결사 반대'를 외쳤다. 또 이들은 “만약 통합이 성사된다면 완주군 의원은 모두 그 정치적 책임을 지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반대로 “통합 불발시 김관영 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 또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 책임을 지고 출마를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날 유의식 완주군의회 의장은 “완주·전주 통합에 대해 완주군민의 반대 입장만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북자치도가 주도하고 있는 완주·전주 통합의 부당성과 민주주의 후퇴의 위험성을 174만 전북도민 여러분께 호소한다”면서 “(완주·전주 통합은)김관영 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이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정치 공약으로 촉발된 것이지 완주군민들은 사전에 동의한 적도 논의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유 의장은 “3만 3,000명이 넘는 완주군민이 통합을 반대한다는 청원을 제출했는데도 지금껏 철저히 무시하고 외면하고 있다”며 “완주·전주 행정통합이 과연 누구를 위한 통합인지, 완주군민과 전주시민들이 지켜보는 공개 토론장에서 토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토론을 제안했다. 

유희태 완주군수도 이날 완주군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발표된 전주·완주 상생발전 105개 방안에 대해 “완주군민의 뜻을 무시한 일방적 통합 시도”라며 반대 입장을 강하게 밝혔다. 유 군수는 “완주군은 일관되게 일방적인 통합 추진을 반대해 왔고, 이번 상생발전 방안 역시 통합을 전제로 한 일방적 계획에 불과하다”며 “군민이 배제된 통합 논의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한 뒤 강한 유감을 표했다. 

앞서 완주·전주상생발전완주군민협의회와 전주시민협의위원회는 지난날 30일 완주군 삼례읍에 위치한 군민협의회 사무실에서 양 협의회 위원장과 각 분과위원장들이 참여한 가운데 최종 협의를 거쳐 합의한 105개 상생발전방안을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 완주군에 수용해줄 것을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누구를 위한 통합이고, 누구를 위한 반대인지 모르겠다”...여론 '시큰둥'

김관영 전북지사가 지난해 7월 26일 완주군청을 방문해 '군민과의 대화'를 가지려 했으나 진입을 저지한 완주군의회를 대표해 유의식 완주군의장이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김관영 전북지사가 지난해 7월 26일 완주군청을 방문해 '군민과의 대화'를 가지려 했으나 진입을 저지한 완주군의회를 대표해 유의식 완주군의장이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이처럼 전주·완주/완주·전주 통합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도 못한 채 양 지역 정치인들끼리 서로 공방을 벌이며 갈등 국면이 점입가경을 치닫고 있다. 이 과정에는 도민과 시민, 군민들의 목소리와 논의·숙의 과정은 배재됐다는 점에서 ‘과연 누구를 위한 통합이고, 누구를 위한 반대인지 모르겠다’는 시큰둥한 여론이 비등하다. '통합 시도와 통합 반대가 지역 정치인들의 야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지방선거 시계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점점 빠르게 움직이는 것과 맞물려 양 지역 통합을 둘러싼 주장과 공방은 더욱 가열되는 모양새다. 특히 선거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도지사와 양 지역 단체장 및 지방의원들은 정치적 사활을 걸고 더욱 격한 공방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양 지역 통합을 둘러싼 절차는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 특별법'에 따른 행정 절차에 의해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찬반 주민투표 시기가 내년 6월에 실시될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내년 2월)을 역산해 오는 8월 말에서 9월 초가 유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어서 더욱 첨예한 갈등과 마찰이 예고된 상황이다.

