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김준일 시사평론가
지난 12일부터 21대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이번 대선엔 7명이 출마했고 여성 후보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후보 가운데 진보를 표방한 후보는 옛 정의당인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라는 점도 다른 대선과 차이점이다.
사실 이번 대선 관심은 당선자가 누구일지보다 득표율인 것 같다. 선거운동 초반 판세에 대해 들어보고자 지난 14일 서울 을지로3가역 근처에서 시사평론가 김준일 씨를 만났다. 다음은 김 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앞으로 몇 번의 변곡점이 있겠지만 큰 변화는 없다고 봐"
김준일 시사평론가.
- 12일부터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는데 어떻게 보고 계세요?
“큰 틀에서 변화는 없죠. 이재명 대세론이 유지되고 있고 김문수 후보도 국민의힘이 가져갈 수 있는 정도의 지지율 그리고 이준석 후보도 아직 돌풍은 없어요. 본격 선거운동 전에도 비슷한 여론조사 수치들이 나왔는데 앞으로 몇 번의 변곡점이 있겠지만 큰 변화는 없다고 봅니다.”
- 지금 세 후보가 보수층을 공략하는 거 같은데 왜 그럴까요?
“첫째 날 TK를 세 후보가 같이 가고요. 둘째 날과 셋째 날 PK를 갔어요. 두 가지로 해석할 수가 있는데 하나는 보수가 흔들리고 있고 영남이 승부처라서 세 후보가 같이 영남을 돌아다니고 있는 거죠.
또 하나는 다 거기를 약세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무슨 얘기냐 하면 일반적으로 대선 후보들이 처음에 선거운동지를 선택할 때 본인이 약세인 지역을 많이 가거든요. 그러면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구 경북이 약세라고 생각했으니까 갔고 이준석 후보도 대구 경북에서 새로운 보수로 인정받아야 돼서 갔고 그러니까 김문수 후보도 여기 보수가 흔들리면은 자기 본거지 대구 경북이 흔들리면은 이번 대선은 하나 만하다고 보니까 3명이 다 여기를 본인의 약세 지역이라고 판단하는 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이잖아요. 2017 대선과 마찬가지인데 2017년과 다른 거 같거든요. 차이가 뭘까요? 당시엔 초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했던 거로 기억되는데.
“다른 이유가 뭐냐 하면 그때는 진보의 열망이 있었어요. 그리고 문재인 후보도 쉽게 당선이 되고 진보층의 요구를 대부분 끌어안았죠. 실제 국정 운영에 반영했어요. 그게 최저임금의 빠른 상승 등이 있었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은 그것 때문에 2022년 대선 패배했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민주당은 중도 스탠스로 가야 하고 오히려 보수까지 가져와오고 소위 말하는 압도적 승리를 해야 된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스탠스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압도적 승리하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까요?
“민주당에서 공식적으로 압도적 승리의 기준을 말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제가 말하기는 어렵지만 첫 번째 50%를 넘기는 것을 하나의 기준점으로 삼는 것 같고요. 두 번째는 역대 최다 득표죠, 그건 2012년 박근혜 후보의 51.6%를 넘는 것도 하나의 기준점으로 삼는 것 같고요. 또 하나는 역대 최다 득표율 차예요. 2007년에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22%p 차를 넘는 것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재명 후보, 독재 프레임과 말의 경솔함 같은 게 일종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선거는 상대적"
- 이재명 후보에게 약점은 거대 당이라는 것과 말의 품격이 없다는 것 같아요. 중도층이 이 부분을 고민할 것 같은데.
“물론 이재명 후보의 독재 프레임과 말의 경솔함 같은 게 일종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선거는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상대 후보가 더 독재한다든지 아니면 더 말이 경솔하다면 결국은 누군가를 선택해야 되는 문제잖아요. 그게 상쇄가 된다는 거예요. 독재 프레임은 윤석열이 하려고 했던 게 비상계엄이 독재고 그리고 탄핵에 반대한 후보가 있다고 한다면 민주당의 독재는 어쨌든 국민의 선택을 받아서 하는 권력을 몰아주는 거기 때문에 그걸 독재라고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죠.
말의 품격 같은 경우에는 이재명 후보가 언론 노출 자체를 아예 최소화하고 있어요. 때문에 말로 인해서 뭔가 문제가 생기는 거도 최소화하고 돌발 변수가 생기는 걸 막고 있어요. 2022년의 경험입니다. 그러면 지금은 말로 인해서 문제가 생기는 건 김문수 후보외 이준석 후보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것도 현재까지는 상대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잘 되고 있죠.”
