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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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가끔 자신의 실제 능력이나 실력보다 더 크게, 더 부풀려 보이기 위해 과장된 행동이나 말을 하곤 한다는 게 심리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그런데 선출직 공직자들의 경우 이런 현상을 자주 드러내 보이는 경우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실속은 없으면서 큰 소리 치거나 허세를 부리는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떠오르게 하는 정치인들이 6·3 조기대선 이후 우리 주변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이 눈에 띈다.

번지르르한 허세를 의미하는 뜻을 지닌 ‘허장성세’란 말은 원래 중국 고전에서 유래됐을 정도로 그 역사가 깊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중국 삼국시대 진(晉)나라의 장군 선진(鮮臻)이 이웃 위(魏)나라의 오록성(五鹿城)을 함락할 때 군사들에게 산과 언덕을 지날 때마다 깃발을 꽂으라고 명령하여 위나라 백성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빈 성을 쉽게 점령했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러나 유래된 내용을 되짚어보면 '선진'이란 장수 행위가 당시 심리전을 이용한 전략에 가깝고, 실제로 적을 속여 승리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의미와는 거리가 멀지만 오늘날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 이유는 뭘까? 그것은 당시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많은 정치인들이 심리전을 교묘히 이용해 허세와 허영을 부리는 모습을 빗대어 비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표현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 있게 전해오고 있다.

요란한 ‘빈 수레’와 ‘빈 깡통’에 비유되는 정치인들이 ‘허장성세’를 부정적인 의미로 돌변시켜 정착케 한 장본인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허장성세’를 떠오르게 하는 정치인과 행정가들이 부쩍 늘고 있는 걸 보면 선거가 다시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일러주는 신호와 같다. 달갑지 않은 변화들이 피부로 느껴진다. 

"김관영 전북지사 공약 이행·투자 유치 ‘저조’"…

“공수표 남발”, “당선 뒤 입맛에 맞게 손질” 비판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사진=전북특별자치도 제공)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사진=전북특별자치도 제공)

전북지역에선 최근 공수표를 남발하는 선출직 단체장들과 방안퉁수 정치를 펼치는 국회의원들이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지만 자신들의 흠결을 전혀 알지 못하는 눈치다. 선거 기간에 유권자들로부터 호감을 사기 위해 제시했던 공약들이 임기 후반에 접어들어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당초 공언했던 중점 사업들의 진척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유권자들을 기만했다는 지적들이 자주 나오는 걸 보면 임기 4년 중 남은 1년 안에 과연 공언했던 공약들을 모두 이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앞선다.

특히 김관영 전북특별치도지사가 임기 1년을 남겨두고 도민들과 약속했던 공약 이행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도의회에서 잇따라 제기된 것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최근 열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정례회 도정질문을 통해 한 도의원은 "올해 1분기 기준 도지사의 공약 이행률은 58.8%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하위권인 10위에 머물고 있다"며 "민선 8기도 어느덧 1년 남짓 밖에 남지 않았는데 도민과 약속이었던 공약들이 실제로 어떤 성과를 내는지 가시적으로 드러나야 할 시점 아닌가”라고 질의해 시선을 끌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현재 도지사 공약 124개 중 11개 사업만 완료됐고, 62개 사업은 이행 후 계속 추진, 46개는 정상 추진, 5개는 일부 추진으로 분류된 상태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교적 잘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점은 바로 예산 규모가 큰 공약 사업들이 즐비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도지사의 전체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16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재까지 확보된 재원은 5조 3,000억원으로 33.25%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주장이 도의회에서 제기됐다. 재정 소요가 큰 10대 공약 사업의 경우 총 사업비가 11조 2,750억원으로 전체 공약 예산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재정 확보율은 32.8%에 불과하다는 점은 눈 여겨 볼만하다.

그러자 이날 또 다른 도의원은 "지난 2024년 발표된 12조 8,000억원의 기업유치 성과는 1년이 다 된 지금 실질적인 투자 이행률이 8.54%(1.24조원), 일자리 창출률은 3.98%(684개)에 그쳤다"며 "민선 8기 들어 단 한 건의 산업단지 승인도 이뤄지지 않아 기업유치의 기반이 부실할 뿐만 아니라 기업유치가 특정 권역에 편중되어 지역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정, ’성과 부풀리기’, ‘보여주기식 행정’ 도마 위... 

교육 행정, '민주성·청렴도·만족도' 등 부정적 평가, 왜?

이러한 이유로 이날 도의원들은 “결국 공수표를 남발했다”며 “당선 뒤에는 입맛에 맞게 손질했단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질타했지만 돌아온 도지사의 답은 "공약 사업 실현을 위해 연차적인 목표를 수립해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공약 이행 달성도를 높여나가겠다"는 등의 원론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도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공수표를 남발한 도지사'란 소리를 같은 민주당 소속인 지방의원들로부터 들을 정도라면 도대체 그동안 도민들과의 약속을 얼마나 무시하며 행정을 펼쳐왔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역대 최대’란 표현을 써가며 자랑하더니 이제 남은 1년 임기 앞에서 겨우 한자릿수 투자 유치 성과라니 초라하기 그지없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1년 반이 지났지만 그동안 과도한 성과 부풀리기나 보여주기식 행정에 매달려 왔음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어서 씁쓸하게 한다. 

