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지난 4월 30일 더불어민주당의 선거대책위가 공식 출범했다. 민주당은 보수 책사로 알려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상임 총괄 선대위원장을 맡는 등 거물급 진보·보수 인사가 망라된 통합형 선대위를 꾸렸다.
그중 눈에 띄는 인사가 있다. 바로 선대위에서 '사람사는 세상 국민화합위원장'을 맡은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다. 대표적 비명 인사로 꼽히는 박 전 의원은 최근 자신의 호가 ‘비명’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어떻게 선대위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궁금해 지난 1일 전주에서 박 전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박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내란 종식시키고 정권 교체해야 하는 중대한 시대적 과제 앞에서 개인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

- 4월 30일 출범한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하셨어요. 민주당원이라 선대위 합류 당연할 수도 있지만 의원님은 대표적 비명계로 알려졌고 또한 지난 총선에서의 아픔이 있었잖아요.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속에 여러 상처와 고민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그냥 개인이 아니고 정치하는 사람이에요. 계엄이라는 어마어마한 일로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반역적 일이 벌어졌잖아요. 그럼. 이 내란을 종식시키고 정권을 교체해야 된다는 중대한 시대적 과제 앞에서 개인의 감정이 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박용진 벨도 없냐’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나 그렇다. 그거 깨끗하게 씻어서 집 안 냉장고에 넣어놓고 나왔다.’고 해요. 자존심도 없냐고 해요. ‘그것도 없다. 같이 씻어서 냉장고에 넣고 나왔다.’라고 하거든요. 지금 그런 걸 내세울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러면 왜 이번에 대선 불출마 한 거예요? 의원님이 출마해서 내란 종식 할 수도 있잖아요.
“무조건 선거 나가는 게 제일 좋은 상책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이번 선거에 출마해서 어렵게 끝까지 완주한 김동연, 김경수 후보에게는 정말 박수 보내고 싶고 어려운 일 맡아줘서 고맙다고 말씀드리죠. 근데 저는 어쨌든 이미 대세가 형성됐고 제가 거기에 출마해서 판을 흔들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할 때 주장했었던 게 뭐냐면 '3김 정치 청산'이에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거기에 들어가 있는 대상자잖아요. 근데 그 김대중 대통령과 손잡고 같이 이야기된 건 정권 체라는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완수할 거냐예요. 저도 민주적 다양성도 얘기하고 제 소신도 있고 생각도 있지만 지금은 너무 큰 내란 종식과 정권교체라는 그 일에 같이 힘 모아서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 2월쯤 이재명 후보 만나셨잖아요? 어땠나요?
“처음에 시작할 때는 어색했어요. 그런데 둘이 한 100분 정도 이야기 나눴어요. 이재명 대표는 대선 승리에 절박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고요. 그러니까 얘기가 어렵게 갈 건 없었어요. 저는 이미 과거는 과거고 미래를 향해 나가는 새로운 인연을 쌓을 수 있다고 저는 생각 해요.”
- 선대위 인물을 보면 거물급으로 진보·보수가 망라되어 있는데, 좋게 보자면 통합적 의미도 있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잡탕밥 같거든요.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다양한 식재료가 모여 맛있는 맛 내듯이 정치도 섞이고 통합하고 화합해야"
“잡탕밥은 맛있잖아요(웃음). 각각 색깔도 다르고 종류가 다른 재료들이 모이는 거거든요. 음식은 그렇게 만드는 거죠. 된장 하나로만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고 두부도 들어가고 파도 들어가잖아요. 다양한 식재료가 모여서 맛있는 맛을 내듯이 정치도 국민에게 맛있는 결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섞이고 통합하고 화합해야 돼요.”
- 근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으면 불협화음이 날 수도 있잖아요?
“오케스트라는 다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 모이는 거예요. 지휘자가 그걸 어떻게 지휘하고 끌어내느냐에 따라서 기가 막힌 화음이 만들어지거든요. 정치 지도자가 할 일이 그거죠.”
- 민주당 선대위에서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 영입 시도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보세요?
“민주당으로서는 대선 기간이니 시도해 볼 만한 일이에요. 바둑으로 치면 남의 돌 뺏어오는 일이기는 한데 김상욱 의원이 그렇게 움직이는 건 또 다른 철새 행위일 수 있다고 봐요. 어렵더라도 그 당에서 자신의 정치적인 주장을 계속 밝히는 게 맞죠.”
