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 위에서'

"사람들은 서로가 적의(敵意)를 느끼며 또한 그것이 좋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까닭에 자기를 속이고 내부의 양심을 마비시키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적대심을 옳은 것이라고 왜곡시켜 믿는다. 나는 다른 누구보다도 훨씬 뛰어난 인물인데, 그들은 그것을 이해 못한다. 결국 나는 저런 사람들과 사귈 수 없다.
이런 생각이 왜곡의 첫 번째 예이다. 자신의 가족이 다른 어떤 가족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두 번째의 왜곡이고, 자신의 출신 학벌이 어느 학벌보다 뛰어나다고 믿는 것이 세 번째 왜곡이다. 네 번째 왜곡은 우리 국민이 다른 어떤 국민보다 우월하다고 자만하는 것이다. 개인에 관한, 가족에 관한, 학벌 또는 소속에 관한, 국민에 관한 왜곡처럼 사람을 이간시키는 것은 없다.“

톨스토이의 글 중 인상 깊은 대목이 머리를 스치는 아침이다. 겸손했던 사람도 어느 사이에 본분을 잊어버리고 자만과 오만에 물드는 경우를 많이 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자신이 어느 궤도에 오른 것으로 여겨져서 그런지 안하무인이 된다. 그러면서 타인을 폄하하게 되고, 그것이 어느 사이에 적대감으로 바뀌게 된다.

사심을 가지지 않는 것, 공적인 것에서 균형 감각이 유지 되는 것인데, 모든 것이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라서 그 스스로는 아주 정직하고 정의롭다고 여기는 것, 그러한 생각에서 여러 가지 불순한 것들이 잉태된다.

“자신이 누구보다도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고 나쁜 일이다. 자기 자신만 사랑하는 태도에 이미 자만의 싹이 돋아나고 있다. 이 자만심은 제어하기 어려운 지나친 자부 근성이다.“

다시 톨스토이의 말이다.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것도 없으면서 그것을 모르는 중에 자만과 오만이 싹트는, 그것이 늘 문제다. 세상을 산다는 것, 그것은 진정으로 힘들다. 그래서 다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메꽃이 이렇게 예쁘게 피었는데.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문화사학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