그러나 되짚어 보면 원래 하나의 뿌리였던 전주시와 완주군운 일제강점기인 1935년 강제 분할됐다. 양 지역 이름이 옛 '완산주(完山州)'에서 따온 것이고 한자로도 '전(全)'과 '완(完)'은 뜻이 같다. 그래서 전주시와 완주군은 원래 같은 '전주군'이었으나 일제강점기 때 도농 분리정책으로 인해 도시지역인 ‘전주부’와 농촌지역인 ‘완주군’으로 행정구역이 분리되어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199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 30여년간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양 지역 통합 논의가 중점적으로 진행됐으나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진척을 보지 못하고 매번 갈등과 마찰로 얼룩졌다. 오히려 점점 험악해지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전주시의회, ‘통합’ 압도적 찬성 표결…완주군 주민투표 50% 이상 반대

6월 25일 '도민과의 대화'를 위해 완주군청으로 향하던 김관영 도지사가 통합 반대 단체 회원 및 군민들에게 저지를 당했다.
6월 25일 '도민과의 대화'를 위해 완주군청으로 향하던 김관영 도지사가 통합 반대 단체 회원 및 군민들에게 저지를 당했다.

1992년 9월 전주시의회 제88회 임시회에서 최초로 거론된 전주시와 완주군 통합 논의는 그 이후 수차례 반복돼 왔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정치적 이해득실에 의해 선거 때만 되면 고질병처럼 등장했던 이슈가 결국 주민투표로까지 가게 됐지만 무산된 사례도 있다. 이어 양 지역 행정구역 통합은 1997년과 2009년에 이어 2013년에도 무산되고 말았다. 최종적으로 완주군 주민투표 결과 유효 투표자의 50% 이상이 반대한 때문이다. 

하지만 전주시의회는 2013년 6월 21일 '전주시와 완주군의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전주시의회 의견제시의 건'에 대해 통합을 찬성하는 의견을 채택하고 당시 참석의원 32명 가운데 28명이 통합에 찬성, 압도적인 표차로 통합을 찬성했었다. 이 같은 상황은 지금도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반대 논리가 더욱 커진 형국이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완주는 인구 10만명을 회복하고 경제자립 기반을 강화하는 등 지방소멸의 대안이 되고 있다"며 "일방적 통합이 아닌 주민과 함께 만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식의 여론조사를 (통합을 검토 중인) 행안부에 요청한 상태다. (조사에서) 과반이 반대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통합 논의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완주군 인구는 월 평균 254명이 증가해 지난 5월 27일 10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완주군은 10만 인구 달성을 넘어 올해 안에 인구 규모 전북 4대 도시에 진입하는 등 독자적인 시 승격을 위해 전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완주군 인구 10만명 육박, 전주시 63만 붕괴 코앞…

통합 의제, 충분한 논의·거도적 숙의 전제돼야

완주군에 따르면 군은 현재 인구를 제외한 1인당 GRDP(전북 1위/2021년 기준), 수출액(전북 3위/2024년 기준), 산업단지 규모(전북 3위/2024년 기준), 지방세수(전북 4위/2024년 기준) 등 여러 지표에서 이미 도내 4위권에 진입한 상태다. 이를 위해 경북 칠곡군과 연대해 시 승격 요건을 현행 15만에서 10만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에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반면 전주시 인구는 지난 2020년 65만 7,432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지난달 63만 904명으로 줄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2033년에는 57만 9,407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전북 제1의 도시인 전주시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만 가는 데다 재정난까지 심각한 상황이어서 외형적으로 팽창해 나가는 완주군과 대조를 이룬다.

특히 전주시의 지방채 규모가 6,000여억원으로 연간 이자만 195억원에 이를 정도로 재정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우범기 시장이 지난 지방선거 기간에 약속했던 '예산 폭탄'이 아니라 '빚 폭탄'만 안은 게 아니냐는 비판들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전북자치도와 전주시, 전주시의회, 찬성 단체들의 전주·완주/완주·전주 통합 추진 의지가 아무리 강하고 각종 당근책들을 제시한다 해도 완주군 정치권의 반대 목소리는 쉽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의 ‘보여 주기식 정치’, 재선 또는 3선 도전을 위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선거용’이 아닌 주민과 도민 더 나아가 전북을 위한 충분한 논의와 거도적 숙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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