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박영식 시사평론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12·3 내란 사건으로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변수가 생겼다.
한 달 앞둔 대선 상황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고자 지난 1일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는 박영식 씨와 지난 1일 전화로 연결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박 평론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대법원의 빠른 결정, 국민의힘 비판 더 많이 신경 쓴 것 같아"

- 오늘(1일) 있었던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대법원판결이 파기판송됐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저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우리 사회에 굉장히 큰 갈등과 혼란을 남겨놨다고 보고요. 저는 이게 파기자판이든 파기환송이든 혹은 상고기각이든 일단 대법원이 상고심 선고 기일을 이렇게 빨리 건 무리해서 잡은 거라고 주장 해왔거든요. 왜냐하면 평균적으로 하급심의 결과가 1심, 2심이 각각 달랐을 때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어가게 되면 통상적으로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심지어 공직선거법 사안이라서 6-3-3원칙이라는 걸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대법관들은 이 사건에 대해 검토하고 판결문을 꼼꼼하게 따져야 되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간 다음에 소부가 검토하다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바로 전원합의체에 직권으로 회부를 해버렸거든요. 그러고 나서 열흘도 안 걸렸어요.
그러면 이 결론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과연 성급하다고 생각할지 아니면 오히려 선거 앞두고 이재명 후보에 대한 사법 리스크를 털어주는 방향으로 하기 위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할지죠. 보통 후자라고 생각했던 국민들이 많았을 거라고 보고요. 다만 전자든 후자든 대법원의 정치적 고려가 전혀 없었다고 보긴 힘들 거 같아요. 오늘 파기환송 결론이 났다는 건 내용적으로 매우 아쉬운 판결이고 앞으로 더 큰 사법적 사회적 혼란만 가져오게 됐죠. 대법원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봅니다.”
- 그럼, 왜 이렇게 빨리했을까요?
“정상적으로 대법관들 12명이 이 사건을 원래 속도대로 진행하게 되면 현재로서 가능성이 제일 높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 헌법 84조에 있는 대통령은 불소추 특권을 적용받기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속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자신이 없었을 거예요. 대법원 스스로가 그런 딜레마가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다른 사건은 몰라도 공직선거법 사안을 판결 내지 않고 질질 끌다가 ‘이재명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에 야당으로부터 대법원이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잖아요.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신경 쓰이지 않았을까요? 국민의힘의 비판을 더 많이 신경 쓴 것 같아요.”
- 이해가 안 가는 게 2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 기각 선고는 빨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하려면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제가 인터뷰하기 전 다른 변호사님 두 분과 법률적으로 조언을 구해봤는데 1심 유죄 2심 무죄인 경우가 오히려 대법원이 이렇게 선고 기일을 급박하게 잡는 경우가 없다는 겁니다 때문에 법률가들도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얘기를 하는 거거든요.”
- 제가 알기로 재판 관련해서 6만 페이지를 다 읽어야 했는데 10일 동안 6만 페이지 읽는 게 가능할까요?
“대법관분들이 얼마나 빠르게 속독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불가능하죠. 바꿔 얘기하면 2심 재판부에서 판결문이나 사건 기록이 대법원에 넘어가기 직전부터 이 사건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잖아요. 많은 사건 기록과 재판 과정에 있던 여러 문서를 짧은 시간에 읽어서 12명의 대법관이 결론 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국민들이 자꾸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죠.”
"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중도 무당층 흔들릴 수도"

- 그럼, 이번 대법원 선고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저는 그 부분이 제일 걱정인데요. 제가 첫 번째로 우려되는 것은 헌법 수호 세력의 압도적인 승리가 아니라 ‘적당한’ 승리가 될까봐 우려됩니다. 민주당이라는 범야권의 거목이 조국혁신당이라는 제3당의 공식적인 지지 받아서 헌법 수호한 단일 후보가 이번에 탄생하는 과정이었고 그 후보가 대선에 나가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서 내란을 진압하고 종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과정을 기다리고 있는 거잖아요.
근데 이 선고 때문에 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중도 무당층이 혹시 흔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해요. 이재명 후보는 여론 조사상으로 이미 50%를 넘어선 결과도 다수가 나왔어요. 이대로 가면 큰 변수 없이 선거를 치르는 것이었는데. 대법원에서 내려진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때문에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하다고 인식하는 중도 무당층이 나올 것 같습니다.”