- 후보 토론회가 있잖아요. 3회는 어쩔 수 없이 하는 건데 거기에서 달라질 가능성 있을까요?
“법정 토론회fh 세 번 이상 TV토론회를 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건 무슨 얘기냐면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으로 이재명 후보는 나올 겁니다. 그래서 TV토론이 물론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겠지만 지지율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출렁일까요? 이재명 후보는 TV토론 경험이 많은 후보예요. 김문수 후보가 오히려 말을 경솔하게 내뱉거나 실수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죠. 그리고 이준석 후보가 나름 공격적으로 해서 주목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재명 후보도 굉장히 이 부분에 있어서 치밀하게 준비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 홍준표 전 대구시장 지지자들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했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일부라고 보고. 모든 홍준표 지지자가 다 이재명을 지지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다만 보수의 선택지가 넓어진 거는 맞죠. ‘야 홍준표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지지한단 말이야. 당이 오죽 얼마나 홍준표를 홀대했으면 이럴까. 이재명 지지할까. 이준석 지지할까 확 투표 안 해버릴까. 그래도 보수 정통인 김문수를 지지할까’ 이런 고민을 보수 유권자들이 하게 만든 것만 해도 굉장히 큰 성공이죠.”
- 이재명 후보가 홍 전 시장과 뭔가 할 수 있다고 말하잖아요. 가능할까요?
“막걸리 한잔하자고 SNS에 제안했죠. 홍 시장을 선거에서 이용하는 건 그 정도가 한계죠. 홍 시장이 민주당에 영입 될 가능성도 없고 그렇다고 이재명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도 없죠. 최대한 이재명 후보는 홍 시장을 예우하는 차원이에요. 국민의힘에서는 홀대받았고 이쪽에서는 예우한다는 이미지만 주는 것만으로도 성공이죠. 홍 시장 변수를 너무 크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보수 지지자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소득입니다.”
- 우여곡절 끝에 김문수 후보가 후보 등록했어요. 그러나 후보 등록 직전까지 보여준 국민의힘 모습은 위헌 정당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잖아요. 더구나 내란으로 치러지는 대선이라서 이 이미지가 극복가능할까요?
“대선 후보 등록 직전에 있었던 국민의힘의 후보 교체 시도 사건이 하나의 장점이 있다면 김문수 후보에 피해자 서사를 만들어줬다는 거죠. 다만 그 외에는 부정적인 게 더 많겠죠. 당연히 김문수 후보는 본인의 강성 이미지 그리고 극우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을 못 하고 있죠. 또 본인이 과거에도 많은 설화가 있었는데 현재도 여러 가지 설화를 일으키는 점을 봤을 때 이미지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여요.”
- 김용태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정했고 15일 취임하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그 당이 김용태의 당이냐 권성동의 당이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마 100명 중의 99명 100명 중의 100명은 권성동의 당이라고 얘기할 거예요. 지금은 투톱이잖아요.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얼굴마담 아니면 이미지 쇄신용 인사라고 보고요. 다만 김용태 의원 입장에서는 본인의 인지도를 확 올릴 수 있는 거고 윤석열 대통령의 자진 탈당 등을 만들어낸다면 아마 박수까지는 받기 어려워도 책임론에서 피해 갈 수 있겠죠.”
- 제가 생각하기에는 어게인 2022년을 꿈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거든요. 이준석 의원을 대표로 내세워 재미 봤잖아요
“말씀하신 게 맞죠.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당을 장악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리더십 하에 당이 똘똘 뭉친다고 보기도 어려워요. 다만 써먹는 카드도 맞고 그래서 한계도 분명하지만 김용태 의원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일부 성과가 있을 수는 있겠죠.”
"극우 빅텐트 가능성 높지 않다고 봐"
김준일 시사평론가.
- 윤석열 전 대통령이 17일 탈당했어요. 효과가 있을까요?
“약간의 효과는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지금 보수층에서 신물이 난 상황이에요. 그러나 관성적으로 예전부터 국민의힘 찍었던 분들은 명분이 주어진다면 다시 국민의힘 찍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게 많은 사람은 아닐지라도 일부는 찍을 것이에요. 그리고 이게 강제로 윤석열을 내쫓는 게 아니라 본인이 탈당해서 윤석열 지지자들의 이탈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에요. 하지만 탄핵에 대한 입장 그리고 국민의힘 내부의 친윤들 문제라든지 아니면 선대위에 있는 윤석열 인사들, 석동현 변호사도 영입 했잖아요. 이런 것들이 굉장히 계속 문제가 될 것이에요.”
