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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동으로 몰려드는 난개발에 맞선 값진 승리입니다. 당연히 마을 잔치로 기쁨을 함께 나누어야죠."
23일 오전 11시. 정읍시 옹동면 주민들이 모처럼 환하게 웃으며 한자리에 모여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건 바로 오랫동안 이어온 상두산 석산 관련 항소심에서 최종 승소(25.5.14 광주고등법원 제1행정부, 사건번호-전주 2024누 414)한 때문이다.
무려 27년에 걸친 석산 피해의 긴 싸움에 마침표를 찍은 이날 마을 축제가 동시에 열렸다. 주민들은 "면 단위 환경단체인 정읍시옹동면환경연대의 주도 아래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라며 "농촌지역 주민들이 난개발에 맞서 이룬 전국적인 사례"라며 자축 분위기를 돋웠다.
상두산 석산, 1997년부터 주민 고통 시작...긴 법정 투쟁 끝에 승소, 불법 채취·환경영향평가 부실 등 인정

주민들에 따르면 상두산 일대는 1997년부터 5개 석산 업체가 운영되며 주민들의 고통이 시작됐다. 민원이 지속되자 2016년 주민 7개 마을과 5개 업체 간에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협약이 체결되고, 협약에 따라 대부분의 업체는 2025년까지 운영을 종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옥산이 주민들 모르게 2032년까지 석산 변경 확장 사업을 신청했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옹동면 주민들이 반대 민원을 제기하면서 2023년 2월 정읍시는 사업 신청을 불허했다.
(유)옥산은 불허 처분에 대해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옹동면 주민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보조 참가인단으로 소송에 직접 참여하며 정읍시와 공동 대응했다. 이에 2024년 1심에서 승소한 데 이어 이달 항소심에서도 2심 승소로 확정되면서 2년에 걸친 법적 싸움이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주민들의 25년 간의 피해를 인정하며, 행정청이 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에 기속되지 않고 종합 판단을 통해 불허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 과정에서 업체의 불법 소단 채취,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연차별 계획 미이행, 경관조성 미이행 등이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주민들과의 직접 협의 없이 확장 사업을 진행한 점 역시 행정처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주민들 "상두산 편히 쉬게 하고, 비봉산 사수 투쟁 새로 시작할 것"

이날 승소 소식에 옹동면 주민들은 면사무소 앞 환경연대 사무실 마당에서 ‘옹동면민 마을 축제’를 열고 막걸리 한잔에 지난 27년의 고통을 담아 삼키며 '상두산을 편히 쉬게 해주자'는 뜻을 모았다. 아울러 주민들은 새로운 개발 예정지인 칠석리 정골 석산을 막기 위해 비봉산 사수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엄성자 정읍시옹동면환경연대 기획실장은 "평범한 농촌 주민들도 단결하고 연대하면 난개발에 맞설 수 있다"며 "이번 싸움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인 만큼, 마을 주민과 승리의 기쁨을 나눈 뒤 다시 비봉산 사수 투쟁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옹동 주민들이 재판에서 지적한 문제는 상당수 토석 채취장에서 발생하는 위법 사항이다”며 “이번 판결이 운영 중인 석산 사업장에 대한 행정의 체계적인 관리와 석산 난개발에 맞서 싸우는 다른 지역 주민에게 지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