- 이재명 후보는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89.77%로 후보 확정되었죠. 정당 역사상 최고 득표율이라는 데 이건 어떻게 보셨어요?
“89.77%였으니까 이건 과거 김대중 전 후보의 기록을 뛰어넘는 것이죠. 게다가 이게 당심과 민심이 사실상 거의 일치한 결과를 이번에 이재명 후보가 받은 거잖아요. 이건 우리 정치사에서 수치상으로도 굉장히 대단한 기록을 남긴 게 맞죠.”
- 이유가 뭘까요?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과거에 비주류였던 사람이죠. 비주류에서 주류로 넘어오는 과정에 굉장히 많은 서사와 내러티브라는 게 존재하죠. 거기에서 당심과 민심을 얻을 수 있었던 계기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가깝게 보면 물리적인 테러를 실제 당하기도 하고 정치적인 테러라고 한다면 아마도 검찰이 정치적인 기소하거나 수사 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분명히 있었겠죠.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교를 해보자면 인동초라는 별명이 있었던 것처럼 제가 보기에도 진보 지지자들은 아마도 이재명 후보 보면서 DJ와 노무현을 느낄 거 같아요.”
- 22대 총선에서 비명계가 공천 못 받았잖아요. 그것 때문은 아닐까요?
“그런 지적들이 언론에서도 다수가 있긴 한데요. 유리한 토양을 만들어 놓고 자신의 적수가 없어서 이재명 후보가 이렇게 높은 득표율 얻은 거 아니냐는 평가일 텐데요, 만약 그런 평가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면 이번에 민심에서 굉장히 득표율이 낮았겠죠. 근데 당심과 민심이 일치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면 결론적으로 이재명 후보가 비명을 다 때려잡고 혹은 당에서 비명을 다 몰아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니라 자신 스스로의 경쟁력을 입증해 냈고 당심과 민심을 통해 선택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겠죠.”
"이럴 때일수록 더 통합하고, 더 뭉치고, 더 자신과 성향이 다르지만 실력 있는 인재 영입 중요"
- 4월 30일 민주당이 선대위를 출범시켰어요. 매머드급으로 진보 보수를 다 포함했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지금 윤석열이라는 내란 수괴를 비호하고 두둔해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 국민들과 이 나라 안의 갈등이 자꾸 고조되고 여전히 봉합되고 있지 않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더 통합하고 더 뭉치고 또 더 자신과 성향이 다르지만, 실력이 있고 과거에 하나의 상징으로 남았던 인재들을 쓴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박진영 평론가가 '원교근공'이라는 표현을 했거든요. 이게 군사 전략 중에 하나래요. 먼 나라하고는 친선을 맺고 가까운 나라부터 공략한다는 거죠. 그래서 이게 좋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보 정치인이 보수적인 성향의 인사를 기용하고 우리가 이미 과거에 좀 잊고 있었던 예전 기억 속에 그 상징적인 인물들을 또다시 기용하는 게 어쨌든 통합적인 의미에서 굉장히 바람직한 것 같고요. 저희가 이 인물들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저희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대다수 국민들과 유권자들의 평가가 어떨지 대충 저는 눈에 그려지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선대위 차원의 통합이니까요. 실제 이 선대위를 넘어서 집권 세력이 되었을 때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걸 저는 유권자들과 국민들이 다 냉정하게 평가하겠고 그것을 입증하는 것이 집권 세력의 책무라고 봅니다.”
- 누가 가장 기대되나요?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발표됐잖아요. 근데 이 사람은 이명박 정부의 법제처장이었고 이재명 후보와의 관계를 놓고 생각 해본다면 서로가 속해 있던 이념적 지향이 너무 다른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이석연 법제처장이 차후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저는 궁금하기도 하고요. 제가 의외로 보고 기대가 된다는 인물을 지금 바로 꼽기가 어렵지만 정은경 전 질병관리본부장의 영입이 신선하고 보기 좋았습니다. 시대의 ‘회복’이라는 키워드와는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그리고 제가 여의도 정가에서 들은 바로는 인재 영입이 이제 시작일 뿐인 걸로 알고 있거든요. 더 놀랄 만한 인사가 영입될 수 있다고 다수의 관계자가 전해 주고 있어서 처음 발표된 선대위 명단 말고 또 다른 인물의 합류 가능성이 기대됩니다.”