김 지사와 달리 '공약 이행이 최우수’라고 자랑해 온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취임 3주년을 맞아 지역 교육단체들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이 서 교육감의 교육 전반의 정책과 교육 현장의 민주성·청렴도·만족도 등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려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전북 교육단체들이 정책 평가를 진행한 결과를 보면 교사 대상 설문에서 7개 항목 전부 '매우 불만족'과 '불만족' 등 부정 응답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학교 업무 경감' 항목의 경우 '매우 불만족'과 '불만족' 응답이 전체의 89.4%를 차지해 부정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고, '민주성'은 '매우 불만족'과 '불만족' 응답이 전체의 85.8%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다.

서거석 교육감 ‘청렴’ 입버릇처럼 강조하더니…

교사 85.2%, 공무원 67% ‘전북교육청 청렴하지 않다’ 응답

서거석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사진=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제공)
서거석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사진=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제공)

전북지역 교사와 공무원 등 1,95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직무수행 만족도', '교육 정책', '학교 교육력', '학교 업무 경감', '예산 운용 적절성', '민주성', '청렴도' 등 전체 7개 항목 중 모든 항목에서 5점 만점에 2점 미만의 평가가 나왔고, 민주성과 청렴도 역시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교원 85.8%, 지방공무원 77%가 '민주적이지 않다'고 답했고, 교원의 85.2%, 지방공무원의 67%는 '전북교육청이 청렴하지 않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이는 그동안 서 교육감이 "청렴은 교육 신뢰 출발점"이란 점을 줄곧 강조하며 “부패 없는 전북교육청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자랑했던 것과는 달리 실제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낙제 수준으로 드러나 실망과 충격이 크다. 그럼에도 전북교육청은 “이행되지 않은 공약이 단 한 건도 없는 ‘미이행 제로”란 점을 강조하며 언론에 줄곧 홍보해 왔는가 하면 “청렴도 향상 정책의 구체적 실행력을 높인다”는 보도자료도 내놓아 겉과 속이 다른 교육 행정과 현장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최근 조기대선 이후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을 향해 ‘방안퉁수’란 표현이 세간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눈과 귀를 의심케 할 정도로 직접 선출한 의원들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뭘까? 대선이 끝나자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새 지도부 선출에 나섰지만 전북지역 국회의원들 가운데는 나서겠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이 중앙 무대에 대한 과감한 도전은 커녕 여전히 안방 정치에만 머물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이런 비판은 자주 있어 왔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더 세진 느낌이다.

"중진 국회의원들로 절반 채워줬지만 도전은 커녕 안방 정치만…

방안퉁수" 비판, '유권자 선택’ 중요성 다시 부각

2024년 6월 12일 전북자치도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제22대 전북 지역구 국회의원들.(사진=전북특별자치도 제공)
2024년 6월 12일 전북자치도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제22대 전북 지역구 국회의원들.(사진=전북특별자치도 제공)

'전북의 정치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주장과는 달리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다시 지도부 선출에 나섰지만 도전하겠다는 전북 출신 의원들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으니 예사롭지 않다. ‘민주당 텃밭’이란 소릴 들을 정도로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선거 때마다 높게 나타나고 있고, 민주당 권리당원이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많은 지역임에도 당 내에서 지역 의원들이 대표는 커녕 최고위원 자리에도 도전하지 못하는 근래의 모습을 보면서 도민들은 실망감을 넘어 자괴감을 호소할 정도다. 

더구나 지난 총선에서 전북도민들은 국회의원 절반을 3선 이상 중진으로 채워줬다. 하지만 이렇다할 활약이나 이슈 선점을 당내에서 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실망과 불만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일부 눈치 없는 의원들은 자신을 새 정부 장관이나 중요 자리에 기용해 달라는 듯이 기자들 앞에서 입버릇처럼 대선 투표율과 지지율 등 '도민 기여도'를 앞세우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양태가 볼썽사납다.

"중진의 무게를 증명하려면 방안퉁수에서 벗어나 중앙 무대에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지방의원들과 지역 언론인들 앞에서 으스대는 행태가 가관이다. 지지해 준 많은 주민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고 있지만 오히려 “당내 선출직은 가능성이 낮아 도전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항변하는 모습은 허장성세를 부리는 단체장들과 다를 바 없다.

텅 빈 수레와 빈 깡통이 소리만 요란한 법이다. ‘허장성세 단체장’과 ‘방안퉁수 국회의원’이 넘쳐나는 지역사회야말로 불필요한 갈등과 불만, 불안이 가득 쌓이기 마련이다. 주민들에 의해 선출된 단체장, 교육감, 국회의원들의 솔직함과 겸손함, 실력과 능력의 빈약함이 가져온 결과로 보여진다. 결국 유권자들의 참여와 선택, 경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재삼 일깨워 주는 대목들이다.

그러는 사이에 또 다시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선거에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미리 준비하고 염두에 두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막상 선거철만 되면 '그 나물에 그 밥', '도로 그 정당' 타령이 지배하고 마는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타개하고 극복할 것인지, 이 또한 우리에게 던져진 중대 개혁 과제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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