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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정치적 입지 유불리에 따라 출신 지역이 '전북' 또는 '서울'로 바뀌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한덕수 전 총리가 초유의 12·3 내란 사태 이후 보인 괴이한 행보들이 특검에 의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어서 세간의 이목을 다시 사로잡고 있다.

특히 불법 계엄 선포에 동의 혹은 가담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동안 한 전 총리는 '자신이 윤 전 대통령을 만류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오는 등 비상계엄 선포문 역시 '그날 회의에서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고 회의가 끝난 뒤에야 자신의 양복 뒷주머니에 선포문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주장했지만,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 자료 등을 통해 그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대선 후보'로 나서 '싸늘'…

’호남 사람론’까지 들고 나서 공분 자극

한덕수 전 국무총리(자료사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자료사진)

돌이켜보면 12·3 불법 계엄과 내란 사태로 대통령이 파면되고 정국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6·3 조기대선 관리는 물론 내치 및 외치의 막중한 역할과 책임이 부여된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행정 수반'으로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다해도 모자랄 판에 대선에 직접 후보로 나선 그에 대한 민심이 싸늘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행동은 어이없게도 ‘호남 사람론’을 들고 나서 공분을 더욱 자극시킨 꼴이 됐다.

그럼에도 그는 비상계엄에 반대한다면서도 '내란 특검법' 처리는 미루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다 탄핵소추되는가 하면 ‘선거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도 안 돼 돌연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후보 교체 파동의 중심에 서기까지 많은 의문을 남겼다. 이러한 한덕수 전 총리의 12·3 내란 이후 베일에 쌓였던 많은 의혹과 의문이 최근 ‘내란 특검’에 의해 전모가 밝혀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 중인 내란 특별검사팀이 2일 한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이 한 전 총리를 대면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전 9시 53분경 내란 특검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출석한 한 전 총리는 특검 출석 약 14시간 만에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그러나 내란 특검은 지난달 18일 검경으로부터 기록을 인계 받아 수사를 개시한 뒤 한 전 총리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상태여서 한 전 총리의 특검 수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그간 보여준 여러 의문의 행동들이 풀릴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는 위헌적으로 이뤄진 비상계엄 닷새만인 지난해 12월 8일 돌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공동 담화에 나서는 등 “한치의 국정 공백도 있어선 안 된다”며 “여당과 함께 정국을 수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비상계엄이 잘못된 것이었다”면서도 정작 국회에서 통과된 내란 특검법을 처리하지 않는 모순된 행보를 보였다.

헌법재판관 3명 임명하지 않아 1명만 반대해도

윤 전 대통령 '탄핵 기각'되는 상황 한동안 유지…'아슬아슬'

헌법재판소 전경(사진=헌법재판소 제공)
헌법재판소 전경(사진=헌법재판소 제공)

또한 여야 합의로 추천한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않아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의 자리가 비면서 재판관 6명 중 한 명만 반대해도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되는 상황이 한동안 유지되는 불안한 상황을 초래했다. 참으로 아술아슬했다.

더욱이 한 전 총리는 국회에서 탄핵소추됐지만 기각 결정으로 3개월 만에 복귀한 뒤에는 “마지막 소임으로 대선을 잘 관리하겠다”고 공언해 놓고도 “국민의힘 대선 후보 차출론에 모호한 태도를 이어가다 공직자 사퇴 시한을 사흘 앞두고 돌연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이중적인 행보를 거침 없이 드러냈다.

게다가 그는 ‘대망론’을 언론에 흘리며 지난 5월 2일에는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아껴야 합니다"란 발언으로 광주시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에 매달리다 끝내 9일 만에 후보직에서 물러났지만 불법 계엄으로 혼돈에 빠진 국정을 수습해야 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그가 시종일관 보여준 모순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혼란과 공분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란 특검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이제 그의 의문스러운 행적의 비밀도 풀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되기 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위원 회의에 참석했음에도 계엄 선포에 동의 혹은 가담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동안 자신이 윤 전 대통령을 만류했다고 주장해왔다. 또 그는 비상계엄 선포문 역시 그날 회의에서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고 회의가 끝난 뒤에야 자신의 양복 뒷주머니에 선포문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CCTV 영상 자료에 담긴 괴이한 행보들…

의문 투성이 비밀, 특검 수사 통해 풀리나?

MBC 7월 2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MBC 7월 2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하지만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이후 대통령실 CCTV 영상 자료 등을 대통령 경호처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하며 한 전 총리의 주장이 사실인지 수사해 온 뒤 내란 특검이 출범하면서 수사 자료도 모두 특검으로 옮겼다. 폐쇄회로 등을 통한 수사 결과 한 전 총리는 당시 회의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국무위원들을 추가로 부른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계엄 선포 이후 새로 작성된 계엄 선포문에 서명했다가 폐기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사후에 확보하는 데 가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2일 내란 특검 조사가 끝난 뒤 ‘계엄 사후 문건에 왜 서명하고 폐기했나’ ‘어떤 부분을 많이 소명했나’ ‘헌재에서 계엄 만류했다고 했는데 위증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입을 굳게 다문 채 귀가했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에서 대선 후보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과 많은 의문을 남긴 그의 족적이 서서히 드러날 전망이어서 내란 특검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의 입에서 또 어떤 말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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