- 국민의힘 경선 과정은 어떻게 보셨어요?
“저는 사실 국민의힘 얘기는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왜냐하면 이 대선은 사실 위헌 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시도했던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로 인해 발생한 거잖아요. 그러면 이 조기 대선이 불가피하게 치러지는 것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데, 그것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출발한 경선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지금 인터뷰하는 지금까지도 경선 후보 중에 한동훈이나 안철수 정도가 그저 표면적으로 티 내는 사과 정도만 했을 뿐이지 당 공식적으로 당의 지도부가 그리고 당에 있는 주류 세력들이 국민에게 진솔한 사과를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두 번째는 그런 사과가 있기 전에 당연히 비상계엄을 시도한 이후에 윤석열에 대한 출당을 요구하는 것이 상식적인 민주주의하의 공당이겠죠. 근데 그런 모습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경선을 출발해 버렸잖아요. 그래서 이것이 진짜 진정성을 가지고 의미 있는 경선이 되려면 저는 그런 사과와 성찰 그리고 그에 응당한 조치가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 국민의힘이 후보 낸다는 것 자체가 말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건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 때문에 열리는 보궐 선거잖아요.
“이번에도 귀책 사유가 국민의힘에 있으니까, 후보를 안 내는 게 맞죠. 구로구청장도 자기 백지 신탁 하기 싫어서 돈 때문에 자기 공직을 내려놨죠. 그래서 선거가 생기니 국민의힘이 부끄러워 가지고 후보 안 냈잖아요. 귀책 사유가 있는 정당은 국민의 힘이니까 대선 후보도 그 논리대로라면 안 내는 게 맞죠.”
"한덕수로 단일화 될 가능성 매우 높지만 역전할 가능성은 낮아 보여"

- 국민의힘은 반명 빅탠트로 선거 치르겠다면서 '어게인 2002년'을 말해요. 당시 이회창 후보가 상당 기간 대권 후보 1위였지만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로 역전한 걸 말하는 건데 반대편에서는 2007년 대선을 말하죠. 이건 어떻게 보세요?
“한덕수 권한대행이 국민의힘에 들어가지 않고 무소속으로 뛰면서 단일화를 노려보겠다는 거 아닙니까? 원래는 국민의힘에 들어와서 원샷 경선하는 것이 원리 원칙에도 맞고 국민의힘 후보에 컨벤션 효과를 주는 게 더 오히려 효과가 극대화되거든요. 단일화로 나온 한덕수가 김문수 후보와 함께 합쳐지면서 시너지를 내려면 기본적인 요건인 양측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형성이 돼야 되는데 두 후보 다 일단 시간도 없고 지지율도 안 나온 상황에서 그런 형태의 단일화로 역전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요. 그리고 말씀해 주셨던 2002년 사례나 2007년 사례를 비교해 봤을 때 지금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너무 높아요.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너무 압도적으로 나오다 보니까 어떤 모델을 갖다 댄다고 하더라도 압도적인 후보를 누를 수 있을 만한 원동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봅니다.”
- 그러면 2007년처럼 이재명 후보가 큰 표 차이로 보세요?
“그렇게 보시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최근에 있었던 대법원 파기환송 선고가 이번 대선에 미치는 마지막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이걸 슬기롭게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극복해 나가면 실제 큰 표 차이로 승리하지 않을까 예상을 해봅니다.”
- 앞으로 관전 포인트는 뭘까요?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제가 보기엔 단일화입니다. 지금 단일화가 한덕수로 단일화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그다음에 이준석 후보와 하느냐 아니냐가 남아 있거든요. 근데 이준석 후보가 저는 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지만 대법원 선고 이후 프레임을 바꾸려고 할 거 같아요. 원래 이번 대선의 프레임은 헌법 수호 내란 종식이었는데 지금 이재명 후보의 파기환송 결정이 내려지면서 범보수 후보들은 ‘누가 더 깨끗한 정치인이냐’ 라는 ‘이재명 심판’으로 선거 치르지 않을까요? 그러면 이준석 후보에게 ‘명분이 생겨서 단일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민주당 선대위가 통합선대위로 출범되고 나서 정가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이나 김상욱 의원 등 여러 보수 인사들의 영입이 거론됐었잖아요. 그 인물들의 이야기가 쏙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고요. 선거의 프레임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 대목을 범야권에서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이게 숙제가 되겠죠.”
/이영광 기자