-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을 중도보수라고 했는데 의원님은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적 캠페인이라고 봐요. 그리고 이번 대통령 선거의 중원을 이재명 후보가 열심히 휘젓고 다니겠다고 하는 거예요. 제가 원래 운동장을 넓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인데 원래 제가 서 있었던 진보 레프트윙의 자리로 이동하겠다고 말씀드렸고, 거기에서 멋있는 센터링 날리면 이재명 후보가 멋있는 발리슛이든 다이빙 헤딩슛으로 골을 넣는 거죠. 왼발 오른발 가리지 말고, 경기를 승리로 이끌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멋있는 화음을 만들어내는 게 정치 지도자가 할 일이에요. 제가 민주당의 진보적인 역할을 더 강하게 지키고 가져가려고 합니다.”
-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서 89.77%를 얻었어요. 우리나라 정당 사상 최고 득표율 같아요. 찬반 투표도 아니고 다른 두 후보가 약체도 아니잖아요.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대단한 결과죠. 이게 어떻게 보면 당원과 지지층이 그만큼 간절하게 이번에 대선 승리하고 정권교체해야 한다는 그 의지와 간절함의 표현이라고 봐요.”
"희한한 일 많은 국민의힘, 민주당 상황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 입장 아닌 듯”

- 국민의힘에서는 공산당이라고 조롱하던데, 어떻게 보시나요.
“국민의힘이 남의 당 조롱할 자격이 있나요? 자기 당이 더 희한한 일은 더 많이 하는데요. 국민의힘이 반헌법적인 행위 저지르는 대통령에 대한 사과도 제대로 안 하고 오히려 옹호하고 있는 모습이죠. 그러니까 민주당 상황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떠들 입장이 아닌 것 같아요.”
- 경선 다음날인 4월 28일 이재명 후보가 동작동 현충원에 가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참배했어요. 민주당 후보가 간 건 처음이죠?
“현충원 참배와 관련해 저는 되게 일찍부터 이런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잘했다고 봐요. 왜냐하면 국민의힘도 화들짝 놀라고 또 조선일보 같은 데서도 이런 행보에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리고 보수진영의 결집에 맥 빠지게 하는 일이에요. 야당 대표로서는 고민할 수 있지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 위한 노력과 모습을 보여줘야 되거든요. 사실 현충원에 참배하게 되면 거기에 묻혀 계신 모든 분에 대한 예의는 갖추는 게 맞다고 봤어요.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사람들이 법령에 맞춰서 거기에 안장된 거니까 국가 통합의 상징이고 대한민국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장소이기도 하죠.”
- 그러면 후보 선출 이후 행보는 어떻게 보세요?
“제가 ‘사람사는 세상 국민화합위원회’ 위원장인데 이 시대의 전태일 그리고 이 시대 노동자들에 대한 고민도 상당히 많아요. 프리랜서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들은 시대가 변화하면서 생겨난 일자리거든요. 하지만 노동하는데 노동자로 대우가 되지 않고 근로기준법에 적용되지 않아요. 저는 이분들이 나쁜 일자리를 가진 게 아니고 정당한 노동 하는데 우리 사회 제도가 뒷받침 못 하고 있다고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법 제도 개정을 관련해서도 이야기하려고 AI시대에 800만에 이르는 이 시대의 전태일들과 민주당이 함께 가야 되죠. 1일은 노동절이잖아요. 그래서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으로 민주당이 있어야 되고요. 또 이 세상의 다수인데 그 소수처럼 취급받고 있는 이들을 위한 정치 세력으로 민주당이 거듭나야 된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이재명 후보가 4월 30일 퇴근길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 나눈 게 의미 있고 5월 1일 플랫폼 노동자들 만나러 간다고 들었어요. 잘하고 있다고 봐요.”
- 왜 이재명 후보를 찍어야 할까요?
“우리 국민들이 머릿속으로 그리는 최고의 대통령은 아닐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쓸모 있는 대통령을 잘할 거라고 봐요. 이재명 후보가 경험했던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지내면서 보여줬던 그 일머리, 지금 필요한 일들을 해내는 일 집중력 같은 것들은 대통령으로서 지금 첩첩산중인 대한민국의 많은 난제를 풀어내는데 이재명의 쓸모가 있다고 생각해요.”