- 극우 빅텐트 얘기가 나오는데 가능성 있을까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봐요. 왜냐하면 지금 중도 표를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고 당에서도 인식할 텐데 황교안 무소속 후보와 자유통일당 구주와 후보를 단일화한다고 이번 대선을 이길 수 있거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다고 그들도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 국민의힘 내분으로 이준석 후보가 반사이익 본다는 의견이 있더라고요. 지금 보면 15% 이상을 개혁신당에서는 기대하는 것 같은데 가능할까요?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주류 본진까지 대체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에요. 왜냐하면 이준석 후보가 현재도 이준석이고 미래도 이준석이라고 보여주지 못했고요. 그리고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비토 정서가 아직 남아 있고요. 그리고 지역 기반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030 남성들을 중심으로 지지를 확대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이준석 후보가 군소 후보들처럼 한 자리 지지율에 머물 것 같지는 않고요. 저는 TV토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10% 초반까지도 갈 수 있겠다고 봅니다.”
- 이준석 후보의 약점 중 하나는 갈라치기 한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 부분은 극복이 가능할까요?
“아니요. 이준석 후보는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비호감도가 전체 후보 중에서 가장 높은 후보예요. 그건 민주당 지지자와 국민의힘 지지자 모두에게 비호감이라서 그렇거든요.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을 거예요. 비호감의 원인이 누구에겐 갈라치기일 수 있고 누구에겐 윤석열 정권을 만든 1등 공신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아직 중량감이 없고 경솔해서죠. 그리고 본인만 잘난 척하는 이미지 때문에 비호감도가 높을 수 있지만 뭐가 됐든 이준석 후보가 완벽하게 대세고 미래고 새로운 희망이어서 10%를 넘어서 20%까지 갈 수 있을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회의적입니다.”
"권영국 후보, 반이재명이든 진보를 좋아하는 층 흡수할 것이지만 대선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지 않아"
- 정의당은 민주노동당으로 당명을 교체하고 권영국 후보를 공천했죠. 진보층 가운데 반명이 있을 거잖아요. 이들을 어떻게 흡수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은데.
“일단 이번에 진보를 표방하고 나온 사람이 권영국 한 명밖에 없어요. 또 하나 TV토론에 들어가는 사람이 기존의 3당 외에 권영국 후보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권영국 후보가 진보를 표방하고 나와서 반이재명이든 아니면 진보를 좋아하시는 분이든 어느 정도 흡수할 거라고 개인적으로 보지만 그게 이번 대선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지 않고요. 개인적으로 3% 넘기 힘들다고 봅니다.
왜 그러냐면 권영국 후보가 내세운 메시지는 전혀 새롭지 않아요. 지금 정치권의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고 새로운 시대를 향해서 지금 가야 된다는 열망이 큰데 권영국 후보가 내세우는 것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큼 새롭다거나 우선순위에 있다고 지금 둘 만큼의 아젠다가 아니라 하던 대로 하던 느낌이 강해요. 그래서 파괴력이 있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은 후보를 안 내고 이재명 후보 지지하기로 했어요. 이 가운데 진보당은 경선까지 하고 후보 등록하지 않아서 당내 불만이 있는 것 같은데.
“선택이죠. 진보당은 지난 총선에서도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과 함께 비례 위성 정당에 참여해서 민주당 텐트 안에 들어가기로 한 거잖아요. 이번에도 그 텐트 아래 민주당을 중심으로 압도적 정권 교체에 힘을 쏟기로 한 것이고 민주노동당은 독자적인 진보 노선을 가져가기로 한 것인데 뭐가 옳은지는 국민들이 판단하겠죠.
다만 이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우리나라에 진보세력이라는 게 존재 하고 거길 대변하는 정당이 어느 정도 크기가 커져야 사실 민주당의 중도와 중도 보수와 정당이 더 잘 먹혀요. 진보에 아무도 없는데 계속 중도 보수라고 얘기해도 ‘야 니네가 지금 저 맨 극좌부터 니들이 사실상 다 커버하고 있는 거 아니야’라고 사람들이 물어볼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방파제처럼 진보정당이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해 주는 게 장기적으로 볼 때는 민주당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죠. 근데 지금은 모든 걸 다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게 힘을 밀어줘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도 있고 이런 것들이 나머지 정당들이 후보 내지 않는 결론을 도출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