- 국민의힘 경선 과정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기괴하게 보고 있어요. 후보 뽑아놓고 또 단일화 후보 뽑는 건 자기들의 대통령 후보 뽑는 일을 스스로 2부 리그 자처하는 기괴한 일이라고 봐요. 그리고 거기서 오가는 얘기가 헌재가 단죄한 내란 행위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아직도 큰 걸 보면 정신 못 차렸다고 보고 있어요. 다만 한동훈 후보가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서 한동훈 후보의 변신이 신경 쓰이기도 해요. 또 국민의힘 지지층이 변화하기 시작했더라고요. 그래서 보수층에서도 한동훈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죠. 그런 면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이 본선 경쟁력 혹은 이기려고 하는 간절함이 살아 돌아오고 있는 거 아닌가 해요. 그동안은 투표 안 한다고 하고 등 돌리고 있었던 분위기에서 조금씩 달라져 가는 느낌이 있어요.”
"새로운 정부의 과제 중 하나가 '개헌'...더 다양해지고 더 분권화된 정치 체제 필요"
- 국민의힘에서는 반명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거기 거론되는 인사 중 하나가 이낙연 전 총리인데.
“선 넘고 있다고 봐요. 민주당에서 총리도 하고 도지사도 하고 국회의원도 하고 흠뻑 사랑받은 몇 명 되지 않는 정치인이신데 지금 한덕수 혹은 국민의힘까지도 넓혀가겠다고, 넘어가겠다고 하는 걸 보고 약간 선 넘고 있어서 걱정이죠. 저렇게 하면 안 되고 옳지 않다고 분명히 말씀드려요.”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
“나쁜 짓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경제, 국민 안심, 통합 이런 걸 걸고 나가겠다고 했다는 거예요. 근데 그걸 권한대행으로서 하는 거잖아요. 굳이 그걸 다시 자기가 출마해서 하겠다고 하는 게 잘 납득 되지 않고요. 권한대행의 막중한 역할을 팽개치고 나가는 거거든요. 옳지 않죠. 또 하나는 선거를 관리해야 될 사람이 선수로 뛰겠다고 그러니 권한대행 역할 하는 과정 내내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 하고 있었으면 국정 운영 자체가 비합리적으로 된 거 아니겠어요? 더 문제는 관세 협상에서 일정한 치적 쌓기 성과에 급급해 나라 살림 거덜 내는 협상 하지 않을까예요. 이게 제일 걱정인데 실제 미국에서는 한 총리가 자기 성과 내기 위해 이렇개 하더라고 하는 얘기도 나오죠. 그래서 진짜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 2017년 탄핵 이후 대통령 바뀌면 나라가 달라질 거란 믿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는 것 같아요. 문재인 정부에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텐데 이번엔 다를까요?
“대통령 한 명 바뀐다고 나라가 확 달라지지는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의 과제 중의 하나가 개헌이라고 봐요. 시대에 맞는 정치 시스템 만들어 놓으면 그걸 기반으로 사회·경제적인 다양한 변화가 생길 거라고 보거든요. 우리 사회는 엄청 다양해졌잖아요. 그리고 되게 많은 의견이 있잖아요. 그러니 지금은 더 다양해지고 더 분권화된 그런 정치 체제가 필요해요.”
- 개헌에서 이야기 나오는 게 임기 단축하고 2028년에 대선과 총선 같이 치르게 하겠다는 건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그건 국민의힘의 선거 전략이라고 봐요. 근데 이번 대통령 임기 안에 개헌 위한 국민투표를 하고 다음 대통령 때부터 적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판결, 존중해야겠지만 정치인은 늘 절체절명의 순간을 살아요. 이재명 후보도 그렇죠. 그는 늘 사선을 밟아왔고, 대법원이 판단했던 그 발언의 순간에도 그랬어요. 야당 정치인의 절박함과 국민에게 총칼을 들이댔던 대통령의 무도함을 국민은 저울질할 거고 시대정신을 직시하는 많은 시민, 우리 당 지지층들이 뭉칠 것이에요.
내란 동조자 한덕수 전 총리를 뽑을 것인가요? 한덕수와 같이 나라를 먹으려 했던 한동훈을 뽑을 것인가요? 이재명 후보가 민생 추경 챙길 때 내란 세력은 계엄으로 주식시장 박살 내고 자영업자 패대기친 사람들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절박하고 어렵지만 현명한 선택할 것입니다. 이럴수록 민주당 정치인들 국민만 믿고 가야 한다고 봐요.”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